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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0여년간 한국의 국민소득 200배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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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0여년간 한국의 국민소득 200배 증가"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9/27] 40년 교수생활 마감한 서울대 경영학과 곽수일 명예교수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한국 경영학의 아버지, CEO 의 대부로 불리는 서울대학교 경영대 곽수일 교수가 지난 8월 말 정년을 맞았습니다. 26살의 나이로 서울대 강단에 서면서 국내 최연소 교수로 당시 언론에 화제를 모았던 곽수일 교수... 그를 거쳐간 제자만 해도 만 여명.. 이 중 천여 명 이상이 국내외 기업에서 CEO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최근 정년을 맞은 곽수일 교수는 부인 최정규씨와 동시에 책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곽수일 교수는 그간의 칼럼을 모아 <경영의 시선으로 미래를 생각하다> 라는 책을... 부인 최정규씨는 남편의 정년을 기념해 가족사를 담은 <또 하나의 언덕을 넘으며>를 펴냈는데요.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오늘과 내일 이틀에 거쳐 서울대학교 경영대 곽수일 명예교수를 초대합니다.. 오늘은 그 첫 시간으로 한국 경제계의 든든한 조언자 역할을 했던 지난 40여 년간의 학문적 삶을 되돌아보고,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CEO의 덕목은 무엇인지, 그리고 정년을 기념해서 부인과 동시에 책을 출간한 따뜻한 사연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곽수일 명예교숩니다.

곽수일 교수는 1941년 서울출생으로 63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65년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은 후 26살의 나이로 최연소 서울대 경영대 교수가 됐습니다. 1974년 워싱턴 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한국경영정보학회 회장, 서울대 경영대 학장, 한국경영연구원 이사장, 정보통신부 정보통신 심의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는 한국전자거래진흥원 이사와 IT전략연구원 이사, 그리고 서울대학교 경영대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서울대 교수로 40년 이상 봉직하신 분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곽수일 : 40년 이상 봉직하신 분이 조교부터 치면 몇 분 계십니다. 전임강사를 교수라고 하는데, 저는 그걸 일찍 시작해서 최근에 그런 얘기를 많이 하시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지난 8월 말에 정식 교수로서는 퇴임을 하셨는데 여러 가지 소감이 떠올랐을 것 같습니다.

곽수일 : 워낙 법에 의해 만 65세가 정년이라고 돼 있기 때문에 지난 2,3년 동안.. 조병화 선생의 시가 있습니다.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삽시다'라는.. 그 시를 학생들에게 읽어주면서 학교를 떠나는 마음의 준비를 많이 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은퇴에 대해서 섭섭하지 않냐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오히려 그 반대로 이렇게 건강하게 정년을 할 수 있는 것을 축하해 주십시오 하고 얘기합니다. 셰익스피어가 이별에 대해서 이런 표현을 했습니다. 떠남은 아주 달콤한 슬픔이라고. 그게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박인규 : 40년 동안 대학에 계셨기 때문에 거쳐간 제자만 해도 만 명이 넘는다고 하고, 특히 이러저러한 기업에서 활동하시는 CEO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다들 애제자라고 할 수 있겠지만 혹시 기억에 남는 제자가 있다면 어떤 분들이 계실까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곽수일 : 학부, 석사 과정도 있고 저희 학교에 유명한 최고경영자 과정 AMP가 있어서 6개월에 50여 분 CEO들이 들어와서 공부를 하고 가기 때문에 저한테 배우고 간 분이 만 명 이상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정말 CEO 되신 분들을 보면 특색있고 저렇게 노력했기 때문에 혹은 저런 능력이 있어서 CEO가 됐을 거라는 확신을 가진 분들이 많았습니다. 제가 서울대학교에서 1966년에 처음 가르칠 때 그래도 제 1기에 가르치고 배운 사람들이 인상에 많이 남는데 첫회에 배운 사람들이 몇 사람 있는데, 그 중에 아직도 기억하고 친근하게 지내는 사람이 열린우리당의 강봉균 정책위원회 의장입니다. 키도 저만하지만 아주 명석하고 판단력 있고 학교에서 토론할 때 보면 아주 합리적이고 종합적인 분석을 해서, 그 당시부터 제가 기억을 해서 아직도 알고 지내니까 강봉균 의원을 만 40년 알고 지낸 사람으로서.. 1기졸업생이라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은데, 강봉균 의원을 보게 되면 논쟁을 할 때 여러 가지 합리성을 잘 지적합니다. 정책이나 규제가 나올 때는 다 일리가 있거든요. 다 이유가 있고. 그 일리와 이유가 있는 것 중에서 자기로서는 최선의 답안을 도출하는 과정을 보면 그 당시 저 자신이 굉장히 명석한 사람이라고, 저도 젊은 사람이었지만 그렇게 동감하면서 기억에 남았는데 훗날 보니까 아주 크게 정부를 위해서 기여를 많이 하더라구요. 그리고 최근에 정보통신관계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왜냐하면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가 세상을 엄청나게 바꾼다는 게 제 주장이었고 우리의 기업경영이 아직 거기에 잘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제가 그 분야에 대해서 공부도 많이 하고 노력을 했는데 그 이유 때문에 엘지텔레콤의 남용 사장이라고 계십니다. 남용 사장의 활동을 유심히 볼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기억에 남는 제자로 등장했습니다.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고 급속히 변하는 환경 속에서 뱅크온이라든지, 어떻게 보면 세계최초의 인터넷 뱅킹이거든요. 이동통신으로 은행거래를 할 수 있게 이런 제도를 만들어서 그 작은 소규모 회사가 경쟁 속에서 승자가 되는 걸 보면, 재밌는 것이 얼마 전까지 엘지텔레콤 주가가 3000여 원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최근에 보면 12000원까지 4배로 올려놓는 기염을 토했는데, 남용 사장도 굉장히 기억에 남는 제자 중 한 명이고. 그 외에도 들면 많지만...

박인규 : 강봉균 의장과 사실 나이 차이는 크게 안 나실 것 같아요.

곽수일 : 저를 만나면 선생님이라고 하지만 제가 알기로는 저하고 한 3년 정도 차이일 겁니다.

박인규 : 이번에 책을 내셨어요. <경영의 시선으로 미래를 생각하다>라는 제목인데, 좀 전에 국내 기업들이 아직도 IT기술에 제대로 적응을 못한다는 말씀도 하셨는데, 그런 문제의식들이 들어가 있는 건가요?

곽수일 : 그렇습니다. 정년을 하면서 그동안 여러 가지 썼던 글들과 발표했던 글들을 모아서 일종의 칼럼집으로 낸 것이 <경영의 시선으로 미래를 생각하다>인데, 제 주장 중 하나는 우리나라가 IT분야에서 혹은 인터넷 활용에 있어서 1등이라는 발표를 많이 합니다. 인터넷 강국은 틀림없습니다. 특히 기술의 측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 개인들이 정보통신 기술을 쓰는 건 정말 잘 씁니다. 그런데 기업들이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을 쓰는 것을 보면 저는 굉장히 후진국이라고 봤습니다. 얼마든지 활용해서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서비스를 할 수 있는데 그런 면은 선진국보다 월등히 뒤집니다. 그래서 제가 그런 얘기들을 전부 모아서 한 5년 전에는 <미래가 지금이다>라는 책을 썼습니다. 그 책에 정보통신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를 썼는데 이번에는 이런 정보통신기술이 경제나 국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런 것들 다루면 좋겠어서 <경영의 시선으로 미래를 생각한다>라는 책을 쓴겁니다.

박인규 : 21일에 퇴임고별강연을 하시면서 '우리경제 기업경영의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라는 강연을 하셨는데, 보니까 선생님은 우리나라 경제개발이 시작되는 시기부터 40년을 학문생활을 해오셔서 어떻게 보면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 우리나라가 세계 11위 경제대국이라는 말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위기감도 있는 것 같아요.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 대열에는 들어가지 못했고 중국이나 인도에서는 쫓아오고, 그래서 앞으로 우린 뭘 먹고 사나 이런 고민도 많은 것 같은데 지금 우리나라 경제의 현주소랄까요?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곽수일 : 제가 대학을 졸업한 게 1963년이었는데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이 80불이었습니다. 그 당시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가 100불이었습니다. 유엔의 정의가 100불 미만이면 가장 후진국이라는 정의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가장 가난할 때 대학을 나와서 제가 교수를 시작할 때인 66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125불이었습니다. 요새 우리 국민소득이 금년에는 환율도 변동하고 해서 한 2만불 정도 도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면 제 생애에 우리나라 1 인당 국민소득이 한 200배는 늘었다. 이와 같이 압축성장을 한 나라가 지구상에 없을 겁니다. 제가 국제회의에 가서 발언할 때 늘 이런 얘기로 시작했습니다. 저는 1인당 국민소득 100불에서 시작해서 2만불 혹은 15000불이 되는 세상을 본 학자입니다. 그러면 다른 외국 교수들이 귀를 번쩍 뜨면서 세상에 당신같은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실제로 자기 생애에, 특히 대학을 졸업하고 교수로 있으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100불에서 1500불로 150배 뛰어가는 모습을 본 학자가 교수는 없다는 겁니다. 그걸 40년 만에 성취했으니까 대단한 압축성장이죠. 압축성장, 아주 좋은 단어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압축성장을 하다 보니까 자연히 허점이 많겠죠. 150년 성장할 것을 40년만에 성장하면서 발전했으니까. 그러면서도 정말 우리 국민들이 대단한 국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어려움 속에서 노력해서 수출 위주의 산업을 해서, 초기에는 노동집약적 산업이 전부였거든요. 봉제나 운동화, 가발, 이런 걸로 시작해서 요새 와서는 우리를 먹여주는 제품이 자동차, 전자, 조선, 철강 등 한동안 선진국들이 독점하고 있던 것을 뚫고 들어갔는데, 정말 앞으로 우리 경제를 먹여살릴, 빵을 벌어줄 산업이 뭐냐. 이런 것들이 지금 미래를 연구해야 될 텐데 마침 정부에서 정보통신 분야가 앞으로 우리의 빵을 벌 산업이라고 얘기하면서 열심히 푸시해 주기 때문에 국민들이 미래에 대해서 두려움을 갖기보다는, 역시 새로운 산업과 새롭게 성장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힘을 합치면 우리도 선진국 대열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박인규 : 역시 IT분야를 최대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곽수일 : 저는 적극 강조하고 싶습니다.

박인규 : 교수님은 경영학의 대부시고 CEO의 대부라는 말씀도 들으셨습니다. 그동안 쭉 많은 제자를 키우셨는데 진짜 훌륭하고 능력있는 CEO는 최소한 이런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런 나름대로의 관점 같은 게 있으실 것 같은데요..

곽수일 : 물론 있습니다. 사실 최고경영자과정 프로그램을 짤 때도 그런 윤곽을 잡고 짜는 거죠. CEO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 혹은 요구사항은 첫째 환경변화인식능력입니다. CEO로서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기업 내에서 어느 누구보다 앞서가면서 변화를 인식해야 된다. 정보통신기술이 기업을 엄청나게 바꾸고 있는데 그걸 느끼지 못하고 우리의 현재 성공비결은 이거니까 이걸 열심히 하자. 그래서 열심히 하게 되면 어느 날 깜짝 놀랄 겁니다. 이제까지 1등 기업이었는데 우리 언제 이렇게 됐나 하고. 그런 속도로 빠른 변화를 일으키는데 그런 빠른 변화에 대해서 인식해서 기업을 대표해서 전략을 세워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능력이 말하자면 환경변화인식능력입니다. 빨리 알고 인지하고 대처하고 전략을 세워서 기업의 방향을 틀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할 거구요. 그 다음에 창조적인 파괴를 해야 됩니다. 우리가 1등이라면, 많은 기업들이 그러죠. 우리가 앞으로 위기에 처할 거다. 그러면서.. 창조적인 파괴는 제가 쓴 용어가 아니고 슘페터라는 유명한 경제학자가 쓴 말이죠. 기업가라는 건 시장이나 제품이나 기술의 측면에서 새로운 창조적인 파괴를 하면서 그 속에서 새로운 기술과 제품,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게 기업가의 역할이라고. 이게 다른 말로 하면 결국은 창조성일 겁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정보통신관계 디지털 이코노미라는 책을 보면 재밌는 말이 나옵니다. 'let go at the top.' 1등일 때 버려라. 그래야 당신들이 결국은 미래에 계속 대처할 수 있다. 그런 것들이 전부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능력이 있어야 될 거구요. 어떤 사람은 이런 것을 생활문화창조능력이라고 얘길 하죠. 제품서비스, 새로운 생활문화를 만들어내야 된다고. 세 번째로는 역시 일은 사람이 해줍니다. 인간관계능력이 있어가지고... 요새 노사관계가 어렵다고 하면 역시 책임을 지셔야지요. 그것도 하나의 인간관계능력으로서 성적을 받아야 되니까. 그런 의미에서 인간관계능력이 중요한 덕목입니다. 저희들 최고경영자과정도 그런 틀 속에서 짜여지게 됩니다.

박인규 : 세상의 변화를 일찍 파악하고 대응하고, 창조적인 파괴를 하고 인간관계가 중요하다.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CEO가 많이 나왔지만 혹시 국내 CEO들과 이른바 세계적으로 유명한 CEO들을 비교해 봤을 때 우리나라 CEO들의 강점과 약점이랄까, 이런 걸 비교할 수 있을까요?

곽수일 : 비교라면 우습구요. 아무래도 우리나라 CEO들은 한국적인 토양에서 성장했고 한국적인 경제환경 속에서 하는 분들이지만, 제가 은퇴를 하면서 아주 기쁘게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제가 교수를 시작할 때는 사실 그렇게 큰 기업이 없었습니다. 1960년대 초에는 5백만 불만 수출했으면 우리나라 1등 기업이었으니까요. 요새는 하루에 1억불 수출하는 기업도 있을 겁니다. 아주 소규모 기업에서부터 제가 은퇴할 때 오늘 현재로 세계 1류기업이 있습니다. 삼성이나 엘지전자, 정말 포춘 500대 기업에 들어가는 기업들이거든요. 그런 걸 보면서 첫째로 느끼는 것이 우리나라 최고경영자들이 엄청나게 발전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어디 내놔도 그 분들은 전혀 손색없을 거고. 그렇지만 그 분들의 성공요인 중 하나는 한국경제 속에서 본인들이 클 수 있는 토양을 스스로 알면서 거기에 한국적인 전략을 썼기 때문에 성공한 분들이고. 그런 의미에서 외국의 유명 CEO들과 비교하긴 어렵지만 저는 우리나라의 최고경영자 분들이 외국의 최고경영자 분들에 비해서 능력이나 지식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라는 특수한 환경에 잘 적응하고, 또 우리나라라는 이점도 있지만 불리함도 많거든요. 장애물도 많고. 그런 것들을 잘 극복해가는 훌륭한 경영자들이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박인규 : 개인적인 질문을 좀 드리겠습니다. 66년에 26살 나이로 조교로 시작하셔서 전임강사를 하셨는데, 아까 강봉균 의장 얘기도 나왔지만 일찌감치 교수 생활을 시작하셔서 학생들 가르치려면 애로사항도 많으셨을 것 같아요.

곽수일 : 솔직히 말씀드려서 제가 동기도 많이 가르쳤습니다. 군대를 갔다 와서 복학한 동기생들. 제일 어려운 것이 동기생 가르치는 겁니다. 동기생이 앉아 있으면 제가 강의를 하다 동기생 얼굴을 보면 하던 말을 다 잊어버립니다. 그래서 제가 아주 싫어했습니다. 그리고 동기생들이 시험 볼 때에 복학해서 아주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저를 찾아오는데 제가 그 당시 엄격히, 어떤 형태로든 봐주면 안 된다고 엄격히 했기 때문에 동기들한테 야단을 많이 맞았습니다.

박인규 : 인기는 없으셨겠군요. 학점을 굉장히 짜게 주셨다는 말씀도 들었습니다.

곽수일 : 제가 66년에 미국에서 귀국을 하면서, 미국에서 2년동안 석사를 하면서 정말 미국에서 공부를 열심히 가르쳐야 한다는 걸 봤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대학에서 열심히 가르친다고 하지만 사실 한 과목에서 책 한 권 읽히는 적이 별로 없었거든요. 그런데 컬럼비아 대학교 석사과정을 갔더니 한 과목에서 일주일에 다섯 권을 읽히더라구요. 제가 정말 놀랐습니다. 우리나라 이렇게 해서는 절대 선진국을 따라갈 수가 없다. 그래서 제가 귀국해서 교수생활 하면서 처음에 아주 작심을 한 것이 정말 아이들을 열심히 공부시켜야겠다. 그런 마음 때문에 학점을 제가 굉장히 엄하게 줬습니다. 어떤 경우 3,40%를 F를 줘 버리는.. 이렇게 해서는 한국이 후진국을 탈피할 수 없다. 그러니까 나를 욕하지 말고 이해하고 다시 들어라. 그래서 제가 그 당시 학점을 너무 짜게 줘서 지금도 만나는 사람마다 여러 가지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 당시 A의 기준을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보다 나은 사람은 A고, 그래서 A가거의 없습니다. 요새도 뚜벅뚜벅 어떤 분이 와서 "제가 A받은 학생입니다" 하면 제가 아주 깜짝 놀랍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 물어보고. 그 다음엔 아주 잘 한 학생은 B, 평범하면 C고 그 외에는 전부 D보다는 F를 줬기 때문에 제가 학점으로서는 정말 오명을 휘날렸습니다.

박인규 : 그 당시 곽교수님이 가르치신 과목이 생산관리였는데 실제가 생사관리였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곽수일 : 왜냐하면 생산관리가 전공필수 과목입니다. 경영학 전공자는 모두 들어야 되는데 그때 교수가 저 혼자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학점을 안 주면 절대 졸업이 안 됩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한 번 듣고 두 번 들으면서 학점을 따야만 졸업할 수가 있기 때문에 아마 그렇게 이름을 붙였던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이번에 부인 되시는 최정규 여사도 책을 내셨다고 들었습니다. 정년퇴임 기념인가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곽수일 : 기념이라기 보다는, 제가 결혼한지 금년에 한 40년 정도 됩니다. 그런데 삶의 오솔길이랄까... 삶 속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 이야기, 또 우리가 그동안 40년 살아온 얘기, 또 아이들 키운 얘기, 또 인터넷이 되면서 아이들이 외국에 유학가 있을 때 인터넷으로 교신한 내용들을 전부 모아서 <또 하나의 언덕을 넘으며>라는 비매품을 만들었습니다. 시중에서 파는 책은 아니고 그냥 아는 친지 분들한테 나눠주는 책인데 그걸 받아보신 분들은 상당히 호응을 잘 해주십니다. 삶에 언덕이 얼마나 많은지, 서울대학교 교수로 시작했기 때문에 굉장히 평탄하고 순탄하게 살았을 거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삶에는 참 여러 번 언덕이 있더라구요. 힘들게 올라가면 또 내려가야 되고. 그래서 제가 가끔 이런 질문을 합니다. 혹시 신이 당신을 다시 20대 청년으로 돌려보내겠다고 하면 돌아가겠느냐. 그럴 때 저는 아마 선뜻 '예'를 안 할겁니다. 왜냐하면 삶의 언덕이라는 게 워낙 쉽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쓴 것이 그 책입니다.

박인규 : 부인께서 남편에게 그런 책을 헌정하실 정도면 기업경영 뿐만 아니라 가정경영에도 상당히 일가견이 있을 것 같은데 비결이 있습니까?

곽수일 : 그냥 평범한 주부죠. 열심히 성실하게 사는 주부입니다. 물론 이화여대에서 오랫동안 교양영어를 가르쳤습니다. 그래서 제자도 저처럼 많습니다. 그런데 굉장히 열심히 산 주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만 65세라는 이유로 정년퇴임을 하셨지만 제가 듣기로는 미국에는 8,90까지 강의하시는 분이 많다고 하고.. 아직 강의는 계속 하시는 거죠?

곽수일 : 예. 미국에서는 교수들에 한해서 정년이 없습니다. 그래서 계속 교수를 할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65세로 정했는데 거기에도 이유도 있다고 봅니다. 정년이 없으면.. 미국 대학에서 7,80세까지 가서 심지어 어떤 교수님은 교실을 못 찾는 분이 있습니다. 그래도 평생교수계약을 했기 때문에 그만 두질 않으니까... 그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65세 이후에 건강할 때는 강의를 좀 하고, 특히 원론강의 같은 건 원로교수가 잘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강의를 좀 하고. 어느 정도 건강이 쇠퇴하면 자연스럽게 물러나는 게 삶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이미 서울대는 공식적으로 떠났지만 명예교수로 강의도 하실 거고, 혹시 앞으로 특별하게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말씀해 주시죠.

곽수일 : 제가 요새 물론 강의도 하지만 최근에는 작년부터 헤어지는 연습을 하면서 여주에다 나무를 심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합니다. 육영에서 육림으로 떠났구나.. 무릎에 올라오는 정도의 묘목를 심으면 15년 정도 커야만 쓸만한 나무가 됩니다. 느티나무, 자작나무, 고로쇠 나무 등을 심는데.. 그래서 열심히 나무를 심고 있고. 그리고 작은 재단을 하나 만들어서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문화활동을 촉진하려고 합니다. 그런 재단활동을 통해서, 제가 평생 교육에 있었는데 이제는 중고등학생들의 문화적 능력개발에 일조를 해볼까 합니다.

박인규 : 계속 키우시는 일을 하시는군요. 경제와 학생과 나무를 키우고... 오늘은 곽교수님의 개인적인 측면에 대해서 말씀을 나눴고, 내일 한 번 더 모시고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하는 말씀을 나눠볼까 합니다. 오늘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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