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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도 안데스 넘어 태평양으로 진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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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도 안데스 넘어 태평양으로 진출하자"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195> 아르헨-칠레, 안데스 철로복구 합의

남미 국가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태평양으로의 철로가 활짝 열릴 전망이다. 지난 12일 아르헨티나와 칠레 양국 정상은 와인의 도시 아르헨의 멘도사에서 회동해 안데스 산맥을 관통하는 철로 복구 건설공사에 착수하자는 데에 최종 합의했다.

이 공사가 완공되면 브라질의 리우-산토스-몬테비데오-부에노스아이레스-로사리오-멘도사-산티아고를 관통하는, 태평양으로의 새로운 철로가 개척된다. 또 태평양으로의 철로개척을 갈망했던 내륙의 볼리비아는 물론 파라과이까지도 열차를 타고 태평양에 진출하는 간접적인 노선을 마련하는 전기를 맞게 될 것으로 평가된다.

아르헨티나의 멘도사에서 안데스의 험로를 넘어 칠레의 로스안데스까지 225Km에 이르는 철로 보수공사에는 3억 달러의 예산이 소요되며 오는 2009년 12월에 완공될 예정이다.
▲ 안데스산맥을 가로지르는 철로 건설에 최종합의한 아르헨, 칠레 양국 정상 ⓒ아르헨 대통령궁

'트랜스-안데스산맥(Trasandino)'으로 명명된 철로 복구공사를 맡을 시공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이날 공개 입찰식에서 키르츠네르 아르헨 대통령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아르헨과 칠레는 통합을 한걸음 앞당기고 세계로 향하는 통로를 함께 열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첼 바첼렛 칠레 대통령은 "칠레와 아르헨티나가 앞장서서 지역통합을 완결하자"고 화답해 에너지를 축으로 한 중남미 통합을 철로연결로 앞당기자고 주장했다.

아르헨과 칠레 양국 정부는 내년 2월까지 트랜스-안데스산맥 철로복구의 시공사를 확정할 예정이다. 현재 칠레의 한 석유회사와 아르헨 멘도사주 석유기업이 참여한 안데스산맥 철로 재건설 프로젝트에는 아르헨 멘도사주의 석유기업 떼끄니까구아(Tecnicagua)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떼끄니까구아사는 10년 이상 이 프로젝트를 준비했으며 공사에 소요되는 자금 역시 인터아메리칸 개발은행을 통해 이미 확보를 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정부가 시공자 확정만 끝내면 공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될 거라는 얘기다.

떼끄니까구아사의 관계자들은 "트랜스-안데스산맥 노선은 아르헨티나의 멘도사와 칠레의 로스안데스를 잇는 것에 그치지 않고, 브라질의 상파울루와 산토스항까지 이르는, 바다와 강을 이용한 노선과 철로를 통해 남미공동시장의 주요도시를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미공동시장의 경제지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야심찬 포부인 것이다.
▲ 지난 1910년 개통 당시의 트랜스-안데스산맥 기차역 ⓒ멘도사 주정부 자료

이와 함께 안데스산맥을 관통하는 트랜스-안데스 노선 복구공사는 태평양 연안국가들의 광산업계를 흥분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리와 각종 비금속 등의 보고로 알려진 남미 대륙이 그동안 수송수단의 미비로 국제 광산업계의 외면을 받아 왔으나 이제 태평양 노선을 잇는 트랜스-안데스산맥 철로로 인해 남미에 대한 투자 붐을 일으킨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구리 등 각종 비금속광물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철도 운송망 네트워크가 절대적이었다.

'남미대륙 교통수단의 일대혁명 예고'

현지의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남미대륙 교통수단에서 일대 혁명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대형트럭에만 의지해 왔던 남미대륙의 수송수단이 물량과 가격 면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안데스노선은 지금까지 하루 500~800여 대의 대형트럭이 안데스를 넘어 아시아 국가로 향하는 곡물 등 각종 광물을 실어 나르는 황금노선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겨울철이 되어 안데스산맥에 적설량이 많아지면 며칠씩 교통이 두절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했다. 또 트럭운송회사들의 가격담합으로 터무니없이 높은 운송대금을 지불해 왔다는 게 관련업계의 불만이었다.

하지만 트랜스-안데스산맥 열차노선이 개통되면 이런 문제들을 일거에 해결할 뿐만 아니라 물동량도 획기적으로 증가하고 물류비용도 절감하는 등 아시아시장을 겨냥한 남미공동시장의 상품들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게 될 거라는 전망이다.

안데스 철로 개통은 남미공동시장이 태동하면서부터 활발하게 논의됐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와 칠레간 국경분쟁문제 등 외교관계가 악화되면서 지지부진해 오다가 지난 2003년 아르헨 키르츠네르 대통령과 라고스 칠레 대통령이 극적으로 합의를 이루었고, 이번에 최종적으로 시공사를 결정하게 될 공개입찰을 하게 된 것이다.
▲ 경제불황과 외교 문제로 방치돼온 트렌스-안데스산맥 철도 ⓒ멘도사 주정부 자료

칠레를 통해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안데스산맥의 트랜스-안데스산맥 철길은 지난 1910년 영국인 기업가와 칠레기업에 의해 개통이 됐으나 경영난에 봉착해 영국 철도회사로 소유권이 넘어가 운영돼왔다. 그 후 영국과 아르헨, 칠레 사이의 외교 분쟁이 불거지자 운행이 중지되어 오랜 기간 동안 방치돼 왔다.

더욱이 지난 80년대 중남미 전역을 휩쓴 장기적인 경제난으로 안데스 열차노선은 무용지물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 2000년대로 들어와 남미의 경제가 살아나고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국가들과의 교역물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자 칠레와 아르헨 민간기업들이 주도해 안데스 열차노선 복구 프로젝트가 탄력을 받게 됐다. 그러나 양국 정부가 서로간의 입장차를 극복하지 못해 미루어오다 지난 12일 최종적으로 합의를 이루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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