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9월 중순부터 열리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지난 7월말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열린 '10자 회동'과 유사한 다자회동을 갖자는 방안을 제의했다.
방한 중인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미측 6자회담 수석대표)는 11일 오후 시내 힐튼호텔에서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한국측 수석대표)과 만찬 회동을 갖고 북핵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런 제안을 했다고 천 본부장이 전했다.
미국측 제안에 대해 천 본부장은 "6자회담의 신뢰성을 훼손하지 않는다면 그런 형태의 다자회동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 본부장은 그러나 "미국측 제안에 대해 현재까지 관련국들이 모두 참석한다는 답을 한 것은 아니다"며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회동에 대해 "6자회담의 재개방안과 외교 복원 방안에 대한 솔직한 의견교환을 했다"면서 "현재로서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는 것 외에 다른 뾰족한 외교 복원책이 없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도 회동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다자회동'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협의에 대해 (천 본부장과) 의논했다"면서 "(다자회동이 열릴) 가능성에 대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그러나 "다자 회동을 통해 동북아의 여러 문제를 논의할 수 있지만 그런 회동이 6자회동을 약화시키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고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려 한다면 우리는 금융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이어 6자회담의 장기 교착에 대해 "누구의 책임인지를 잘 보아야 한다"면서 "6자회담이 지금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힐 차관보는 또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문 채택에 따른 후속 조치 차원에서 미국이 검토 중인 대북 제재 조치의 발효 시점과 관련, "우리는 유엔 안보리 결의문 이행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만 이행 스케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다자회동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6자회담 참가국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다"면서 "북한이 참석할 가능성은 적지만 적어도 중국이 동의해야 다자회동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자회동 추진 시기에 대해 "북한측 유엔 담당 외무성 부상이 뉴욕을 방문하는 시기와 맞물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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