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총리와 대통령의 새벽 회동으로 상황 종결

[전망] '黨우위 인정이냐 정면돌파냐'…기로에 선 대통령

1일 국회 교육위 이후 "사퇴는 무슨 사퇴냐"는 반응을 보이던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2일 오전 전격사퇴함으로써 정면충돌을 향해 치닫던 여권 내부의 혼선은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부통리 사퇴의 배경이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데에다 이번 사태에서 다시 불거진 당청 관계의 난맥상이 앞으로 어떻게 정리되느냐는 것도 난제여서 여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새벽에 청와대 찾은 김 부총리…듣기만 한 대통령

이날 오전 한명숙 총리 주재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한 이후 공식 사퇴의사를 표명한 김 부총리는 회의 시작 전 청와대를 방문해 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이날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가 오전 7시 30분부터 열린 점을 감안하면 노 대통령과 김 부총리의 회동은 상당히 이른 새벽에 이뤄진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정태호 대변인은 "김 부총리가 대통령의 국정운영 부담을 덜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고 대통령께서는 별다른 말씀 없이 듣기만 하셨다"며 "김 부총리가 상당히 이른 아침에 (청와대에) 들어온 것으로 안다"고만 말했다.

다만 전날 교육위 전체회의 결과에 대해 이병완 비서실장 주재의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 "많은 의혹이 해소된 것 같다"며 "진실에 접근할 계기가 된 것으로 본다"는 입장이 나온 것을 감안하면 노 대통령의 견해도 충분히 유추가 가능하다.

전날 이병완 실장 만났던 한 총리도 말없이 지방으로

한편 1일 교육위 전체회의 직후 김 부총리에게 저녁식사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하고 이병완 비서실장과 만나 사태를 논의했던 한 총리는 교육부에서 김 부총리의 사퇴 공식발표와 거의 같은 시간에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충북 진천 수해지역 현장방문을 떠났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어제 두 분(이병완, 한명숙)이 만난 것은 개인적 차원의 회동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지만 최근 한 총리가 여당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두 사람의 만남을 통해 당정청의 입장이 최종 조율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 관계자는 "당장 후임 인선에 착수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수리 여부도 공식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는데 지금 그런 데에 정신을 쏟을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무부 장관 인선에 여당의 촉각이 곤두서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인사요인이 발생한 것은 청와대에 상당한 부담을 작용할 전망이다.

당청 정면충돌은 피했지만…

결국 지난 24일 <국민일보> '제자 논문 표절' 의혹 제기로 시작된 '김병준 파동'은 9일 만에 '자진사퇴'로 마무리 됐지만 이 과정에서 당청관계의 난맥상은 고스란히 노출됐다.

물론 당의 강경한 입장이 관철되는 과정에서 노 대통령은 한 번도 전면에 나서지 않았고 김 부총리가 자진사퇴를 하는 모양새를 갖춰 '정면충돌'은 피하게 됐지만 "당의 건의를 수용하지 않았던 독단적 인사가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이라는 지적은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이 김 부총리를 감싸고 돈 데에는 개인적 신뢰나 교육개혁에 대한 의지도 물론 한몫 했지만 "여기서 밀리면 레임덕으로 갈수밖에 없다"는 정치적 판단이 주된 원인이었기 때문에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당청 힘겨루기 2라운드' 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딜레마에 빠진 청와대…'당 우위' 인정이냐, 새로운 승부수냐

이번 사태 처리 과정에서 기세를 잡은 여당의 공세가 점점 더 강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청와대의 대응이 주목된다. 노 대통령이 특유의 역발상과 정면돌파로 반전을 꾀할 것인지, 아니면 집권 후반기 당의 우위를 인정하며 '안정적 관리'에 무게를 실을지가 관심사라는 것.

노 대통령의 평소 스타일과 소신을 감안하면 레임덕과 동의어일 수도 있는 '당 우위를 인정하는 안정적 관리'를 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한미fta 등 노 대통령의 '승부수'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도 여당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청와대의 딜레마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

결국 노 대통령 휴가 복귀 이후 법무부 장관 인선이 '당청 2라운드'의 향배를 전망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