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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대북 대화노력 포기했다고 들은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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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대북 대화노력 포기했다고 들은 바 없다"

정부, 힐 제안 '다자회담'에는 회의적 태도 내비쳐

우리 정부가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11일 제안한 '유엔총회 계기 다자회담'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정부 당국자는 12일 "두 달 전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그런 협의(10자회담)를 해도 달라진 게 없는데, 유엔에서 또 그런 (다자)회담을 한다고 해서 과연 거기서 어떤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겠냐"고 되물으며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이 당국자는 "그런 (다자)회담에 반대하지 않지만, 우리로서는 6자회담의 틀을 살리고 가동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하고, "회담 참가국의 수와 회담의 유용성·생산성이 비례한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반비례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정부의 이같은 태도는 최근 미국이 제의한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 혹은 이미 열린 'ARF 계기 10자회담' 등이 별다른 성과도 없으면서 북한을 포위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을 우려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11일 한국을 방문한 힐 차관보는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만찬회동에서 다자회담을 제안했었다.
  
  다자회담 성사 여부 및 효과 불확실
  
  그러나 정부 당국자의 이같은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미국의 다자회담 추진 자체를 말린다거나, 회담이 실제 성사될 경우 불참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 당국자는 "우리로서는 다자회담 틀이라는 게 6자회담 재개에 도움이 된다면 형식에 관계없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어차피 유엔에서 모이는 기회에 다시 모여 얘기 한 번 해보자는 구상에 전혀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자회담 구상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회담에) 찬성한다고 하지 않은 나라들이 있어서 성사는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다자회담에 대한 중국의 입장에 대해 그는 "중국은 기본적으로 (다자회담을) 해봐야 소용없다, 6자회담이 급선무다, 다자회담 많이 해서 북핵 해결에 도움될 게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6자회담 재개에 노력을 집중하는 게 낫다고 본다. 그런 (다자) 회의에서 북핵 해결에 대단히 극적인 돌파구가 나오는 건 어렵지 않겠나 한다"고 거듭 회의적인 태도를 취했다.
  
  미국 내 협상파 입지 극도로 좁아진 듯
  
  한편 이 당국자는 '미국이 북한의 협상의지가 없는 것으로 최종 판단했다'는 <연합뉴스>의 이날 보도에 대해 "대화노력을 포기한다는 얘기는 내가 아는 한 미국이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연합뉴스>는 이 기사에서 "미국은 미사일 국면 이후 북한의 동태를 분석한 결과 '협상의지'가 없는 것으로 결론내리고 본격적인 대북 제재에 착수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힐이 이번 방문에서 그같은 입장을 우리 정부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의 대북 제재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당연히 해야겠지만 그것은 대화노력을 포기하는 것과 전혀 다른 얘기"라며 "외교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좌절감을 갖고 비관적인 사람들이 (미국에) 많이 있겠지만, 그것을 대화노력의 포기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못 박았다.
  
  그는 '미국이 대화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게 일반론인가, 아니면 힐 차관보와의 논의에 따른 판단이냐'는 질문에 "근거가 있는 얘기"라고 답했다.
  
  그러나 미 행정부 내 대표적인 협상파인 힐이 최근 "북한 설득에 어려움이 크다", "북한은 9.19공동성명 이행의지를 보여준 것이 없다"고 말하는 등 '피로감'을 종종 내치는 것으로 보아 미국 내 협상파들의 입지가 극도로 좁아진 것만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대화노력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북한에 대한 (미국의) 회의와 의문이 계속 높아지는 건 틀림없다"는 정부 당국자의 말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정부가 '제재에 상응하는 외교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미국에 강조하면서 협상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북한과 미국 양측을 다각도로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 안보리 제재와 외교노력 분리대응
  
  이 당국자는 또 힐이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중국에 체류하면서 6자회담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부상에게 만날 것을 제의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결정을 하기 전에는 북미 양자협상을 안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언급하며 즉답을 피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따른 대북 제재에 대해 이 당국자는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기 전에는 제재를 유예하자는 얘기를 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해 조만간 미국의 구체적인 제재 조치가 발표될 것임을 암시했다.
  
  그는 "힐이 제재와 관련해 이번에 제기한 것은 없다"면서도 "제재는 내용과 시기의 문제이지 하고 안 하고의 문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어떤 제재를 취할 것인지는 오래 전부터 검토했고, 유엔 회원국들에게도 미국의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은 조만간 대북 제재 조치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고, 그 내용은 지난 2000년 6월 일부 해제했던 경제제재를 복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힐 차관보는 이날 한국을 떠나면서 "유엔의 모든 회원국들이 안보리 결의(1695호)를 이행해야 하며 이렇게 되도록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안보리 결의에 따른 미국의 제재는 어쩔 수 없는 수순이지만,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외교노력과는 별개의 것으로 보고 분리 대응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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