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을 깬 정부에 대한 원성이 높다. 대선후보들도 한마디씩 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정부의 무상보육 폐기 결정에 대해 "지난 총선에서 약속한 대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0~5세 유아에 대한 전면 무상보육을 약속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이래서 정치가 불신을 받고 또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국민들이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보육 문제에 가장 민감한 것은 30대 여성들이다. 지난 2008년 촛불시위 당시 이들이 유모차를 끌고 거리로 나섰던 것을 기억한다면, 대선 후보들 역시 보육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
전직 보육교사 출신으로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전업주부 정민아 씨, 19개월 된 딸을 어린이집에 맡긴 채 일터로 나가는 워킹맘 박하연 씨, 8개월 된 딸과 연애 중인 워킹파파 A 기자, 그리고 최근 조카 바보가 된 B 기자가 지난 10일 경기도 용인의 한 카페에서 '육아 수다'를 떨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산모의 날'이었다.
출산 전부터 걱정해야 하는 산후조리원 비용과 출산 후 천차만별 영유아예방접종비, 그리고 늘 조건이 먼저인 보육정책과 어린이집에 대한 불안까지. 밤 10시 넘게 계속된 이들의 이야기를 '육아 수다' 上·下 두 편으로 정리했다. <편집자>
참가자 - 정민아(가명, 33세, 경기도 용인) : 딸 둘(4세, 13개월)을 키우는 육아맘 - 박하연(가명, 33세, 경기도 안산) : 19개월 된 딸을 키우는 워킹맘 - 프레시안 A(39세, 서울시 강서구) : 8개월 된 딸을 키우는 워킹파파 - 프레시안 B(36세, 서울시 서초구) : 15개월 된 조카가 있는 미혼녀 |
"연예인 다닌다는 산부인과, 비용 때문에 결국…"
박하연 : 결혼 후 아이가 생각보다 빨리 생겼다. 그런데 스트레스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운명이었는지 첫 아이가 3개월 만에 유산됐다. 곧 두 번째 아이를 임신했지만, 앞서 유산을 했기 때문에 몸이 안 좋았다.
회사 근처라는 이유로 서울 청담동에 있는 산부인과를 다녔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연예인들이 다닐 정도로 유명한 곳이었다. 기본진료비만 4~5만 원이었다. 하지만 유산 경험도 있어 비용이 들어도 한번 가보자는 마음으로 다녔다. 그러다 임신 8개월에 경기도 안산으로 이사 오면서 안산에 있는 병원으로 바꾸었다. 새로운 병원은 진료비는 저렴했지만 기계는 수준이 떨어졌다.
정민아 : 3D초음파사진(입체초음파사진)을 찍었나 보다.
박하연 : 진료를 받으러 갈 때마다 매번 찍었다. 그러다 보니 비용이 너무 뛰었다.
프레시안 A : 우리나라는 출산 전에 태아 초음파사진을 너무 많이 찍는 편이다. 2008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 결과, 평균 10.7회를 찍는다고 하니 임신 기간 중 매달 촬영하는 셈이다. 굳이 이렇게까지 자주 찍을 필요는 없다고 하는 의사들도 있다.
"산부인과와 소아과, 건강보험 비급여 비율 지나치게 높아"
박하연 : 의사가 뱃속 태아를 진찰하기 위해 매번 찍을 수밖에 없다. 어느 병원이나 진료 과정이 비슷한데, 비용 차이가 나는 이유가 뭘까.
프레시안 A : 아마 기본 진료비 외 비급여(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율) 항목으로 처리해 전체비용이 증가하는 식일 것이다. 산부인과와 소아과가 비급여율이 높은 편이다. (2008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비급여 진료비 실태'를 조사한 결과 산부인과와 소아과 비급여율이 92.1%로 가장 높았고 외과 66.9%, 내과 66%, 기타 62% 순이었다. -편집자)
박하연 : 청담동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아이가 커서 유도분만을 해야 한다며 자궁이 열리지 않을 경우 전날부터 유도제를 맞아야 한다고 했다. 그럴 경우 제왕절개수술비와 일주일 입원비 등을 포함해 500여만 원 든다고 하더라.
정민아 : 그렇게 많이 든다고?
박하연 : 나도 그 말을 듣고 더럭 겁이 났다. 하지만 막상 출산은 이사를 간 안산 병원에서 하게 돼 전체 출산비용은 100만 원 정도 들었다. 임신 5~6개월 동안 청담동 병원에서 진료 받으며 쓴 150만 원보다 안산 병원에서 제왕절개수술하고 분만한 비용이 더 적었다.
프레시안 B : 올해 하반기부터 제왕절개 수술 환자에게도 포괄수가제(입원수술비 정액진료제)가 적용됐다. 산모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기존에 포괄수가제를 시행하지 않은 병원에서 제왕절개수술을 하면 산모가 평균 39만 7169원을 냈지만, 7월부터는 29만 5251원만 지불하고 있다. 10만 원 이상 줄었다.- 편집자)
"애 낳을 수 있는 병원으로 가세요"
박하연 : 주변에 일단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병원이 많지 않다는 게 문제다. 대부분의 산부인과가 7~8개월 정도까지만 진료하고 "애 낳을 수 있는 병원으로 가세요"라고 한다.
프레시안 A : 아내가 임신했을 때 직장 근처의 산부인과를 다녔다. 그 병원도 분만은 안 한다고 해서 출산은 다른 곳에서 했다.
정민아 : 나도 처음에는 분만 시설이 안 갖춰진 곳을 다니다 옮겼다.
프레시안 B : 과도한 스트레스와 의료소송 위험 등이 이유라고 하는데,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분만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지난 6월 1일부터 8월 15일까지 산부인과 전문의 55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조사 대상의 4분의 1 정도가 분만을 아예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집자)
박하연 : 그래서 처음부터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시설 좋고, 믿을 만한 곳을 다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좀 멀더라도 좋은 곳에 가게 되고, 그런 곳은 또 사람이 몰리게 되고, 병원 입장에서는 사람이 몰리니 비용을 더 올리게 되고. 이런 악순환이 거듭된다. 특히 진료만 하는 산부인과 중에는 '에스테틱'이라고 해서 임산부 피부 관리나 체지방 관리를 하는 곳도 있다.
"병원에서 권하는 건 다 하게 되는데…"
프레시안 A : 그렇게 본질과 동떨어진 진료로 돈벌이를 하는 것은 문제다. 의료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중요도가 떨어지는 쪽으로만 인력과 자금이 쏠린다. 정작 꼭 필요한 의료 분야에선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정민아 : 병원마다 비용이 다른 것뿐 아니라 각종 상술이 횡행하는 것도 문제다. 그리고 제대혈 상담사가 (의사처럼) 하얀 가운 입고 찾아온다. 그러니까 혹해서 제대혈 보관을 할 뻔 했는데, 결국 하지는 않았다. 알아보니, 꼭 할 필요가 없겠다 싶었다.
박하연 : 그렇다. 알게 모르게 병원에서 강요받는 게 많다. 제대혈만 해도 냉장 보관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로 신문에 자주 오르내리지 않나.
정민아 : 병원이 엄마들의 심리를 이용하고 있다. 첫 아이를 출산할 때가 서른 살이었는데, 나이 운운하며 검사를 하라고 하지는 않았다. 대신 양수검사를 했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양수검사 기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엄마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안하다. 그래서 고액이라도 결국 하게 된다. 특히 장애 아동도 같이 돌보는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했었기 때문에 더 겁이 났다.
박하연 : 나도 양수검사를 할 때 남편에게 "만약에 기형아라고 하면 어떻게 할 건데?"라고 했더니 "(어차피 낳을 건데) 미리 알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모르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말하더라.
"100만 원 받자고 아이 셋 낳는 부모가 어디 있겠나?"
ⓒ연합뉴스 |
정민아 : 지금 사는 곳에서는 둘째를 낳고 10원짜리 하나 받은 게 없다. 서울에 살 때는 둘째 아이 지원금으로 50만 원 정도가 나온다고 해서 용인에서도 알아봤는데 10만 원도 없더라. 다만 "셋째부터 100만 원 있어요"라고 했다. 그것도 딱 한 번.
박하연 : 100만 원을 받자고 아이 셋 낳는 부모가 있을까? 안 받고 말겠다.
프레시안 A : 그렇다. 그것 받자고 아이를 낳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민아 : 100만 원이라고 해도 아이 기저귀 몇 번 사면 없어지는 돈이다.
"현금 지원이 아니라 서비스 지원이 필요하다"
박하연 : 차라리 아이가 몇 살까지 자라는 동안 어떤 지원을 무상으로 해준다고 하면 아이를 낳게 되지 않을까? 아이에게 지속적이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면, (아이 둘이나 셋을) 생각해 볼 순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도록 나라에서 책임져주겠다고 하면? 혹시 모르겠다.
아이 한 명당 얼마를 주겠다는 정책만 넘쳐난다. 아이를 상대로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돈을 받기 위해 아이를 낳겠다고 생각하는 부모는 없다. 그럴 게 아니라 중산층이 아이 낳고 편하게 살 수 있도록 서비스를 넓히는 형식으로 지원해주면 좋겠다. 100만 원이라는 현금을 한번 주고 마는 게 아니라, 정부가 산모도우미를 지원한다든가 하는 게 훨씬 현실적이다.
프레시안 A : 돈을 그냥 50만 원, 100만 원으로 뿌리면 받은 당장은 기분이 좋을 수 있다. 하지만 그냥 없어지는 돈이다. 대신 산모도우미라는 인력 서비스로 지원해주면 새로운 고용 창출도 되고….
정민아 : 둘째 임신 중에 '고운맘카드'가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늘었다. 10만 원 오른 것인데도 처음에는 너무 좋았다. 그런데도 막상 혜택이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검사 한두 번으로 끝나더라. 올해도 딱 10만 원이 더 늘어 지금은 50만 원이라고 알고 있다.
박하연 : 그러니까. 10만 원이라는 금액을 늘릴 게 아니라 검사와 같은 서비스를 무상으로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늘어난 금액은 결국 병원이 다 가져간다. 그렇게 하지 말고 '(나라에서)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도 비용이 하나도 안 들어'라고 해줬으면 좋겠다. 현금 형태로 주면서 병원에 결제하게 하니 병원은 온갖 상업적인 진료를 늘리게 된다. 일괄적으로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돈이 안 들게 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산후조리원 비용, 너무 비싸다"
프레시안 A : 엄마가 되기까지 임신과 출산, 그리고 산후조리원이 첫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산후조리원을 나와 집으로 가면서부터 본격적인 육아를 하게 된다.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는 육아에 대한 책임감을 채 못 느끼지만, 집에 돌아온 순간부터는 '육아 또는 보육'이라는 낯선 영역이 시작된다.
박하연 : 산후조리원에 안 갔는데, 이유는 비용 문제가 제일 컸다. 그렇게 큰 비용을 들이는데 '신랑은 혼자 집에서 출퇴근하고 나만 호의호식하는 게 의미가 있나' 생각했다. 그래서 집에서 산모도우미를 불러 산후조리를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까지도 고민이 많았다.
산모도우미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여기저기 알아본 끝에 믿을 수 있겠다 싶은 산모도우미를 썼다. 출산 두 달 전, 임신 8개월에 미리 예약을 했다. 수술을 예상했기 때문에 출산 일주일 전에 산모도우미가 오는 날을 확정했다.
한 달 동안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산모도우미가 집에 왔다. 처음에는 목욕도 못 시키겠고, 만지면 부러질 것 같아 아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숙련된 산모도우미의 도움으로 어렵지 않게 적응했다. 비용은 하루에 5만 원이었다. 산모도우미는 산모와 아이를 위한 일만 하고 집안일은 안 한다.
정민아 : 두 명의 아이를 출산했지만, 모두 산후조리원은 안 들어갔다. 나 역시 비용 문제 때문이었는데, 첫째 아이를 출산할 당시에도 2주에 220만 원 정도였다. 맞벌이를 하고 있었지만, 공무원 월급이 얼마나 한다고…. 그래서 친언니도 그렇고 나도 친정엄마가 돌봐줬다. 친청엄마가 일을 하는데도 딸에게 희생한 것이다. 엄마는 "언니도 봐줬는데, 너도 봐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적은 돈이나마 용돈을 드렸다.
"아이 때문에 친정엄마 희생시켜야 하나? "
박하연 : 그 말을 들으니 시어머니 말씀이 생각난다. "첫째와 막내도 안 봐줬기 때문에 너희도 봐줄 수가 없다"는 일관적인 모습.(일동 웃음)
정민아 : 아이 돌 때 돈 주시는 것도 똑같다. 누가 10만 원이라도 더 받으면 싸움 난다.(웃음)
물론 나도 '친정엄마를 희생시키면서까지 도움을 받아야 하나'라는 고민이 있었다. 산모도우미를 부를까 했는데, 쉽지 않았다. 시댁이나 나라에서 돈을 딱 주며 "(산후조리원에) 들어가라" 했으면 들어갔을 텐데….(일동 웃음)
박하연 : (손으로 테이블을 내려치며) "애 낳았으니, 여기 있다 500만 원!"(일동 웃음)
엄마와 딸은 아이를 낳는 순간, 절친이 된다. 둘도 없는 사이가 되고, 서로 갑자기 너무 사랑하게 되고….
정민아 : 아이를 낳자마자 엄마보고 울었다. "엄마~"하고.
박하연 : 출산하면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은 신랑이 아니다. 출산 전 너무 힘들어하니까 신랑이 "이 녀석 나오기만 하면 내가 혼내줄게"라고 하더니, 아이가 나오자마자 나는 안 보고 아기만 보더라.
정민아 : 그러니까 아이가 나오는 동시에 아내는 잊어버려.(일동 웃음)
"산후조리원 배만 불린 정부, 부가세 면세 했지만 값은 다시 올라"
프레시안 A : 맞벌이를 하는 경우, 친정이나 시댁에서 아이를 봐주곤 한다. 그런데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는 집은 답을 찾기가 어렵다.
정민아 : 동네 언니는 출산 직후 일주일은 산후조리원, 또 일주일은 산모도우미를 썼다. 각자 선택하기 나름이지만, 산후조리원에서 몸조리를 하더라도 첫째나 둘째 아이가 있는 경우 그 아이를 봐줄 친정엄마나 산모두우미가 또 필요하다.
박하연 : 첫째 아이가 있던 올케언니는 친정엄마가 있어도 일주일에 한두 번 가사도우미를 불렀다. 부부는 모두 출근해야 하는데 아이가 둘이다 보니, 집안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쓴 비용만큼 만족스럽지 않아 오래가지는 않았다. 결론은 또 친정엄마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게 됐다.
프레시안 B : 보건복지부가 출산장려정책의 하나로 지난 2월부터 산후조리원에 대한 부가가치세 10%를 면세하도록 했지만, 오히려 가격이 오른 셈이다. 면세의 혜택이 이용자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산후조리원의 배만 불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기준 산후조리원의 전국 평균 이용요금은 2주간 일반실 187만 원, 특실 224만 원으로 하루 평균 13만 원이다. -편집자)
"정부 지원 산모도우미, 써본 사람이 없다"
박하연 : 산후조리원에서 '마사지도 해주네', '붓기도 빼주네', '식단도 최고네'라고들 하지만, 막상 200만 원의 가치를 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그저 단순하게 "산후조리원 갔어?", "응, 갔어", "어디 갔는데?", "응, ○○갔어"라고 하면 "너 되게 좋은데 갔구나" 이런 식이다. 어느 산후조리원을 갔느냐는 여자들이 가방을 사는 것과 비슷하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정도로 인식된다.
나라가 해야 하는 육아 서비스를 방치하다보니 사설업체들이 횡행해서 뉴스에도 자주 오르내리는 불미스런 일들이 발생하는 것 아닌가 싶다. 산모도우미도 나라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면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텐데, 그냥 사설업체에 맡기다 보니 값싼 인력만으로 운영돼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A : 맞다. 정부에서 운영하면 질적인 관리도 안정적이고 책임소재도 비교적 투명해질 텐데, 사설업체가 하다 보니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 것 같다. 그런데 정부에서 지원하는 산모도우미를 경험한 사람 있나?
정민아·박하연 : (동시에 고개 저으며) 아니, 못 봤다.
박하연 : 전설 속에 있는 얘기 아닌가?(웃음) 엄마들 온라인 카페에 "소득 수준이 최하위에 속해서 정부 지원 산모도우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신청하면 되나요?"라는 글이 올라온 적이 있다. 그런데 댓글이 "좋으시겠어요", "부러워요"라고 달렸다.
"소득이 최하위라니, 부러워요!"
프레시안 A : 상황이 역설적이다. 저소득층이라 정부 지원 혜택을 받은 수 있다는 것을 부러워하다니….
프레시안 B : 산후조리원에 대한 비용부담과 불신 증가로 집에서 산후조리를 하는 산모들이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정부가 지원하는 산모도우미 서비스를 받으려면 자격요건이 까다롭다. (전국가구평균소득 50%로, 3인 기준 월 168만 9000원 이하인 가구만 가능하다.-편집자)
박하연 : 3인 기준 월급이 200만 원이 채 안 되면, 애초부터 아이를 낳겠다는 생각조차 하기 어렵다. 어떻게 아이를 낳아 기르겠는가.
정민아 : 그 조건에 맞추기가 어렵다. 나도 정부가 지원하는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해서 알아봤는데, 결국은 안 돼서 친정엄마를 모신 거였다. 정부에서 출산을 장려한다면, 아이를 키울 여력이 있는 중산층 가정도 이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두당 월 100만 원?…아이 낳는 게 무섭다"
프레시안 A : 정부가 요구하는 조건에 맞는 사람은 소수인데, 그들은 경제적 형편 때문에 아이를 낳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조건이다.
박하연 : 결국 중산층이 그나마 아이를 낳는다는 말인데, 정부가 이에 맞게 지원을 해주면 아이를 둘이나 셋 낳고도 살 수 있을 텐데…. 지금은 한 명 낳는 것도 조심스럽다.
정민아 : 아이 한 명을 낳고 나면 둘이 무섭다.(일동 웃음)
박하연 : 형제들끼리 두당 100만 원이라는 표현을 쓴다. 아이 한 명당 100만 원씩 생활비가 든다는 말이다. 아이 한 명 낳으면 분유값, 기저귓값에 옷·장난감 사고, 예방접종 하고, 가끔 병원 가고 하면 정말 아이 한 명당 매월 100만 원이 든다. 둘째를 낳으려면 아이가 둘이니까 200만 원이고,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생활비까지 하면? 계산이 안 나온다.
프레시안 B : '출산비용 1000만 원 시대'라는 말이 있어 한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임신부터 출산까지의 비용을 계산해봤다. 출산 전 초음파 등 검사비 150만 원에, 출산비 100만∼200만 원, 산후조리원 비용 250만∼350만 원, 출산용품 구매비 200만 원을 합하면 700만∼900만 원이 된다. 여기에 분유와 기저귀, 유모차 등을 더하면 출산 전후로 1000만 원 이상이 든다.
"외벌이 가정, '퉁' 아니면 '마이너스'"
정민아 : 맞벌이면 좀 낫다. 우리는 남편 혼자 버는 외벌이라 '퉁' 아니면 '마이너스'이다. '퉁'이면 다행이다. 정말 어렵다. 혜택은 없고….
그런데 정말 웃긴 것은 어떤 엄마들은 외제 차 몰면서도 정부 지원을 다 받는다는 사실이다. 할머니, 할아버지 명의를 이용한 편법이다.
박하연 : 그렇게 편법을 하면 보육과 같은 복지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세금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정민아 : 정작 입 많고, 재산 없고, 통장은 텅텅 비었는데도 지원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소득이 100만 원이나 150만 원이나 생활하는 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별 차이가 없다. 150만 원을 받아도 연봉제로 측정되어 있어 세금 등을 제외하고 받으면, 월급여제로 100만 원을 받는 사람과 다를 게 없다.
"남편 월급 오르는 게 달갑지 않은 이유"
박하연 : 그래서 남편 월급 오르는 게 달갑지 않을 때가 있다. 당장 내년에 연봉이 올라서 어린이집 지원이 끊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월급은 10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밖에 안 올랐는데 지금처럼 종일반으로 아이를 맡기는 비용, 40만 원 이상을 고스란히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득 상위 30%에 드는 순간, 정부 지원은 끊긴다. 어차피 내 생활은 10만 원 늘어난 지금이나 전이나 똑같은데….
그러면 나도 머리를 굴리게 될 것 같다. '차를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 명의로 바꾸면 지원받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왜 엄마, 아빠들 머리를 굴리게 해서 편법을 생각하게 하는가. '정부의 지원을 편법을 써가면서까지 얻어야 하나, 그게 맞는 일인가'라는 생각에 씁쓸하다. 몇 십만 원 받자고 집도 차도 다른 사람 명의로 바꾸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또 내가 소득이 적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낱낱이 제공하는 것도 문제다. 기분도 나쁘고, 또 개인정보 침해라는 생각도 든다.
정민아 : 복지에 있어서는 모두가 동일한 혜택을 받고 대신 세금에 있어 철저하게 계산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국세청에서 세금을 부과하는 사람들을 더 늘리고 탈세를 철저하게 막으면 우리 모두가 복지를 누리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박하연 : 복지 단체에서는 정부가 산모도우미를 지원하는 등의 실질적인 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새누리당 쪽에서는 나라를 파탄 낼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실제 혜택이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돈을 뿌리고 있다.
"아이 입원하니 건강보험 중요성 절감"
프레시안 A :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 복지가 왜 보편적이어야 하는지 체감했다. 출산 후 아이가 '농가진'이라는 피부병에 걸려 태어난 지 며칠 만에 다시 입원했다. 퇴원할 때 보니 병원비가 생각보다 적어 놀랐다. 신생아실 인큐베이터에 입원해 있었는데 대부분 건강보험 혜택을 받았다. 새삼 '건강보험이 이렇게 중요한 것이구나' 실감했다.
두 분 말씀도 정부가 현금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는 것으로 들린다. 이렇게 뿌린 돈은 결국 병원, 산후조리원 등이 거둬간다는 게다. 아무래도 젊은 부모의 경우 출산, 육아 등에 대한 정보가 적다. 그러니 병원, 산후조리원 등이 권하는대로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들 시설은 상당 부분 이윤 동기로 움직인다. 민간 시설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들은 정보의 비대칭성(부모에겐 정보가 적고 자신들에겐 정보가 많은 상황)을 이용해 비싼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를 권하는데, 부모 입장에선 그걸 거절하기 어렵다. 정부가 뿌린 돈이 결국 특정 집단만 배불리는 결과로 이어지는 건 그래서라고 본다.
게다가 현금을 직접 나눠주는 방식은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정권이 바뀌거나 정치적 분위기가 달라지면 언제 금액이 줄어들지 모른다. 하지만 공공부문이 사람을 직접 고용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은 훨씬 안정적이다. 한번 정착되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또 신뢰성도 더 높다. 아무래도 책임소재가 분명하니 말이다.
박하연 : 그렇다. 정부가 사람을 고용해서 서비스를 지원하는 방식이었으면 좋겠다. 주변에 보면, 출산 및 육아에 대한 경험이 있으면서 일자리를 원하는 여성들이 꽤 있다. 이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든다는 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정부가 믿을만한 서비스를 제공해준다면, 세금이 아깝지 않을 게다.
(하편으로 이어집니다.)
(하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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