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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은 정말로 한국에서 발을 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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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은 정말로 한국에서 발을 뺄까?

['전시 작전통제권 회수' 논란의 허실 (中)] 작통권 이양은 왜?

작통권 환수 반대·연기론자들이 주장하는 대로 미국은 정말 작통권을 한국에 넘겨준 뒤 한국에서 발을 뺄 수도 있는 것일까. 미군의 한국 주둔은 '수가 틀리면' 포기할 수도 있는 그런 것일까.

이 문제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왜 작통권을 이양하려 하는지를 우선 따져봐야 한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올 1월 합의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구사하기 위해서라는 것으로 정리된다.

대북 억제와 방어라는 '짐'은 한국군에게 맡기는 대신, 주한미군은 그간의 '붙박이군'에서 탈피해 미국의 필요에 따라 해외 작전을 언제 어디서든 펼 수 있는 '신속기동군'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를 위해 미국은 대북 방어만을 목적으로 하는 한미연합사령부를 해체하고 한미 양국이 독자적인 지휘체계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작통권 문제를 '털어버림으로써' 한국군이 독자적인 지휘체계를 갖도록 하려 하고 있다.

최근 작통권과 관련한 청와대 회의에 다녀온 한 인사는 "미국과의 작통권 환수 협상에 참여 중인 한국군의 한 고위관계자는 '미국이 전략적 유연성을 위해 작통권을 넘겨주려 한다'는 말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 작통권 환수와 주한미군 기지이전은 전략적 유연성의 실현을 위한 것이다. 사진은 윤광웅 국방장관과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이 2004년 용산기지 이전 포괄협정(UA) 및 이행합의서(IA)와 연합토지관리계획(LPP) 개정안에 공식서명식에서 서명을 한 뒤 악수하는 장면. ⓒ연합뉴스

미국의 이같은 전략 변화는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의 '럼스펠드 독트린'에 따른 것으로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미군들을 첨단화·경량화(light and sharp)해 미국이 직면한 새로운 위협에 대처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제럴드 포드 대통령 시절인 1975년 미 국방장관을 지냈던 럼스펠드가 2001년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다시 국방장관이 되어 주한미군에 대한 브리핑을 듣는 자리에서 '아직도 이렇게 많이 있어?'하고 의아해 했다는 일화는 주한미군의 성격변화를 예고한 장면이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미군 내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군대로 지목된 주한 미 2사단을 평택으로 이전하고 스트라이커(신속기동) 여단으로 개편·감축하는 등 전략적 유연성을 실현할 작업을 진행중이다.

따라서 작통권 환수는 이같은 미국의 필요, 노태우 정부 때부터 있었던 한국의 환수 요구, '작통권 환수는 군사주권의 핵심'이라고 여기는 노무현 정부의 요구 등이 맞물려 이뤄지는 것으로 결론지을 수 있다.

"미군을 뺀다면 왜 평택에 첨단기지를 지을까"

물론 이같은 배경을 확인했다고 해서 작통권이 이양되면 미국이 주한미군을 언제든 철수시킬 수 있다거나,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군이 오지 않을 수 있다는 논리가 완전히 반박되지는 않는다.

그를 위해서는 미국은 왜 대북 방어를 한국군에 맡기면서도 앞으로도 한국에 군대를 주둔시키려 하는가를 따져보는 게 핵심이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히는 것은 중국 방어다. 경제적·군사적으로 이 지역의 맹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미일동맹은 물론 기존의 한미동맹을 유지해야 하고, 그를 위해 군대 주둔이 필수적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여기에는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나아가 한미동맹이 깨질 경우 한국이 중국의 영향권 내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군사문제 전문가인 함택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난 6월 20일 미국 노틸러스연구소 온라인 정책포럼에 발표한 글 '한국의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의 미래'에서 "미국은 한국이 제1의 경제 파트너이자, 제국주의 일본의 침략을 공유하고, 북한의 붕괴를 막아야 한다는 공동의 이익을 가진 중국 쪽으로 기울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기 동국대 교수도 미국이 한미일 군사안보협력체제를 강화하는 것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따라서 주한미군이 철수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국은 미일·한미동맹에 호주와 대만까지 끌어들여 아시아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만드는 과정에 있다"며 "그렇게 된다면 주일 미군기지는 대중국 방어의 후방기지, 한국의 평택 기지는 '전진기지'가 되면서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통권을 줘버리고 주한미군을 빼려 한다면 항구적으로 쓸 최첨단 기지를 왜 평택에 짓고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이같은 전략에 의해 주한미군을 지속적으로 주둔시키겠다는 미국의 정책은 최근에도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딕 체니 미 부통령은 지난달 27일 "한반도의 평화와 친구의 안보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깨질 수 없다"며 "우리는 미군을 (한반도에) 계속 주둔시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버웰 벨 주한미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도 8일 "한미동맹은 단순한 군사동맹 이상으로 지역과 세계의 자유와 번영, 그리고 민주주의의 증진을 위한 포괄적인 동반자 관계"라며 "우리는 우리에 대한 요구가 있고 환영을 받는 한 믿음직한 동맹으로서 한국에 머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통권 환수와 유사시 미 증원군 파견의 관계는?

또 작통권이 환수된 상태라면 한반도 유사상황이 벌어질 경우 미 증원군의 파견이 어렵다는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작통권 환수 여부와 증원군 파견은 상관이 없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철기 교수는 "미국이 증원군을 파견하는 것은 작통권을 누가 갖고 있느냐가 아니고 미국의 군사 전략과 정치적 필요성에 따라 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동맹관계가 없는 나라를 돕기 위해서도 이익이 있다면 군대를 파견한다"고 말했다.

문정인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도 10일 <KBS> '라디오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에 출연해 "(증원군 파견은) 동맹의 틀 안에 있는 것이지 작통권과 관련된 게 아니다"며 "한미동맹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고 하는 틀"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사는 이어 "운용 방법(작통권 환수와 연합사 해체)의 변화가 온다고 해서 동맹 자체가 해체되고 변화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시기상조론과 북한군 우세론은 낡은 통념

작통권 환수 반대론보다 다소 온건한 '시기상조론'을 펴는 사람들이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우리 군의 정보전력과 작전 기획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주장은 한국군의 정보전력을 상대인 북한과 비교하지 않고 미국과 비교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국방개혁 2020'에 따라 우리 군이 공중조기경보체제(AWACS)나 무인 정찰기를 도입한다고 해도 현재 미군이 가지고 있는 정보능력을 따라갈 수는 물론 없다. 그러나 사실상 '까막눈'인 북한의 정보전력과 비교한다면 한국군이 갖고 있는 현재의 능력은 월등하다.

실제로 우리 군은 통신 감청용 정찰기 도입 사업인 백두·금강 사업을 1991년부터 추진했고, 대북 신호 감청(향백사업) 시설 현대화 사업, 인공위성 사업 등을 통해 영상정보와 신호정보 취합 능력은 북한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이철기 교수는 "앞으로 우리 군은 여단급 수준에서도 C4I(전술지휘통제)를, 군단급 수준에서도 무인정찰기를 갖춘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그런 군대는 현재 미국 외에 없고,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의 능력을 능가하는 것으로 작통권을 받을 경우 정보전력에 구멍이 뚫린다는 얘기는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부 환수 반대·연기론자들은 북한군의 군사력이 남한보다 우월하고 우리 군의 전쟁 수행 능력이 떨어진다는 '낡은'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이에 대해 문정인 대사는 "세상에 60만 군대를 가진 국가가 전쟁 수행 능력이 없다면 그것은 완전히 엉터리 군대 아닌가"라고 되묻고 "60만 대군이, 그리고 우수한 장성·장교들이 독자적인 작전 수행 능력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함택영 교수는 노틸러스 연구소 발표문에서 "무기의 수를 세는 단순한 셈법으로는 북한이 앞설 수 있지만, 한국은 군사훈련과 장비 지원 능력, 수송, 준비태세 등 모든 면에 엄청난 국방예산이 투입되어 질적으로 첨단을 자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 교수는 이어 "북한은 남북한간 군비 경쟁에서 이미 졌다"며 "특히 한국의 국방개혁안이 시행되면 첨단 무기와 정보 전력 등에서 북한보다 훨씬 우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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