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중남미 좌파의 시대'를 연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중남미 좌파의 시대'를 연다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177> 남미공동시장 정상회담 (중)

80 고령으로 상당기간 해외여행을 자제해 건강이상설이 나돌던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의장이 아르헨티나 꼬르도바에서 개최된 남미공동시장 정상회담에 전격적으로 참석했다.

카스트로 의장의 꼬르도바 도착시간은 경호의 필요상 수시로 변경됐다. 마침내 20일 오후 8시30분(현지시간), 규모 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소련산 IL-96-300 항공기의 트랩을 내렸다. 그러나 쿠바 당국은 지난번 부시 미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두 대의 항공기를 동원해 어느 비행기에 카스트로가 탑승한 것인지를 철저하게 숨기는 경호의 치밀함을 보였다.

약간 여윈 듯한 얼굴에 건강함이 넘치는 표정으로 공항 의전행사에 참석한 카스트로는 주위의 부축 없이 대기 중인 의전차량에 탑승, 항간의 건강악화설을 일축했다.
▲ 아르헨 꼬르도바 공항에 도착한 피델 카스트로 의장. ⓒ김영길

이렇게 해서 차베스, 카스트로, 룰라, 키르츠네르, 모랄레스, 칠레의 바첼렛 등 중남미 좌파 정상들이 총 출동한 제30차 남미공동시장 정상회담은 중남미의 정치, 경제 등 현안의 종합적인 논의를 통해 미주대륙을 남북으로 가르는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꼬르도바에 모인 1000여 명의 내외신 기자단의 관심을 끈 조치는 지난 40여 년 간 미국의 무역규제 조치로 생필품 및 식량부족 사태를 겪어 온 쿠바의 경제적인 고립체제를 남미의 주변국들이 실질적으로 해소시켜 주었다는 사실이다.

메르코수르 정상들은 쿠바를 특별회원으로 인정해 약 3000여 품목에 대해 무관세 교역을 승인, 미국정부가 취한 쿠바 무역규제 조치를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쿠바의 카스트로 의장이 고령의 몸을 이끌고 아르헨티나까지 장거리 여행을 마다하지 않은 이유다.

또한 이번 꼬르도바 정상회담에서는 '메르코수르 의회'를 창립, 유럽연합(EU) 식의 본격적인 정치·경제통합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남미공동시장 위원회는 20일 9명의 상원과 9명의 하원으로 구성된 '남미공동시장 의회' 창설에 합의하고 이 의회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중남미 통합논의를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한편 이번 꼬르도바 회담에서는 한국과의 역외 경제협력 관계에도 상당한 시간이 할애됐다. 메르코수르 위원회는 한국 및 이탈리아와의 통상 및 경제협력강화를 위해 실무진들을 이미 파견했다고 밝혔다.

이와 연관이 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남미공동시장은 역사적인 대통합을 눈앞에 두고 있으나 지리적으로 소속 국가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유무선 통신망의 획기적인 발전이 우선돼야 한다" 고 주장하고 "아시아 수준의 자체적인 통신네트워크와 인터넷서비스망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차베스는 이어 "이번 남미공동시장 정상회담을 통해 메르코수르가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는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호언했다
▲ 유무선 통신망의 중요성과 최신 인터넷 시술의 중요성을 역설하고있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 ⓒABN.베네수엘라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베네수엘라 정부의 고위급 대표는 필자와의 대화에서 "차베스 대통령의 이 발언은 최근 한국의 한 유무선 통신망업체와 합작투자를 체결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리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와 한국은 최근(지난 14일) 광통신관련 사업을 합작투자 형식으로 추진하기로 하는 의향서(MOU)를 교환했다며 중남미를 가로지르는 가스관 공사가 시작되면 한국기업과의 광통신 현지투자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리는 사업규모와 기업의 이름을 밝혀달라는 기자의 요구에 "현재 내가 밝힐 수 있는 건 일차적으로 양국의 기본적인 투자규모는 1억 달러 미만이며 업체는 한국의 유력한 코스닥 상장기업"이라고 귀띔했다.

이 관리의 말이 사실이라면 남미공동시장과 베네수엘라를 출발해 중남미를 가로지르는 가스관공사를 계기로 한국기업이 광통신과 인터넷 등의 분야에 직접 참여할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이에 앞서 한국정부는 베네수엘라정부와 이중과세 방지협약과 투자보장협정 체결을 완비한 상태라고 이 관리는 덧붙였다. 차베스 대통령이 아무런 준비 없이 아시아(한국) 수준의 유무선통신망과 인터넷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정부 대표가 꼬르도바 현지에서 필자에게 공개한 이 프로젝트가 양국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인지 또는 민간기업 차원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아 보인다. 물론 이 프로젝트가 아직은 확실치 않은 정치적 제스처라 할지라도 평소 공개적인 약속은 꼭 지키는 차베스가 언급한 사안임을 고려한다면 가볍게 흘려 넘길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 중남미 좌파 지도자들의 한마디 한미디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현지 기자단. ⓒ김영길

한편, 이번 꼬르도바 회담에서 현지언론들의 최대관심사 중 하나는 칠레와 볼리비아가 오랜 적대관계를 청산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현재 칠레정부는 북부국경 일부를 양보하여 볼리비아 정부에 태평양으로 가는 뱃길을 열어주고 볼리비아 정부는 칠레에 천연가스의 안정적인 공급을 약속하는 안을 놓고 서로 샅바싸움을 하는 양상이다. 현지 기자들은 중남미 모든 국가들을 포용하기를 원하는 차베스가 어떤 지도력을 보여줄지 기대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꼬르도바 현지에 모인 중남미 기자단은 메르코수르 정상들이 유서 깊은 꼬르도바를 제30차 정상회담 장소로 선택한 것을 놓고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꼬르도바 시는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먼저 개발된 도시 중 하나이며 미주 대륙에서 제일 먼저 대학교를 세울 만큼 교육도시로 잘 알려진 곳이다. 또한 꼬르도바는 체 게바라가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하며 평생 지우인 알베르또 그라나도를 처음 만난 곳이기도 하다.

꼬르도바 시는 후안 도밍고 페론 장군이 우주정복을 위해 인공위성과 로켓, 항공기 등을 생산하는 군수기지로 선정, 지금도 3000여 명 이상이 이 산업에 종사할 만큼 아르헨의 교육과 공업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아르헨 국민들의 자존심인 꼬르도바에 모인 중남미 좌파 정상들이 차베스가 공언한 대로 중남미의 역사를 바꿀 만큼 획기적인 합의를 이루어낼지는 현지시간으로 21일에야 그 결과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