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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범죄 저지른 지도자들 국제법정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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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범죄 저지른 지도자들 국제법정 세워야"

[김재명의 월드 포커스] <30> 이스라엘의 국가테러와 전쟁범죄

그 진저리 나던 매향리 사격장이 중동으로 옮겨갔나? 이즈음 날마다 아침이면 간밤에 이스라엘 공습으로 어린이들과 노약자들이 죽고 다쳤다는 소식을 듣는다. 레바논에선 지난 7월 13일부터 이스라엘 공습테러가 벌어져 왔으니, 벌써 1개월에 가깝다.

팔레스타인에서는 또 어떠했나. 지난 2000년 9월부터 거의 6년 동안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는 미제 F-15, F-16 전폭기와 코브라(공격용 헬리콥터) 조종사들의 스트레스를 푸는 사격연습장이 됐다. 중동 어린이들은 주택가를 낮게 날아다니는 이스라엘 전폭기들의 굉음에 이미 커다란 정신적 상처를 입었다.

미국의 대외원조법 규정에 따르면, 미국으로부터 원조 받은 무기는 공격용으로 쓰여선 안 된다. 오로지 방어 목적이란 꼬리표가 달렸다. 이스라엘에겐 그런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미 의회에서 어떤 정치인이 그 문제를 짚었다 치자.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등 유대인들 압력단체들과 언론들이 늑대 떼처럼 덤벼들어 전화, 이메일, 홈페이지는 먹통이 되기 마련이다. 정치 그만두겠다고 작심하지 않을 바엔 나서질 말아야 한다.
▲ 주거밀집지역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은 국가테러이자 전쟁범죄라는 비판을 받는다. 이스라엘 공습을 받은 순간의 레바논 베이루트. ⓒAP

이스라엘 군사 강공책의 목표는 △레바논 남부에서 반이스라엘 무장활동을 펴온 헤즈볼라 세력을 몰아내고 △그 지역에 '국제평화유지군'이란 이름의 완충지대를 설정하고 △헤즈볼라의 배후세력인 이란과 시리아를 견제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미국-이스라엘 동맹에 바탕한 중동지배 구도를 고착화한다는 전략이다.

이스라엘이 나치에게 배운 교훈은?

중동지역을 두루 취재하면서 그곳 이슬람 지식인들로부터 거듭 들었던 말이 기억난다.

"이스라엘은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로부터 '내 민족만 잘 났다고 타민족을 압살해선 안 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배우기는커녕, 나치의 악랄한 수법들을 본 떠 중동 땅에서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2006년 여름의 지구촌을 더욱 달구는 중동상황을 지켜보면서, 지금 이스라엘이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상대로 벌이는 전쟁이 '정의로운 전쟁(just war)'인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이스라엘이 주장하는 전쟁의 근거는 자위권이다. 이스라엘 병사 2명이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에게 납치된 만큼, 그에 대응하는 군사력 동원은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은 따갑다. 국제 인권단체들을 비롯한 비판자들의 목소리를 요약하면, "이스라엘의 자위권 범위를 넘어선 일방적인 파괴행위이자 학살"이다.

"제네바협정을 위반한 전쟁범죄"

지난 6월말 이스라엘군 병사 1명이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에게 납치됐다고 해서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에 대해 벌였던 공격도 마찬가지다. 존 더가드 유엔 인권특별보고관은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회의에서 "이스라엘 병사 1명이 납치된 것에 비해 균형이 맞지 않는, 민간인에 대한 지나친 무력사용"이라고 비판했다.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공격은 전기 수도 교량 등 사회기반시설들을 부수고 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낳았다. 사망자들은 반이스라엘 무장세력과는 이렇다 할 관련이 없는 민간인들이 대부분이다. 루이즈 아버 유엔 인권 고등판무관은 "이스라엘 군과 정치 지도자들에게 전쟁범죄의 책임을 지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이스라엘은 인도주의 법과 국제인권법의 가장 기본적 규범들을 위반하고 있다. 국제법은 민간인에 대한 학살을 '전쟁범죄'로 규정한다. 미국으로부터 거저 받거나 사들여 온 첨단무기들을 마구잡이로 사용,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벌이고 있는 군사작전은 곧 '전쟁범죄'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1949년에 빛을 본 제네바 협정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당했다는 반성 위에 서 있다. 여러 전쟁기록들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영국을 주축으로 한 연합국이나 독일-일본-이탈리아의 추축국을 가릴 것 없이, 민간인들을 무차별 학살했음을 말해준다. 1977년에 제정된 제네바협정 제1부속의정서는 "개별 민간인은 물론 시민 주거지역은 공격목표에서 제외된다"(제51조), "공격은 오직 군사적 목표물로 제한된다"(제52조)라고 못 박고 있다.

테러를 없애기 위한 전쟁 벌인다며 휘두르는 국가테러

전쟁행위에 들어간 어떠한 국가도 국제인권법에 따라 군사작전에서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스라엘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도 이스라엘은 주장한다. "우리는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따지고 보면, 이스라엘이 바로 대형 테러를 저지르고 있는 모습이다.

이스라엘이 저지르는 테러의 이름은 무엇인가. 민간인 주거지역을 마구잡이로 폭격함으로서 주변 이슬람사회에 공포(terror)를 퍼트리는 것은 '이스라엘 국가테러'에 다름 아니다. 히틀러의 독일, 무솔리니의 이탈리아, 프랑코의 스페인처럼 국가공권력을 동원한 마구잡이 폭력이 오늘의 이스라엘 국가테러다.

초점은 올메르트 총리나 아미르 페레츠 국방장관 등 이스라엘 전쟁 지도부를 '전쟁범죄자'로 처벌할 수 있는가다. 1990년대 발칸반도에서 저질러진 전쟁범죄의 책임을 물어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전 유고연방 대통령)를 법정에 세웠듯, 현실적으로 이스라엘 전쟁지도부를 붙잡아 네델란드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넘기기란 가능한 일인가?

대답은 안타깝게도 어렵다는 쪽이다. 왜 그럴까? 법은 만인 앞에 평등이라고 했건만...그 열쇠는 21세기 패권국가인 미국이 쥐고 있다. 평화를 사랑하는 지구촌 사람들이 모두 나서서 "이스라엘을 전범재판에 넘기라"고 목청을 높여도 미국이 동의하지 않는 한 실효성이 없다.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이란 카드를 빼들고 버티는 한 이스라엘은 어떤 실효성 있는 비난 결의안도 비껴갈 수 있다. 이번 레바논 학살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러하다.

보편적 사법권이 유일한 족쇄

그렇다고 이스라엘 지도부가 마음대로 외국에 나가 고급호텔에서 두발을 편히 뻗고 잠을 잘 수 없는 까닭이 있다. 다름 아닌 "반인류적인 전쟁범죄를 저지른 자들은 국적과 시효에 관계없이 처벌돼야 한다"는 국제법상의 이른바 보편적 사법권(재판관할권 universal jurisdiction) 논리가 국제사회에서 힘을 얻어가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이스라엘, 또는 제3세계 독재자들에겐 보편적 사법권이란 달갑지 않은 용어다. 반인륜범죄 또는 전쟁범죄를 저지른 자가 자국의 보호 아래 기소되지 않는다면, 어떤 나라라도 여행 중에 있는 그를 공항에서나 호텔에서 붙잡아 법정에 세울 수 있다는 논리다. 영국을 비롯한 서유럽 국가들은 보편적 사법권을 인정, 인권단체들이 민간인 학살 등 전쟁범죄 혐의로 고발해 놓은 정치군사 지도자들을 자국에서 체포해 재판에 넘길 수 있다.

1998년 전 칠레 독재자 피노체트 장군이 영국 방문길에 그가 17년 동안(1973~90년) 군사독재를 펴며 저지른 범죄들 때문에 붙잡혀 곤욕을 치렀다. 2001년 프랑스를 여행 중이던 헨리 키신저는 피노체트 쿠데타 때 일어난 프랑스인 실종사건들과 관련, 키신저의 증언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프랑스 법원의 소환장을 받자 서둘러 도망쳤다.

기소될까 외국 나들이 삼가

이스라엘 정치·군사 지도자들도 그들의 전쟁범죄로 붙잡혀 기소될 가능성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2003년 2월 유럽 벨기에에서 테러 관련 국제회의가 열렸었다. 이스라엘 국내정보기관 신베트의 우두머리 아비 디히터는 그 회의에 갈까 말까 망설였다.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이스라엘이 벌인 학살(전쟁범죄) 혐의로 그가 벨기에 법정에 기소될지 몰라서였다. "가도 별 탈 없겠느냐"고 벨기에 외무부와 국방부 쪽에 탐색전을 펼치던 그는 결국은 주저앉았다.

도론 알모그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둔 이스라엘 군 사령관을 지냈다. 2005년 9월 그는 부인과 함께 항공편으로 런던 히드로 공항에 닿았다. 알모그는 그러나 비행기에서 내리지도 못한 채 등에 식은 땀을 흘리며 텔아비브로 도로 돌아갔다. 공항으로 마중 나온 주영 이스라엘 대사가 "당신은 팔레스타인에서 저지른 '전쟁범죄' 혐의로 영국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라고 귀띔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미국만은 안전하다"

이스라엘 정치군사 지도부가 해외출장 길에 '전쟁범죄자'로 기소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가 저지른 잔혹행위를 누구보다 그 자신이 잘 알고 있기에 뒤가 구린 고급지휘관들은 해외출국에 앞서 국제법 전문가들에게 자신의 문제를 상의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친이스라엘 일방주의를 펴는 미국으로의 여행은 물론 신경 쓸 것도 없다. 미국은 안전한 여행지다.

지금 식물인간으로 병석에 누워 있는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전 총리는 안전한 미국만 들락거렸었다.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나 페레츠 국방장관도 앞으로 미국말고는 외국 나들이를 삼갈 것이다. 1998년 영국 방문길에 혼이 났던 피노체트가 그들에겐 거울이다.

보다 근본적인 물음 하나. 국제법을 어기고 이라크를 침공했고, 이스라엘 국가테러를 뒤에서 엄호사격하는 부시 미 대통령이 전범재판에 회부될 날은 언제 올 것인가.

(위의 글은 <한겨레신문>에 실린 필자의 칼럼을 다시 정리한 것입니다).

필자 이메일: kimsphot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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