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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무기 숫자만 제한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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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무기 숫자만 제한할 수도"

[김재명의 월드 포커스] <37> 미 외교협회 부회장의 북핵위기 타개책

6자회담이 다시 열리기로 합의됐다. 회담이 열린다면, 미국이 북한에 가한 금융제재를 푸는 안건과 북핵폐기 안건이 함께 논의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빨리 6자회담이 열려, 한반도 핵긴장이 풀리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6자회담이 다시 열린다 해도 어떤 극적인 타협안이 나올 것이라는 데는 대체로 회의적이다.

1990년대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북한과의 핵협상에 참여했던 게리 새모어도 그런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낸다. 역대 미 행정부의 국제관계와 대외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쳐 온 미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약칭 CFR)의 부회장인 새모어는 6자회담이 다시 열려 북한과 새로운 대화를 하더라도, 북핵문제를 푸는 데 어떤 커다란 진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새모어가 6자회담이 잘 풀려나가지 않는다고 보는 근거는 핵심 당사국인 미국(그리고 미국의 입장을 전폭 지지하는 일본)과 북한이 합의를 보기에는 너무 동떨어진 입장을 보이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바처럼, 북한은 미국의 금융제재 해제는 물론 장기적으로는 안전보장과 대미 수교를 바란다. 그런 보장이 이뤄지지 않는 한 핵무기를 보유하겠다는 태세다. 이에 비해 미국과 일본은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으며 검증 가능한(complete, irreversible, verifiable)' 핵폐기를 협상의 선결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아직 협상시간은 충분하다"

새모어 미 외교협회 부회장은 북미간의 협상이 타결될 경우 그 내용은 '긴 기간에 걸친 단계적인 핵폐기'로 모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중국과 한국, 러시아가 지지할 만한 타협안"이라고 새모어는 분석한다. 문제는 워싱턴이나 평양이 그러한 타협을 이루기 위해 함께 협력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새모어는 6자회담에서 어떤 진전을 이뤄질 것이라는 데는 회의적이다.

새모어는 제안한다. "만약 북한과 미국 양쪽 다 진지하게 협상을 벌일 태세가 돼 있다면,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양측의 전문가들이 정기적으로 만나서 핵폐기 합의에 필요한 세부사항들을 논의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이나 북한이나 핵폐기를 둘러싼 어떤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관심을 진지하게 기울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북핵폐기가 바람직한 목표이긴 하지만, 이루기 어려운 목표"라고 못박은 새모어가 내린 절충안은 미국의 네오콘 강경파들이 지금껏 제기해 온 '핵 완전폐기' 주장과는 달라 눈길을 끈다.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숫자를 제한하거나 핵무기를 실어 나를 미사일 발사거리를 제한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는 사안이다."

본문보기 http://www.cfr.org/publication/11889/


북한의 조심스런 계산
▲ 북미 사이의 대치전선은 한반도 긴장을 높이는 주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의 대북제재에 강경히 맞서겠다는 북한의 반미 선전 포스터. ⓒ프레시안

북한은 그동안 미국이 금융제재를 풀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해 왔고,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으로 복귀한다는 전제 아래 금융제재 해제를 논의할 뜻이 있음을 북한에 넌지시 전해 왔다. 북한은 핵실험을 할 때부터 나름의 계산을 세워놓았던 것으로 보인다. 일단 핵실험을 한 다음에 6자회담에 복귀함으로써 중국의 분노를 풀고, 아울러 국제적인 압력을 누그러뜨린다는 계산이다.

따라서 북한은 아주 조심스럽게 게임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핵실험 뒤에 6자회담에 복귀하면 금융제재 논의는 물론이고 핵협상에서 보다 유리한 입장에 서는 상황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북한은 또한 북핵실험 강행에 화가 난 중국을 달래는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보인다.

북미 모두 고통스런 양보 꺼려

그렇지만 6자회담이 어떤 진전을 이룰 것이라는 데엔 매우 회의적이다. 핵심 당사국들이 기본적인 안건들의 합의를 보기에는 너무 동떨어진 입장을 지녔기 때문이다. 북한은 그들의 핵무기를 보유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지녔고, 일본의 지지를 받는 미국은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으며 검증 가능한' 핵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양극단 사이에 중국과 한국, 러시아가 지지할 만한 타협안이 분명히 있다. 오랜 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핵폐기를 이뤄가는 방안이 그러하다. 문제는 북한이나 미국이 그런 타협안을 함께 만들어나갈 준비가 돼있지 않다는 점이다.

북한의 전략은 부시행정부와 협상을 하면서 시간을 끄는 것이다. 북핵 폐기를 둘러싼 외교협상이 벌어지고 북한이 더 이상의 핵실험을 하지 않는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북한이 합의를 이루는 데 필요한 고통스런 희생이나 양보를 할 정치적 의지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북핵폐기 협상이 제대로 풀려가지 않는 상황에서)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를 계속할 경우, 북한은 마약이나 위조지폐 등으로 금융제재를 비껴나갈 다른 길을 찾으려 할지도 모른다. 북한이 달러화 위조가 미국경제를 흔들지는 못하겠지만, 북한에게는 주요수입원이 될 것이다.

지난해 9월 6자회담에서의 핵폐기 합의 공동선언문은 앞으로 있을 험난한 협상의 시작에 지나지 않았다. 만약 북한과 미국 양쪽 다 진지하게 협상을 벌일 태세가 돼 있다면,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양측의 전문가들이 정기적으로 만나서 핵폐기 합의에 필요한 세부사항들을 논의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이나 북한이나 그런 쪽에 진실로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지 않다.

부시행정부의 전술적 잘못

북핵폐기를 둘러싼 협상의 첫단계는 북한이 핵물질을 더 이상 만들지 말고 동결하는 쪽이어야 한다. 지난 1994년 체결된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를 위한 협상에서도 클린턴행정부는 플루토늄 생산을 동결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런데 부시행정부는 그런 조건을 내세우지 않고 6자회담을 받아들였다. 북한은 한편으로는 플루토늄 재고량을 늘려가면서 6자회담을 질질 끌었다. 이는 부시행정부로서는 커다란 전술적 잘못을 저질렀다.

따라서 다시 6자회담이 시작된다면, 그 첫단계로 1994년처럼 플루토늄 생산 동결조건을 관철시켜야 한다. 지금의 상황에서 플루토늄 생산 동결에 이르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만약 그것이 가능해진다면, 다른 어려운 협상안건들(북한 핵시설 해체와 이미 북한이 보유한 플루토늄 폐기 등)을 차례로 풀어나갈 수가 있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려 해 왔다. 그렇지만 북한은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미국의 그런 불침 약속이 정말로 유효하다고 믿지는 않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약속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무기 보유가 안보에서 최선의 길이라고 믿는다.

핵무기 숫자 제한도 하나의 방안

물론 북한과의 어떤 외교협상에서든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거나, 북한 체제전복을 꾀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보증이 반드시 포함될 것이다. 그렇지만 북한이 그런 보증을 믿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북한에게 중요한 것은 세력균형(balance of power)이고, 핵무기가 외부의 공격이나 압력을 물리치는 역할을 해줄 것이라 여긴다.

완전한 북핵폐기를 추구해 온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그대로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수정할 것인지는 미국의 차기 정권에게는 매우 어려운 정치적 결정이다. 북핵폐기가 바람직한 목표이긴 하지만, 이루기 어려운 목표다.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숫자를 제한하거나 핵무기를 실어 나를 미사일 발사거리를 제한하는 방안도 미국의 차기 정권이 생각해볼 수 있는 사안이다. 지금의 북한 체제가 살아남는 한, 미국 대통령에게 북핵폐기는 대북정책의 장기적인 목표가 될 것이다.

필자 이메일: kimsphot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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