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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가 죽어야 한류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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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가 죽어야 한류가 산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10/18] 중국 중앙음악학원 객좌교수 위촉된 박범훈 중앙대 총장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국악계에서 박범훈하면, 한국의 대표적인 국악작곡가, 국내최초로 국악관련 교육기관을 설립한 분 그리고 86 아시안 게임, 88 서울 올림픽, 2002 월드컵 등 우리나라의 굵직한 행사의 음악총감독으로 잘 알려져있습니다..

우리음악, 우리소리를 가장 멋스럽게 표현해 내는 탁월한 능력으로 전 세계에 국악을 알리는데 혼신의 힘을 다했던 그가 지난해에는 중앙대학교 총장직에 오르면서 화제를 모았는데요,

이번에는 한국인 최초로 중국 최고의 음악대학이라는 국립중앙음악학원의 객좌교수로 위촉됐습니다.

오늘은 중앙대학교 박범훈 총장을 초대해서 중국 중앙음악학원의 객좌교수는 어떤 자리인지,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게 되는지 또, 국악인으로는 처음으로 총장직에 오른 후 가장 어려웠던 점과 보람은 무엇이었는지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중앙대학교 박범훈 총장입니다. 박범훈 총장은 1948년 경기도 양평 출생으로 한국국악예술고등학교와 중앙대학교 음악과를 졸업하고 일본 무사시노 음대에서 석사,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불교학으로 박사를 받았습니다. 86 아시안게임, 88 서울 올림픽 개막식 작곡 및 지휘, 2002 한일월드컵 개막식 음악 총감독을 맡았고, 국립국악관현악단 초대단장 등을 지냈습니다. 국내최초 민간 국악관현악단과 국악유치원, 서울국악예술 중학교를 설립했고 지난 93년에는 한, 중, 일 3개국으로 구성된 아시아 민족악단을 창단했습니다. 지난해 2월 제12대 중앙대총장으로 취임했습니다.

박인규 : 우선 축하드립니다. 중국에서 가장 이름난 국립음대 중앙음악학원의 객좌교수가 되셨는데요, 객좌교수라는 명칭이 생소합니다.

박범훈 : 저도 맨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 됐는데 우리나라로 보면 석좌교수 그 위의 급이라고 그 사람들은 얘기하더군요.

박인규 : 중앙음악학원에서 아시아의 음악가를 객좌교수로 위촉한 건 박범훈 총장님이 두 번째라고 들었습니다.

박범훈 : 제가 알기로는 세계적인 지휘자인 일본의 오자와 세이지씨가 아마 먼저 동양인으로서는 첫 번째 객좌교수가 됐고, 제가 동양인으로서 두 번째라고 합니다.

박인규 : 그동안 우리나라 음악 하면 국악이 상대적으로 무시돼 왔고 음악 배운다고 하면 미국의 줄리어드나 오스트리아, 파리 등으로 많이 갔는데 중국의 중앙음악학원은 어느 정도로 명문인 겁니까?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박범훈 :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서 그런데 사실은 일찍이 중국 중앙음악학원은 유럽을 비롯해서 미국 등 여러 나라와 활발한 교류가 있는, 아시아 뿐 아니라 세계에서 명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1950년에 설립됐는데 중국 최고의 국립대학입니다. 그래서 중국 뿐 아니라 외국에서, 특히 아시아 음악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많이 와서 공부하고 있고 유명한 음악인을 중국에서는 대표적으로 배출하는 대학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서양음악에서도 대표적으로 피아니스트 랑랑이라든지, 작곡가 탄툰, 제가 형님이라고 부르는.. 아시아 오케스트라를 같이 창단한 류원진 등이 중앙음악학원 출신들입니다.

박인규 : 중앙음악학원의 객좌교수가 되셨는데, 교수가 되셨으면 강의를 하셔야 되는 거 아닙니까?

박범훈 : 그렇습니다. 대부분 저같이 작곡이나 지휘 분야로 객좌교수가 됐기 때문에 강의도 강의지만 음악연주도 직접 해주고, 지휘도 해주고, 작곡도 지도해 주고.. 특별히 이론강의보다는 제 전공에 해당하는 분야를 1년에 두 번 정도 특강이나 공연, 연줄을 겸한 강의를 해주게 돼 있습니다. 한 가지 영광스러운 건 한 2년 정도 이상 걸쳐서 심사해서 선정이 되는데요, 선정이 되면 월 보수는 없지만 그 학교의 현관에 객좌교수의 사진이 베토벤이나 유명한 작곡가들 사진 걸듯이 걸어주고 평생 그 학교에서 여러 가지를 보장해 줍니다. 중국에서 연구하거나 생활하는 모든 것을 뒷받침해 주죠.

박인규 : 이번에 객좌교수로 위촉되셨는데 첫 번째 강의나 연주회는 언제 하실 계획입니까?

박범훈 : 제가 총장을 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내년에 마침 중국 베이징올림픽을 1년 앞두고 특별기획된 공연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창단한 한, 중, 일 오케스트라 아시아 공연이 북경에서 있습니다. 그래서 그때 맞춰서, 7월 경에 대학에서 연주를 겸한 아시아 음악에 대한 특강을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박인규 : 박범훈 총장님 약력을 소개하면서 93년에 한, 중, 일 3국으로 구성된 아시아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고 말씀 드렸는데, 이게 좀 전에 말씀하신 오케스트라 아시아인 거죠? 오케스트라 아시아는 어떤 건지 소개를 좀 해주시죠.

박범훈 : 1990년 초부터, 중국과 국교가 맺어지기 전에 상사로 신분을 속여서 중국을 들어가서 중국의 중앙민족악단.. 국립악단입니다. 거기에 아까 말씀드렸던 작곡가 류원진이라는 분을 만나서 중국 민족악기와 우리 국악기와 일본의 일본 민족악기 이 세 나라 악기의 역사에는 다 공통점이 있는데... 뿌리가 같고, 특징은 다 다르지만. 이것을 오랜만에 우리가 만나서 서로 특징을 살려 가면서 새로운 아시아의 민족음악을 창출해서 연주할 수 없겠는가. 이런 약속을 했습니다. 국교가 맺어지면 바로 시작하자, 그래서 맺어지자마자 93년도에 1차 회의를 하고, 94년도에는 세 나라 연주자, 작곡가, 지휘자가 모여서 서울에서 창단식 겸 연주회를 가졌습니다. 그래서 한, 중, 일의 민족악기가 모인 오케스트라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박인규 : 같은 뿌리라곤 하지만 나름대로 발전해 왔기 때문에 세 나라 악기가 한 데 모여서 조화를 이루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어땠습니까?

박범훈 : 그렇습니다. 초창기 때는 우선 음의 색깔도 다르고 피치도 다르고 어떻게 조율해야 할지, 그리고 이미 너무 특징들이 각자 강해서 하나의 새로운 곡을 연주하는데, 아무리 새롭게 작곡해도 중국 악기가 연주할 땐 중국 냄새가 나고 일본 악기가 연주할 땐 일본 냄새가 나고. 그래서 이런 특징을 살리면서도 어떻게 앙상블을 이룰 것인가 고민이 많았습니다. 왜냐 하면 지금 우리 국악기가 대부분 중국에서 유입된 악기입니다. 그러나 오랜 시공을 거치면서 한국 악기화 됐습니다. 아주 특징이 지어졌죠. 이런 것을 새롭게 개량된 중국 악기와, 우리보다 전통적으로 보수적으로 보존하고 있는 일본 악기, 또 우리 악기도 굉장히 개량하지 않은 전통 악기입니다. 이런 악기들이 만나서 어떻게 합주할 것인가, 이런 것을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한 몇 년간은 고생했는데, 지금은 잘 아시다시피 서양악기와 국악기가 연주하고 전자악기하고도 하는데 같은 특징을 가진 악기들이기 때문에 맨 처음만 어려움이 있었지 지금은 아주 조화가 잘 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역사문제로 한일, 한중간 마찰이 많은데 음악처럼 조화를 이뤘으면 좋겠습니다. 박범훈 총장님은, 총장이 되신 후에 중앙대학교를 한류중심대학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한류중심대학이라는 건 대충 어떤 것인지 설명해 주시죠.

박범훈 : 중앙대학교는 잘 아시다시피 종합대학입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제 전공이 예술가 총장이니까 그런 쪽에 관심을 갖지 않을까 하고 주위에서 얘기들을 하는데, 저는 그런 것과 관계없이 한류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런 것을 대학차원에서 학문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지 않겠나 해서, 제가 마침 총장이 됐을 때 한류아카데미를 하나 만들어야겠다 싶어서 중앙대학교에 한류아카데미를 만들고 대학원에 한류학 전공을 신설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다른 대학에는 없는 한류에 관한 것을 대학원 차원에서 교육시키고 있다는 뜻에서 아마 관심을 가져 주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한류아카데미에서는 뭘 배웁니까?

박범훈 : 한류학이라는 게 정착돼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고 대중예술, 그 중에서도 드라마 쪽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데 이런 것이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고 어떻게 한류라는 것이 인기를 얻게 됐는가, 이것을 좀 학문적인 체계에서 연구해서, 좀 더 뿌리 깊게 확대시켜서, 여러 예술분야로 한류를 확대시키고. 그리고 이것을 좀 체계적으로.. 한류가 생명이 좀 길게, 아시아 뿐 아니라 세계에 한류가 퍼져 나갈 수 있도록 어떤 체계를 갖춰서, 좀 더 과학적, 체계적, 학문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 그래서 그런 관계에서 종사하고 계시는 분들을 모시고 하나하나, 각 분야에 해당하는 중요한 학문적 연구를 겸해서 특강을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한국문화의 세계화, 국제적 확산을 위한 연구를 하는 곳으로 보면 되겠군요. 오랫동안 국악을 해오신 예술가로서, 아직 한류가 TV드라마나 대중가요 중심인데 우리 국악이 세계에서 인기 있는 아이템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박범훈 : 사실 지금, 그래서 저는 한류가 죽어야 한류가 산다고 얘기합니다. 지금은 드라마 중심이라서, 아시아쪽에서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많으니까 중간에 한류의 브릿지 역할을 하시는 분들, 교량적 역할을 하면서 문화사업을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드라마 쪽에 치중합니다. 장사가 되니까. 그런데 그 외의 것은 장사가 안 되니까. 그리고 드라마처럼 지속적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작품들이 아니든요. 그래서 그쪽에 관심은 있지만 등한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분들이 이런 걸 소개해도 손해를 보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을 해주면서 한류의 폭을 넓혀야 하지 않겠느냐. 그렇게 본다면 우리 전통음악을 있는 그대로보다는 한국적인 뮤지컬로 계발한다든지 판소리를 창극화해서 외국인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좀 대중성 있게 만든다든지, 또 요새 젊은이들이 국악기와 서양악기의 퓨전음악도 많이 하고 있는데 그런 것도 좀 넣는다든지, 여러 가지.. 아니면 순수한 전통음악으로 우리의 뿌리를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이런 여러 가지 공연기획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가서 공연해도 일회적이고 지속적으로 갈 수가 없으니까 아마 지금 드라마처럼 확대될 수 없어서 기피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박범훈 총장께서 아시아 민족악단을 창단하신 건 우리 문화를 알리자는 뜻도 있지만 일본이나 중국의 문화를 제대로 알자. 한류도 사실 우리 문화를 퍼뜨리는 것도 있지만 중국이나 일본, 동남아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그런 교류 측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요?

박범훈 : 제가 아까 한류가 죽어야 한류가 산다고 말씀드린 게 지금 내용에 깊이 들어가 있는데, 지금 안티 한류가 생기지 않습니까? 이것은 너무 한국을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케스트라 아시아.. 아시아 민족악단이 3국이 같이 모여서 연주하되 그 속에 대한민국이 들어 있으면 되거든요. 그래야 한류가 사는 거거든요. 그런데 모든 게 다... 예를 들어 춘향전이라는 드라마를 만들 때 이도령이 한국 배우라면 춘향이는 중국이나 일본 배우가 들어온다든지, 뭔가 같이 가되 중심적 역할을 대한민국이 하면 한류가 산다고 봅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한류는 융합적인 한류여야지, 단독적인 한류로 자꾸 강조하다 보면 우리가 예를 보면 알 수 있죠. 홍콩영화가 한창 유행하다가 식었고 일본도 그랬습니다. 장사가 잘 되니까 그 쪽만 계속 장사하다 보니 싫증나고 바닥나서 끝을 맺어 버리는데 우리가 드라마 중심의 한류로 가다가는, 그리고 너무 한류와 한국을 강조하다 보면 나중에는 안티 한류가 더 커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합니다.

박인규 : 스포츠에서도 스타플레이어가 꼭 명감독이 되지는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작곡가로서는 대단한 명성을 누리셨지만 한 1년 8개월 정도 대학교 총장을 해보시니 어떻습니까?

박범훈 : 참 어려움이 많습니다. 대학총장도 전성시대가 있었던 걸로 아는데, 지금 총장은 총장이라기보다는 CEO로서 모든 걸 총괄해야 하는 어려운 시기에, 더군다나 저 같은 예술가가 총장이 돼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역시 지성인들이 모인 곳이고 큰 가르침을 하는 대학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저를 도와주신 덕분에 무난하게 어려움을 극복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그런 건 있습니다. 모든 게 다 사람이 하는 건데, 옛날부터도 정치가나 CEO는 풍류, 멋을 좀 알아야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제가 전공한 게 작곡입니다. 작곡은 새로운 것을 창출해 내는 거고, 지휘는 창출한 것을 화합을 이뤄서 만들어 내는 거거든요. 그렇다면 지금 총장 CEO들이 할 일이 바로 새로운 것을 창출해 내고 그것을 구성원들과 함께 화합을 이뤄내야 하는 거거든요. 그렇다면 제 전공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근본적인 철학은. 그리고 저는 자랑이 아니라 학교의 법인 일도 한 2년 했고 부총장을 4년 하고 총장을 이어받았기 때문에, 먼저 총장님들과 함께 쭉 이어온 계획들을 하나씩 이뤄내고 있는 거라서 그렇게 크게 당황하는 건 없는데 지금 대학이 좀 어렵습니다.

박인규 :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텐데 가장 어려웠던 건 어떤 겁니까?

박범훈 : 재정확보입니다. 요새 총장님들이 발전기금 걷으러 다니느라 고생 많이 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어느 대학 총장이 그랬어요. 총장 노릇 하기도 어려운데 재정 문제까지 총장이 책임져서야 어떻게 총장 하겠냐. 총장한테 대학 재정까지 다 책임지라고 하면 이건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안 할 수가 없는 처지입니다. 그래서 요새 총장평가는 학교행정을 얼마나 잘 관리·감독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서 대학을 끌고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발전기금을 어느 정도 거두고 재정확보를 어느 정도 했느냐 이런 쪽으로도 평가를 합니다.

박인규 : 박총장께서는 대학교 발전기금을 모으기 위해서 총장님이 만드신 CD도 파시고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박범훈 : 판 건 아니고 우리 동문들이나 대학에 발전기금을 주시려고 하는 분들이 큰 돈을 주시는데 저는 드릴 게 없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드릴 수 있는 건 제가 작곡해서 만들어낸 CD가 한 30여 장 있어요. 면목 없으니까 이 음악이라도 들으십시오 하고 드리는 거죠. 또 줄 만한 분이 안 줄 때는 제가 미리 CD를 갖다 드리기도 하죠. 제가 만들었으니까 좀 들어보시고...

박인규 : 조금 전에도 말씀하셨지만 총장님이 모금도 해야 되고 대학교 구조조정도 해야 되는데, 그런 경영 면에서 총장님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이 없는 모양이죠?

박범훈 : 제일 힘든 것이 우리 교육정책이에요. 지금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여러 가지 안을 냅니다. 세계 명문 100대 대학에도 우리 대학이 못 들어가고, 우후죽순처럼 대학을 많이 만들어 놓고 이렇게 저출산으로 학생이 부족하리라고는 생각을 못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이 비대해진 대학, 그리고 학생수가 적어서 지금 지방대학은 문 닫게 생겼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과연 앞으로 우리 대학이 어떻게 해야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그 대열에 들 수 있을까 해서 여러 가지 안을 내놨는데, 그 안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습니다. 받아들일 만한 안이 많구요, 그런데 갑자기 백화점식으로 벌려 놓은 대학을 하루아침에 구조조정해서 특성화 시켜서 세계 명문대학이 되라는 것은.. 이것은 어느 정도 기획 단계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것을 일률적으로 조여가지고 하라고 하니까, 학생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사립학교에서는 재단이 굉장히 고통받죠. 일률적으로 학생 수를 10% 이상 줄여라. 저희 대학도 2천 명 이상 줄였습니다. 그러면 1년에 160억 정도 예산 손실이 나는데 그 보상은 어디서 누가 할 것이냐. 이런 등등의 문제.. 여러 가지가 어려운데 이런 걸 그렇다고 안 할 수는 없습니다. 또 정책이 좋아요. 줄여가야 되고 특성화 시켜야 대학이 살거든요. 그래서 여러 가지 학생 모집하는데 입학 문제도 대학에 맡겨 달라는 등 문제가 복잡합니다만, 일단은 학생 수를 줄여야 한다는 데에 저는 동감입니다. 그런데, 늘이는 건 환영하지만 자기 학생을 줄이고 과가 없어지는데 이게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저희는 8개 학과를 없앴습니다. 통폐합 시켰는데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박인규 : 그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비난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박범훈 : 제일 힘든 것이, 없어지는 학과의 학생들이 익명으로 저한테 메일을 보내는데 아들 딸 같은 제자들 아닙니까? 물론 화가 나서 하는 소리지만 어떤 때는 이런 소리를 듣고도 총장을 해야 하는가.....

박인규 : 박총장께서는 대학 총장이 되시기 전에도 우리나라 최초의 국악유치원, 또 국악예술학교 등을 세우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박범훈 총장께서 국악을 배우실 당시에 비하면 지금의 국악교육은 상당히 많이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겠죠?

박범훈 : 좋아졌어요.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많은 지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중요성을 인지해서 저희들이 그런 것을 많이 얘기했지만 지금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40% 이상이 국악이 들어가 있어요. 단 그것이 제대로 교육이 되고 있느냐에는 좀 문제가 있지만, 그러나 그런 것의 중요성을 인지해 줬고, 그 외에도 많은 국가적 차원에서도 관심을 갖고 보조해 주고 있고. 또 요새 젊은이들의 생각이 저희 때는 왜 국악을 하느냐, 제가 원래는 서양음악을 했거든요.

박인규 : 그 당시만 해도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박범훈 : 그럼요. 트럼펫도 불었고, 저는 음악대학도 서양음악작곡과를 나왔고 유학도 서양음악작곡과를 나왔는데 저를 보고 국악작곡가, 국악인이라고 해요. 그게 나빠서 그런 게 아니라, 그건 아직도 좀 특징이 있다는 거예요.

박인규 : 음악과는 별개의..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박범훈 : 그래서 제가 서양음악을 작곡해도 국악작곡가라고 하거든요. 이런 것이 지금 와서는 굉장히 보편화 돼서, 제 딸도 가야금을 하는데 바이올린 하는 애 부러워하질 않거든요. 가야금을 하면서 바이올린이나 다 똑같게. 저희 때만 해도 안 그랬어요.

박인규 : 예전에는 말하자면 뒤떨어지는 것으로 많이 생각을 했었죠.

박범훈 : 뒤떨어지는 것보다는 별개의 것, 희귀한 것이고, 어쩌다 국악을 하느냐고 묻죠. 아버지나 어머니가 국악인이냐고 물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다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요새 젊은이들은 크로스오버나 퓨전음악 같이 서양음악과도 섞어서, 또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음악도 많이 만들어요. 제 제자들도, 제가 작곡을 가르치는데 이 놈들이 내가 가르치는 건 안 하고 전부 그런 음악만 해요. 며칠 전에는 뮤지컬 상도 받았다면서 찾아오는데, 그런 상황을 보면 저는 굉장히 좋게 보고 있습니다.

박인규 : 안 그래도 이 질문을 하고 싶었는데, 요즘 기업이나 단체의 행사를 가보면 국악으로 축하공연을 많이 하더라구요. 그런데 예전 같은 전통음악이 아니라 크로스오버나 퓨전 식으로 합니다. 그런 걸 보면서 저러다 보면 전통국악이 사라지는 거 아닌가 하는 기우도 생기는데, 그런 경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박범훈 : 제가 그걸 비빔밥에 비유해서 제자한테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야, 이제는 한류도 그렇고 우리가 비빔밥을 옛날에는 보리밥에 열무김치, 고추장만 넣고 비벼 먹었지만 이제는 양배추, 포도도 넣고 맘대로 넣어라. 모든 것을 많이 넣되 꼭 고추장을 넣어야 된다. 고추장만 들어가면 한국 비빔밥이 되는데 너는 많이 넣고 비볐는데 고추장을 안 넣어서 이것이 한국 비빔밥인지 어느 나라 비빔밥인지를 모르겠다. 작품을 놓고... 그러니까 뭘 넣고 비비더라도 고추장만 넣으면, 뭘 넣더라도 그 음악 속에는 대한민국이 들어 있어야 된다. 퓨전음악을 하든, 거꾸로 가든 바로 가든 좋은데 꼭 대한민국을 잊어버리지 마라. 그 작품 속에서. 그런 얘길 해준 적이 있어요. 그런데 요새는 국악과 서양음악을 관계없이 가르칩니다. 작곡법은 똑같이 가르치고 국악을 좀 이런 식으로 쓰라고 하는데 애들이 거기서 자꾸 탈피하려고 하죠 대중들을 의식해서. 그랬을 때 제가 그런 얘길 해줍니다.

박인규 : 총장으로서의 임기가 2년 남짓 남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려우시겠지만 앞으로 총장으로서 꼭 해보고 싶으신 일이 있다면 무엇인지 마지막으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박범훈 : 저희 중앙대학교가 올해 88년 됐습니다. 메이저 대학을 총괄하는 총장인데, 지금 총장으로서는 다른 생각이 없습니다. 이런 큰 대학은 구조조정을 하고 특성화해서 명문대학으로 가는 길 밖에는 살 길이 없거든요. 총장이니까 이 말씀을 드립니다. 중앙대학교를 PR하려는 게 아니라. 연구중심대학 체제로 갖춰서 가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오히려 제가 중앙대학교 하면 예술 분야가 굉장히 인정을 받고 있는데 그 쪽이 역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도와주질 못하고, 연구중심체제로 가기 위해서 지금 모든 신경을 거기에 다 쓰고 힘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대학뿐만 아니라 이렇게 큰 종합대학은 연구중심대학 체제로 갖춰서 세계적인 대학의 대열에 끼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습니다. 저 역시 거기에 중앙대학교가 뒤지지 않게끔 노력하고 있고 그 외에는 다른 생각을 못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중앙대학교의 발전은 물론이고 한류의 발전, 그리고 중앙음악학원 객좌교수가 되셨으니까 한국과 중국간의 문화교류, 상호 이해에도 많은 기여를 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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