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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vs 미국, 이제는 實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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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vs 미국, 이제는 實戰이다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186> 쿠바의 장래와 안보리 진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대외적인 행보가 그 어느 때보다 빨라지고 있다. 그동안 설전으로 일관하던 미국과의 대립관계를 외교적인 행동을 통해 확실하게 제압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잰 걸음으로 동분서주하고 있는 차베스의 최근 대외적인 활동을 살펴보면 오는 12월 대선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과의 외교전에서 기선제압을 목표로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물론 차베스는 14일(현지시간) 공식적으로 오는12월3일 치러지는 차기 대선에 후보로 등록을 마치기는 했다. 하지만 대선 유세보다는 쿠바문제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진출에 더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안보리 진출, '반제국주의를 위한 캠페인'

차베스가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대상은 크게 나누어 두 가지다. 우선 오는 10월 치러지는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표결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과테말라를 따돌리기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하는 것과 카스트로의 중병으로 공백이 생긴 쿠바의 후계구도 설정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자신의 입지를 한층 강화하는 것이다.

차베스는 자신의 이런 행보를 놓고 '반제국주의를 위한 캠페인'이라고 명명했다. 이미 시작된 미국과의 외교전을 통해 라틴아메리카는 물론 전세계를 향해 자신의 역량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미국의 힘이 더 이상 확대되는 것을 막겠다는 각오다. 이런 맥락에서 차베스는 지난달 미국에 비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온 국가들을 차례로 순방해 자신의 지지세를 확실하게 이끌어 내기도 했다.

유엔안보리 이사국 진출을 놓고 총력을 경주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정부는 최근 "반미 성향이 강한 중남미에서는 일단 우리 정부가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분석하고 "미국에 우호적인 일부 중남미 국가들도 과테말라가 중남미에서 가장 혹독한 인권유린국가라는 점을 들어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지만 그렇다고 과테말라를 지지하는 건 생각해볼 문제'라는 이중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고 밝혔다.

과테말라는 지난 36년간 20만 명 이상의 민간인이 정부군에 의해 살해당한 쓰라린 과거를 안고 있는 등 인권문제에 있어 사각지대나 마찬가지인 국가 라는 것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차베스 측근들은 이어 "중남미에서의 확실한 승기에 이어 러시아와 아프리카, 아시아 국가들 중 일부의 지지를 확보, 과테말라보다는 우리가 약간 우세한 입장"이라면서 베네수엘라의 안보리 진출을 확신했다.

2년 임기의 유엔 안보리 이사국 선출은 192개 회원국들의 비밀투표로 3분의 2 이상의 득표를 해야 선출이 확정된다.

'쿠바와 카스트로를 위한 차베스의 생일선물'

미국과의 대립구도에서 차베스가 결코 물러설 수 없는 또 다른 한판의 승부수는 쿠바의 장래와 관련된 문제다. 카스트로 이후 쿠바의 민주화 또는 체제 유지 여부를 놓고 미국과 차베스가 첨예한 대립의 각을 세울 거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지난13일 오후 80회 생일을 맞은 카스트로를 전격 방문한 차베스는 "아메리카의 영웅에게 최상의 생일선물을 전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차베스가 쿠바와 카스트로를 위해 마련한 선물보따리는 통상적인 생일선물이 아니라 쿠바의 고질적인 가난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경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 "차베스, 자네가 내 동생 라울과 쿠바 국민들을 내 대신 잘 챙겨주게." ⓒ 일간<그란마>(쿠바)

미국 정부는 8000만 달러 상당의 예산을 긴급편성해 쿠바의 민주화에 기여하겠다는 복안이지만 차베스는 이번 카스트로의 생일축하 방문에서 쿠바 전체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실질적인 선물 보따리를 풀어 미국과 차별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차베스는 지난13일 쿠바로 떠나기에 앞서 자신의 측근들에게 쿠바 해안에 매장돼 있는 해저유전에 대해 언급했다. 현재 쿠바의 기술과 자금력으로는 해저유전 탐사와 발굴작업이 무리일 수 있으나 베네수엘라국영석유(PDVSA)와 이 부분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브라질국영석유(PETROBRAS)를 공동참여 시킬 계획이라면서 측근들에게 이 프로젝트의 추진을 급히 서두르라고 지시해 놓은 상태다.

이를 위해 차베스는 브라질 정부와도 이미 합의를 끝낸 상황이며 탐사비용 역시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한 베네수엘라와 쿠바, 브라질 정부가 이 프로젝트에 대한 공동참여지분 문제 등 세부적인 조율만 남겨놓고 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카스트로 이후의 쿠바체제의 변화를 위해 각종 지원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의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차베스가 꺼내든 회심의 카드인 셈이다.

또 카스트로 이후에 등장할 쿠바의 지도자가 누가됐든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자신의 힘을 과시함으로써 쿠바 내부에서 자신의 지지도를 강화해 향후 있을지도 모르는 미국정부의 쿠바 내정간섭을 완벽하게 봉쇄하겠다는 의도다.

쿠바정부와 차베스는 쿠바 연안 걸프만에 대규모 유전의 존재를 확신하고 있는 상태다.

차베스를 통해 오일달러의 막강한 힘을 체험한 쿠바 지도자들과 국민들이 카스트로가 부재중임에도 불구하고 차베스의 쿠바방문을 열렬히 환영하고 있는 것도 예사롭지가 않아 보인다. 평소 차베스와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했던 라울 카스트로 역시 차베스를 향해 최상의 의전을 베풀고 평소와는 다르게 몸을 한껏 낮추어 차베스를 영접 하기도 했다.
▲ 13일 쿠바를 전격 방문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라울 카스트로와 대화하고 있는 모습. ⓒ 베네수엘라 대통령궁

현지 외교전문가들은 "카스트로 이후 쿠바의 장래를 놓고 벌이는 미국과 차베스의 외교전 역시 현재로선 차베스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차베스는 이번 쿠바방문을 통해 조건 없는 무제한적인 지원과 쿠바 국민들과 카스트로를 향한 애정을 앞세워 쿠바 내에서 반미 감정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예상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현지언론들은 카스트로 이후 대 쿠바 전략을 세우고 있는 미국정부의 모습은 마치 지난 1961년 피그만 침공 때를 연상케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은 45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쿠바 정국의 실상을 그만큼 오판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병상에 누어 장래를 기약할 수 없는 상태가 된 카스트로는 자신을 방문한 차베스와 3시간이 넘게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임시대행 체제를 맡고 있는 라울 카스트로가 배석했으며 카스트로는 차베스를 향해 동생인 라울과 쿠바 국민들을 자신을 대신해서 잘 챙겨달라고 간곡히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차베스는 자연스럽게 자신이 준비한 진짜 선물보따리(쿠바 연안의 해저유전 개발프로젝트)를 풀어 보였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쿠바의 장래가 미국 정부의 영향을 받는 게 아니라 차베스 손에 달려 있다는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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