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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군부는 북 미사일 발사를 어찌 보나

[김재명의 월드 포커스] <29>

미국 워싱턴에 자리 잡은 헤리티지 재단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큰 보수주의 싱크탱크로 꼽힌다. 지난 1973년 미국 보수주의 이념을 가다듬고 널리 보급한다는 취지 아래 설립된 헤리티지 재단은 미 공화당이 백악관과 상·하원을 장악하는 데 이념적 바탕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재단 소속 연구원들이 발표하는 여러 정책보고서들은 조지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 의원들의 정책 입안에 커다란 영향을 끼쳐왔다.

헤리티지 재단 소속 연구원들은 수시로 한국을 방문, 한반도 문제에 관한 나름의 견해를 밝혀왔다. 올해 연초 헤리티지 재단 이사장 에드윈 퓰너는 서울에서 열린 한 안보 경영 회의에 참석, "북한은 핵문제 해결을 위한 선제 조건을 달기에 앞서 먼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북핵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6자회담 참가국 가운데 북한을 뺀 5개국(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이 "같은 시기에 한 목소리를 냄으로써 북한이 편을 가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북핵문제를 푸는 데 있어서 중국이 많은 역할을 해줘야한다"고 강조했었다.

북한 군부와 중국 군부의 관계는...

지난 7.5 북 미사일 발사 열흘 뒤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결의안이 통과된 뒤 중국이 어떤 대북정책을 펴나갈 것인지는 꾸준한 관심사항이다. 특히 북한군 수뇌부에 나름의 영향력을 행사해온 중국군 수뇌부가 북한 미사일 발사를 비난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7월15일)을 어떻게 여기는가. 보다 근본적으로 북 미사일 발사를 어떻게 볼까. 중국 군부 수뇌부가 북한 군부의 미사일 발사 결정을 미리 통보 받았다면 어느 정도 개입했을까. 그들은 앞으로 북한이 미사일을 추가 발사할 경우 어떤 반응을 보일까.
▲ 중국군 수뇌부는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일본이나 미국 군부처럼 심각한 문제로 여기지 않는다. 사진은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을 지나는 중국 여군들 ⓒ프레시안

미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의 중국정책 선임연구원 존 카시크 주니어가 쓴 '중국 군부는 평양 미사일에 하품한다(China's Army Yawns at Pyongyang's Missiles)'는 제목의 글은 위의 물음에 대한 하나의 참고자료다. 유엔 안보리에서 북 미사일과 관련된 대북 결의안이 통과되기 바로 직전에 작성된 글이라서, 유엔 안보리 결의안과 그 뒤를 잇는 미국과 일본의 추가제재 움직임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렇지만 중국과 북한의 관계, 특히 중국의 대북정책에서 중국군부가 지닌 영향력, 중국군 수뇌부의 대북 시각을 언급한 대목은 앞으로 펼쳐질 중국의 한반도정책 가닥을 짚어보는 데 참고할 만하다.

기본적으로 대북 강경책을 바라는 미국내 강경파들의 시각을 담고 있는 이 글의 요지는 △북한군 수뇌부와의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어온 중국군 수뇌부는 (중국 외교부와는 달리) 북한 미사일 발사를 그다지 심각하게 보지 않으며 △중국 군부는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왔으며 △중국군 수뇌부에게는 북한 핵과 미사일이 '외교적 사안'이 아닌 '군사적 사안'일 뿐이며 △중국이 북한 군비축소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북핵문제를 풀 수 없다는 사실에 워싱턴의 부시 행정부는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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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eritage.org/Research/AsiaandthePacific/wm1148.cfm

중국 군부, 한반도 정책에 큰 입김

지난 7월 4일(미국시간) 북한의 미사일 발사 뒤 중국 정부는 유감을 나타냈다. 그렇지만 대북 제재에는 소극적이다. 특히 '인민해방군'이라 일컬어지는 중국군은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우려를 남의 일처럼 여긴다. 중국이 북한 군비축소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북한 핵문제를 푸는 해결책이 없다는 사실에 미국은 주목해야 한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미사일 발사는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1996년 봄 대만 대선 무렵에 중국군은 대만해협으로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었다. 대만 유권자들을 위협하려는 목적에서였다. 며칠 동안 이어진 중국군의 미사일 시험발사로 말미암아 선박들과 항공기들이 대만해협을 지나다닐 수 없었다. 당시 중국군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던 장쩌민 주석은 중국군의 그 같은 미사일 도발을 묵인했다.

(대만해협 위기에서 보듯이)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지닌 것이 중국군 수뇌부다. 중국군이 북한군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1961년 중국-북한 사이에 맺어진 우호조약 제4조는 중국-북한 양국의 군 수뇌부가 '공동의 이해가 걸린 모든 국제문제'를 함께 논의하며, 중국은 과학기술 협력을 비롯해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모든 가능한 경제 기술 원조'를 북한에 제공하기로 돼 있다.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6자회담이 베이징에서 열리기 바로 전인 2003년 4월, 북한 조명록 차수(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나흘 동안 베이징에 머물며 중국군 수뇌부를 만나고 돌아갔었다. 올해 4월 차오깡촨 중국 국방부장(국방장관)이 나흘 동안 평양을 방문했었다. 북한 언론들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북한 군 수뇌부는 '군사적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값진 의견들'을 주고받았다. 특기할 사항은 그때 차오깡촨 국방부장은 중국 공군 부정치위원 류아주 중장을 대동했었다. 류아주는 미국의 중국전문가들 사이에서 '현실주의자이며 대일 강경론자'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중국군 수뇌부 사이에 중국외교정책에 관련된 류아주의 주장은 널리 알려져 있다. 2001년에 펴낸 한 책에서 류아주는 "중국은 서방국가들이 두려워하는 일을 해야 한다"면서 중국정부가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들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었다. (북한군 수뇌부를 만나고 중국으로 돌아간 차오깡촨 중국 국방부장은 방북 보름 뒤에 서울을 방문, 노무현 대통령과 안보관련 지도자들을 만나고 돌아간 바 있다-역자).

"북한은 외교 아닌 군사적 사안"

7월 4일에 발사됐던 북한 미사일에 관련된 두 가지 소식. 하나는 중국에서 수입된 부품이 쓰였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10명의 이란 미사일과학자들이 북한 무수단리에서 대포동 2호 발사를 참관했다는 점이다. 중국 외교관들이 북한 미사일 발사 소식에 큰 실망을 나타냈지만, 중국군 수뇌부는 북한 핵이나 미사일이 외교적 사안(diplomatic matters)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들에게 북한은 군사적 사안일 뿐이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뤄, 중국의 대북정책엔 중국군 지도부가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들은 대북정책에서 중국 외교관들의 역할을 배제한다. 공식석상에서 중국 외교관들은 중국 정치국에서 대북정책을 다루는 몇몇 위원들이 직접 작성한 요점들을 되풀이해 말할 뿐이다. 따라서 중국 외교관들은 그들과 접촉해온 사람들로 하여금 잘못된 판단을 내리도록 만들기도 한다.

미 상원의원 조지프 바이든(민주당)은 미 방송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6자회담에 관여하는 중국 외교부 간부로부터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것은 중국 외교관의 믿음에서 나온 것이지, 사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럼에도 바이든 의원은 중국정부가 북한 미사일 발사를 막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현실은 바이든 의원의 생각과는 다르다.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은 북한 미사일 발사를 비난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통과(7월 15일)되기 직전에 후이량위 부총리와 함께 북한을 방문했었다.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은 미국이 북한 미사일 발사에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 <아사히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그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기에 이른 것은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를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 뒤 중국은 미국과 일본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등 긴장을 조성하고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을 우려한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에 소극적이다. 워싱턴의 부시행정부는 현실을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북한문제 해결책을 찾으려면...

첫째, 베이징의 중국정부는 북한의 도발적인 군사행동을 억제하는 데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지난 7월 후이량위 부총리와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거의 50년에 이른 중국-북한의 오랜 동맹관계에 대해 언급한 대목들을 미국 부시행정부는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그들이 평양에서 행한 발언 수위는 (중국군 수뇌부가 포함된) 중국 중앙정치국에서 결정된 것이라 분석된다.

둘째, 중국이 북한을 움직일 만한 수단(leverage)을 지니지 못한다는 중국 쪽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중국은 북한 석유수요의 90% 이상을 공급한다. 석유가 없다면 북한군은 움직일 수가 없다. 중국은 북한의 모든 육상운송을 통제할 만한 영향력을 지녔다. 이와 아울러, 미국의 추정으로는, 중국은 해마다 5억 달러 어치의 식량을 북한에게 건네준다.

그렇다고 중국은 북한의 경제가 무너져 급작스런 난민위기가 생겨나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북한경제는 이미 바닥이다. 중국군은 15만명의 병력을 중국-북한 국경지대에 배치, 불법적인 월경을 막고 있다.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이 티벳 망명세력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처럼 위험하다고 중국이 판단했다면, 북한으로 이어지는 철도와 송유관은 오래 전에 막혔을 것이다.

셋째, 중국이 북한의 무장해제(핵과 미사일 개발계획 폐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리고 중국이 북한의 다른 도발적인 행동을 막을 수 없다면, 북한문제는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는 동안 중국이 북한으로 하여금 대량살상무기와 그 운송체계를 개발하도록 부추긴다면, 미국은 그런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미 외교정책을 새로이 조정해야 할 것이다.

필자 이메일: kimsphot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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