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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동북아의 이스라엘'이 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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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동북아의 이스라엘'이 되려는가

[김재명의 월드 포커스] <28> 대북 선제공격론의 겉과 속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7월의 동북아를 긴장 속으로 몰아넣었다. 북한은 안보와 대미 협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미사일을 발사했겠지만, 주변국들은 모두 북한을 비난한다. 여기에 개운치 못한 구석이 있다. 다름 아닌 미국의 이중잣대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험이 있은 지 나흘 만인 지난 9일 인도는 아그니-3 미사일(최대 사정거리 4000㎞)을 벵골만 상공으로 쏘아 올렸다. 그것은 올해 5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인도에 갔을 때 맺었던 미-인도 핵협력 조약 뒤 행해진 첫 미사일 시험이었다.

미국이 푸른 신호등 달아주면

따지고 보면 종류는 다르지만, 인도나 북한이나 다같이 미사일을 쐈다. 그런데 인도에 대해선 별 말이 없고 북한에게만 시끄럽다. 결국은 친미냐 반미냐의 이분법이 문제다. 세상물정을 모르는 꼬마아이의 눈에도 진실은 보인다. 벌거벗은 임금님 우화처럼 국제정치 지도자들은 자유평화니 민주주의니 하는 가식적 논리의 옷을 걸치고 있는 모습이다.
▲ 위성사진으로 본 대포동 미사일 조립공장. ⓒ스페이스 이미징

전쟁과 군사 관련분야의 세계적 싱크 탱크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최근에 펴낸 『2006년 군비 · 군축 · 국제안보 연감』은 친미국가인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3개 국에 매우 비판적이다. 이들 3개 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도 가입 않은 채 미국이란 뒷심을 믿고 핵탄두 숫자를 늘려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이들을 실어 나를 보다 사정거리가 먼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 중이다.

그렇다. 21세기 유일 패권국가인 미국이 푸른 신호등을 달아주면 미사일이건 핵무기이건 언제라도 시험발사를 할 수 있다. 인도나 파키스탄, 그리고 이스라엘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게 아니라 북한이나 이란처럼 '악의 축'이라고 빨간 신호등을 달아 놓으면? 어떠한 미사일-핵 실험도 지역안정, 나아가 지구촌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욕을 바가지로 먹는다.

일본 군사대국화의 구실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 올린 뒤 관련 이해당사국들이 보인 반응은 다양했다. 그 가운데 일본은 집단 히스테리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분상태다. 유엔 안보리에 북한을 제재하는 결의안을 앞장서서 내고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론마저 펴고 있다. 북한 미사일이 일본을 겨냥하고 있는 게 분명한 만큼 그 위협을 먼저 제거해야 한다는 논리다.

기존의 미일동맹에 따르면, 일본은 방어 중심, 미국은 공격을 맡는 역할 분담이 돼 있다. 일본 평화헌법 틀 속에서 일본 자위대는 공격이 아닌 방어가 목적이다. 이른바 '전수방위' 개념이다. 일본 우파 지도자들의 생각은 이 참에 선제공격론을 기정사실로 만들어 '해외에서의 무력행사'를 금지하는 지금의 평화헌법을 뜯어고치겠다는 기세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공격하겠다는 말인가. 일본 자위대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물론 전략 폭격기와 공격형 항공모함이 없다. 사정거리가 1600km인 토마호크 같은 장거리 순항 미사일도 갖고 있지 못하다. 북한 선제공격론엔 거대한 음모가 도시리고 있다. 군사대국화로 '신일본의 영광'을 이룩하겠다는 꿈을 지닌 보수우파, 그리고 그 참에 기업매출을 증대시킬 욕심을 지닌 미국의 군산복합체가 손을 맞잡고 추진해 온 일본 재무장이란 거대한 프로젝트가 북한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얼굴을 내민 셈이다.

미사일방어(MD) 구축에 잰걸음

일본은 미국과 함께 추진해 온 요격미사일 공동개발과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에 더욱 잰걸음을 보인다. 지대공 유도탄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 3(PAC-3) 4기를 예정보다 1~2년 앞당겨 2006년 안에 오키나와 카데나 기지에 배치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2010년까지 일본 전역에 12기를 배치할 계획이다. 이지스함에 탑재된 스탠더드 미사일 SM-3도 보유대수를 늘려가기로 했다.

MD사업에 뛰어든 미 군수산업체들은 보잉, 록히드마틴, 레이시온, 노스롭그루먼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다. 이들 군수기업들은 미사일 방어망 구축에 더 많은 매출을 올리려고 저마다 치열한 로비전을 펼치는 중이다. 노스롭그루먼은 리처드 마이어스 전 합참의장까지 이사로 영입했다. 일본 재무장을 꿈에도 잠꼬대처럼 읊어 온 일본 보수우파 지도자들, 그들과 이해를 같이하는 미 군수산업체들, 이들 두 집단은 북한 미사일 파동을 은근히 즐기는 모습이다. 이들은 아마도 북한 김정일 위원장에게 감사장이라도 보내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일본은 이스라엘 닮으려나

북한 미사일 발사, 그 뒤를 이은 일본의 북한 선제공격론을 지켜보면서 하나 닮은 꼴이 그려졌다. 미-이스라엘 동맹과 같은 수준의 미-일동맹을 추구하는 일본이 중동의 이스라엘을 닮아가려는 듯한 모습이 떠올랐다. 주변을 바다처럼 둘러싼 이슬람 국가들 사이에 하나의 섬처럼 떠 있는 이스라엘은 이슬람 국가들이 대량살상무기(WMD)를 개발하지 못하도록 극도로 신경을 써 왔다. 그 좋은 보기가 1981년 6월7일 이스라엘 메나헴 베긴 수상의 명령 아래 이뤄졌던 이라크 오시라크 원자로 공습이다.

1970년대 사담 후세인은 프랑스 핵개발의 모델을 따라 바그다드 남부 알-투에세 지역에다 투와이타 핵개발센터를 세웠다. 그 핵심시설이 40메가와트 규모의 오시라크 원자로. 이스라엘은 후세인이 핵을 갖도록 내버려둬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1981년 이라크는 군 레이더를 피해 낮은 고도로 1100km를 날아온 이스라엘 F-15, F-16 전투기들의 기습공격에 대공포도 한 방 제대로 못 쏘고 당했다.

불과 80초만에 수십억 달러를 들여 지은 오시라크 원자로가 파괴됐다. 이라크 현지 취재 때 바그다드 시 남쪽 교외에 자리잡은 오시라크 공습 현장에 가봤다. 그곳은 미군이 지키고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었다. 현지 이라크 주민들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 명분의 하나였던) 사담 후세인의 대량살상무기를 찾지 못해 안달한 나머지 미군들이 저곳에서 지푸라기라도 잡으려고 저러는 모양"이라며 혀를 찼다.

이란 공습설과 북한 공습설

이스라엘의 이라크 공습 25년 뒤인 지금 이란 핵개발 움직임을 둘러싸고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설이 나오고 있다. 미국 부시정권의 강경파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은근히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설을 흘려왔다. 딕 체니 부통령은 미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끝내 핵무기 개발을 추진한다면 이스라엘이 가만히 보고 있지 않을 것"이라며 이스라엘 공습을 내비쳤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이스라엘 대외정보기관 모사드의 메이어 다간 국장은 이스라엘 의회 외교국방위에 출석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이란의 핵개발을 막으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이스라엘이 일정한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 다간 국장이 말하는 '역할'이란 딕 체니 부통령이 말했듯이 이스라엘 공습을 뜻한다.

"남이 하면 스캔들, 내가 하면 로맨스"

따지고 보면, 이스라엘은 미국의 이중잣대 덕에 핵보유국이 된 나라다. 네게브 사막 한가운데에 디모나 핵개발센터를 만들어 놓고 적어도 200기로 추정되는 핵무기를 갖고 있다. 지난 2004년 여름 그곳 네게브 사막에 가보니, 사방을 이중 철조망으로 둘러 경비가 삼엄하기 그지없었다. 일본도 지금 무려 40톤의 플루토늄을 보유중이다. 미국의 양해 아래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에 재처리시설 공장도 갖추었다. 일본 극우파들은 "우리가 미국 눈치 보고 핵무기를 못 만들 이유가 없다"는 위험스런 생각을 한다.

그런 이스라엘과 일본도 이웃 국가들이 안보력 강화 차원에서 핵이나 장거리 미사일 개발하는 것을 눈 뜨고 보지 못한다. 남의 핵개발은 안 되고 나는 해도 된다는 것은 "남이 하면 스캔들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우기는 것 같다. 우리는 어느 날 아침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했다는 소식과 더불어 일본이 북한을 선제공격 했다는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두 공격이 동시에 벌어질 확률은 매우 낮겠지만, 그럴 경우 지구촌은 국지전이 아니라 제3차 세계대전에 빠져들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 글은 <한겨레신문>에 실린 필자의 칼럼을 다시 정리한 것입니다.)

자 이메일: kimsphot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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