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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페론 울리는 자칭 '페론주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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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페론 울리는 자칭 '페론주의자'들

김영길의 '남미리포트'<206> 유해 이장식 난장판 돼

소외 받는 서민들의 유토피아 건설을 꿈꿔 왔던 후안 도밍고 페론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사망한 지 32년 만에 깊은 잠에서 깨어나 통곡할 일이 벌어졌다. 자칭 '페론주의자'를 자처하는 이들의 세력다툼 때문이다.

지난 17일 아르헨 노총(CGT) 등 무려 62개 단체가 참여한 페론주의자 총연합회는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의 한 공동묘지에 안장돼 있던 페론의 유해를 페론과 그의 부인 에비타가 평소 함께 주말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산 비센떼 지역 별장으로 이장하는 대대적인 정치행사를 벌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아르헨 노총 세력과 비쥬류 세력들이 서로가 페론주의의 본류라는 헤게모니 쟁탈전을 표면화하는 바람에 벽돌이 난무하고 총격전까지 벌어지는 등 불상사가 생겼다. 결국 행사는 난장판이 됐고, 6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현장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들 단체의 대표들은 서로가 기념행사 연단의 주요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다 흥분한 주류와 비주류 노조세력들이 충돌해 유혈사태를 빚은 것으로 알려진다.

페론주의자를 자처하는 이들 단체들은 이미 이장식을 거행하기 며칠 전 내외신 기자회견을 자청하면서부터 충돌을 예고했다. 62개에 달하는 이들 단체들은 기자회견장에서부터 서로가 페론주의의 본류임을 내세우며 세 과시에 혈안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론가(家) 인사들은 묘지 이장은 페론가의 후손들을 비롯해 지인들로 구성된 가족장으로 조용히 치를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환호 속에 이장을 위해 공동묘지를 떠나고 있는 페론의 유해. ⓒ부에노스아이레스 페론당 자료

페론가의 가족들에 따르면 군부에 의해 강제로 공동묘지에 안장된 페론의 유해를 방치해두는 것보다 평소 페론이 조용히 쉴 때 즐겨 찾았던 별장으로 이장해 페론을 추모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방문을 할 수 있는 묘지 겸 박물관을 계획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조단체들이 이 행사에 팔을 걷어붙이고 달려들어 대규모 정치 행사를 계획하는가 하면 현 대통령과 페론당 고위정치인들을 초청하면서부터 이장식은 대규모 정치적인 행사로 변질된 것이다.

현지의 정치평론가들은 "62개에 달하는 페론주의자 단체 가운데 그 누구도 진정한 페론주의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번 행사를 통해 절실히 보여주었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들이 진정한 페론주의자들이었다면 경건해야만 할 자신들의 영웅 이장식을 난장판으로 만들었겠느냐"는 것이다.

페론주의자들임을 자처하는 이들은 페론이 머물렀던 별장의 각종 유물들을 닥치는 대로 때려 부쉈고 이 와중에 평소 페론이 아끼던 유물인 피아트 자동차까지 폭격을 맞은 것처럼 파손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현지의 일부 언론들은 "이번 사건은 이들이 페론주의를 훼손시키고 있다는 걸 단적으로 증명해준 사건"이라면서 "이들은 정의당원(justicialista 페론당원)들이 아니라 불한당들"이라고 평가했다.

아르헨 정계에서는 이 사건 이후 전·현직 대통령들까지 가세해 서로가 폭력사태의 배후세력이라고 책임전가에 열을 올리는가 하면 노조세력들은 주류 정치권의 지도자급 인사들을 매장시키려고 공격의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는 현재 아르헨 페론주의자들이 겉으로는 '페론 만세' '위대한 지도자 페론'을 외치며 페론의 깃발을 들고 있지만, 자신들의 정치적인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을 뿐 페론주의의 이상이나 꿈은 안중에도 없다는 걸 보여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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