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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중독' 당신, 1년간 돈 받고 쉴 수 있다면?

[강연회] 스웨덴 복지 모델의 한계와 기본소득

12일 오후 7시경 서울시 중구에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회의실에서 기본소득네트워크와 진보신당 기본소득위원회 등이 함께 주최한 '스웨덴 복지 모델의 한계와 기본소득 강연회'가 열렸다. 스웨덴 녹색당 국회의원인 애니카 릴리메츠(Annika Lillemets)는 강연자로 나서 복지국가로 잘 알려진 스웨덴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으며 왜 기본소득이 필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기본소득은 말 그대로 국가 차원에서 모든 국민에게 기본적인 소득을 제공한다는 뜻이다. 재산이나 소득의 유무, 노동 여부나 노동 의사와 관계없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빈곤선 이상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생활비를 지급한다. 기본소득이 보편적 복지의 핵심으로 이야기되는 이유다.

지난 2월 일본의 극우파 정치인인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이 기본소득제 도입을 공약으로 들고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가장 극우적인 정치인이 '최강 복지 제도'라 불리는 기본소득을 들고 나왔다는 것 자체가 각국의 반신자유주의 열풍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릴리메츠 의원은 스웨덴에서 기본소득제 발의운동을 펼쳤다. 2008년과 2010년 유럽연합(EU)의회는 빈곤 퇴치를 위해 EU 차원의 기본소득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는 결의를 했다. 그 결과 EU는 각 나라에 기본소득에 관한 입법을 권고했다.

"스웨덴 노동자들, 100년 전에 8시간 노동 요구"

릴리메츠 의원은 한국인들이 "굉장히 효율적으로 열심히, 장시간 일한다"고 말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거움과 노동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고 우리가 무엇을 할 때 왜 하는지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한국이 성장에 중독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스웨덴에서도 한국과 같은 성장중독이 있었다고 설명한 그녀는 "오랫동안 개발에 심취해서 그런 현상이 있었지만 요새 그런 현상에 대한 물음이 (스웨덴에서) 시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19세기 스웨덴은 농업 중심의 가난한 국가였다. 1850년부터 1920년대까지 스웨덴 인구의 4분의 1 혹은 3분의 1이 미국으로 떠날 정도였다. 스웨덴은 오랫동안 산업화에 뒤처진 채 종교의 자유도 허락하지 않은 억압적인 국가였으나 1842년부터 모든 국민에게 무상 교육을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노동자가 교육을 통해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나아가 더 나은 노동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동 조직을 만들었다.

릴리메츠 의원은 "(당시 노동자들이) 수많은 파업과 투표참여운동, 그리고 노동환경 개선 운동 등을 했는데 20세기 초에 이들은 8시간 노동하고 8시간 자유시간을 가지고 8시간 자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하며 "이것이 100여 년 전의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때부터 스웨덴 노동계는 소통과 협력을 통해 나아갔다. 릴리메츠 의원은 이러한 모습이 스웨덴 노동 운동의 특징이 되어 자본가와 노동자들이 협력을 통해 일을 해결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1913년에 시작돼 이제 100번째 생일을 맞는 사회급여가 스웨덴의 노동 운동이 맺은 큰 결실이다.

▲오른쪽이 애니카 릴리메츠(Annika Lillemets) 의원 ⓒ프레시안(남빛나라)

기본소득의 개념 존재···모든 어머니에게 매달 아동수당 지급

이어 한국에서 진행 중인 복지 논의에서 이슈를 선점하고 있는 육아복지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릴리메츠 의원은 "스웨덴의 육아휴직은 약 400일"이라고 밝혔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도 똑같이 육아휴직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약 60일에서 90일 정도를 한 번에 쭉 쉴 수 있다. 이는 스웨덴에서 1960년대에서 1970년대 사이에 일어났던 강력한 여성 운동의 결과라고 한다.

기본소득과 같은 개념으로 아이를 낳은 모든 어머니에게 스웨덴 돈 1000크로나(krona)를 매달 주기도 한다(아이가 16세가 될 때까지). 14일 현재 1크로나는 한국 돈으로 약 167원 정도다.

릴리메츠 의원은 "이 돈은 아동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매우 중요한 액수이며 스웨덴에서는 모든 정당이 이 급여에 대해 동의한다"며 "간혹 왜 부유층 아이들에게까지 돈을 지급해야 하냐는 반대의견이 있지만 이는 매우 소수다. 모든 아이가 보편적으로 이런 수당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거의 모든 스웨덴 사람이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복지 시스템을 갖춘 스웨덴에서도 최근 복지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스웨덴의 사회복지 체제가 교육, 의료, 교통 등 모든 분야에서 다 발전하고 있었는데 지난 10여 년간,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체제가 도입된 후부터는 점점 모두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1년간 일 쉬는 사이에 실업자가 내 일 대신한다"

릴리메츠 의원은 특히 스웨덴의 실업급여 문제를 걱정했다. 그녀는 "스웨덴의 실업급여는 기존에 받던 급여에 기반을 둬, 기존에 받던 급여액이 적으면 적게 받게 되고 기존 급여액이 없으면 거의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웨덴에서도 실업자에 대한 의견 대립이 극명했다. "실업과 관련해서 우파는 '당신이 게으르고 능력이 없어서 실업자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고 나온다. 그러면 '그것은 구조적 문제'라는 반박이 나온다"고 릴리메츠 의원은 말했다.

그녀에 따르면 스웨덴의 청년 실업률은 20%에 육박한다. "프리케리아트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스웨덴의 현실"이라고 그녀는 걱정했다.

'프리케리아트(precariat)'는 '불안한(precarious)'과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의 합성어로 불안정한 고용 상황에 놓인 무한계약직 혹은 임시비정규직 노동자를 뜻한다.

그녀는 스웨덴 사람들이 오랫동안 루터교를 믿어, 실업자에 대한 사회 인식을 바꾸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녀의 분석에 따르면 루터교는 신이 내린 인간의 가치가 노동이라고 생각한다. 성실하게 노동하며 금주하는 인간이 이상적 인간의 모습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기본소득제를 주장하면 "(일하지 않는 사람에게까지 돈을 주는 것은) 스웨덴의 노동 가치와 맞지 않다"는 답변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좋은 일이 하나 있었다"고 말하며 릴리메츠 의원은 2005년과 2006년 사이에 사민당과 녹색당이 합심해서 제안한 '자유연도(free year)'에 대해 설명했다.

자유연도는 1만 2000명의 노동자가 1년간 기본소득만 받고 휴식을 취하는 대신 실업자 1만 2000명이 그 자리를 채우는 제도다. "이는 스웨덴에서 실행됐으나 2006년 우파 정권이 이를 폐지했다"고 릴리메츠 의원은 말했다.

"1년간 고용상태를 경험한 이후에 (실업자들이) 일자리를 찾을 확률도 높아졌고 그동안 일하면서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고 새로운 것 없이 살았던 많은 사람이 이 1년 동안 새로운 에너지를 다시금 충전할 수 있다"는 이유로 릴리메츠 의원은 이 제도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릴리메츠 의원은 "이웃 나라인 핀란드는 5년 혹은 6년을 일하면 1년 동안 위와 같은 방식으로 휴직하고 돌아오는 것을 법제화했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EU에서도 2010년에 기본소득제가 빈곤을 해결하는 데 굉장히 효과적이며 실업문제를 낙인효과 없이 해결할 방법이라고 판단해 모든 국가에 이를 제안했다"고 말하며 "물론 EU에서 이를 제안한 후에 실천한 나라는 하나도 없지만 스웨덴에서 녹색당 사람들은 국회에 기본소득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 검토해보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릴리메츠 의원은 "지금 현재 스웨덴에서도 기본소득은 너무나 시급한 문제라 노동 중심적 관점을 가진 국회의원이 이를 처음으로 제안했다"며 "왜 일하지 않는데 돈을 주냐는 식의 가치관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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