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중국은 그래도 북한을 껴안는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중국은 그래도 북한을 껴안는다"

[김재명의 월드 포커스] <27> 유엔 안보리 결의안 통과 뒤 북중 관계

북한 미사일 발사를 비난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통과(7월15일)는 동북아시아에 미묘한 대치 전선을 이뤄가는 중이다. 그 대치 전선의 한 귀퉁이에는 거의 60년 동안 맹방 관계를 이어온 북한-중국의 긴장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을 전환점으로, 중국의 대북 정책에 바뀌어 갈 것인지가 새로운 관심사항으로 떠올랐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미국이 1990년대 이래로 꾀해 온 여러 건의 대북 제재결의안 통과를 앞장 서 막은 것도 중국이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7월5일) 뒤 일본이 대북 제재안을 들고 나오자, 중국은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대북 제재안 대신에 중국은 이렇다 할 구속력이 없는 '의장성명'을 내는 것으로 그치자는 입장이었다.

중국 입장 왜 바뀌었나

그런데 중국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북 미사일 발사 1주일 뒤부터였다. 7월12일 러시아와 함께 다른 내용의 결의안을 내놓았고, 15일엔 일본안과 절충한 결의안에 찬표를 던졌다. 중국이 대북정책에서 이처럼 커다란 변화를 보인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꼽힌다. 다른 무엇보다, 중국의 전통적인 대북외교 방식인 '조용한 외교'에 바탕해 북한을 설득시키기가 어렵다는 점을 중국 지도부가 깨달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 지도부는 원자바오 총리를 비롯한 중국 지도부의 거듭된 미사일 발사 유보 메시지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미사일 발사를 강행했다. 그런 북한의 '독자노선'은 중국 지도부 안에 대북 강경론이 우세해지도록 만들었다고 분석된다. 7월10일부터 유엔안보리 표결 직전까지 후이량위 부총리와 중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이 북한을 방문했으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지도 못한 채 돌아온 것도 중국 지도부의 결심을 자극한 요인으로 알려진다.

미·일 대북견제, 중국은 바라만 볼까
▲북한이 추가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중국의 대북정책은 강경해지겠지만 현상태로선 더 이상의 압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1998년 대포동 1호 미사일을 쏘아올린 뒤 나온 북한의 선전 포스터 ⓒ프레시안

문제는 앞으로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 것인가다. 미국과 일본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 통과를 성공작으로 평가하면서 대북 압박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를 더욱 강화하면서 북한이 미사일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고삐를 죌 채비다. 일본이 북한을 먼저 공격해 안보위협요소를 제거할 수도 있다는 대북 선제공격론마저 폈던 일본도 북한에 현금을 못 보내도록 하는 등의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럴 경우 북한은 재정적 어려움에 부딪칠 것이다. 중국이 팔짱을 끼고 미국-일본의 북한 옥죄기를 바라만 볼 것이냐가 관심거리다. 북한 식량과 에너지의 70% 이상을 대주면서 북한 김정일 체제의 안정에 기여해온 중국이다. 만에 하나 북한이 국제사회의 압박에 밀려 붕괴될 경우, 중국에 좋은 일이 없다. 대규모 북한난민 위기 등은 중국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따라서 중국 지도부는 북한이 핵실험이나 추가 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강공수를 두지 않는 한, 북한을 압박하는 조치들을 반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약칭 CFR)는 역대 미 행정부의 국제관계와 대외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민간 차원의 싱크 탱크다.아래 옮긴 글은 미 외교협회 연구원 에스터 팬이 7월11일에 발표한 것으로, 7.15 유엔안보리 결의안 통과 뒤 동북아 정세를 전망하는 데 도움이 된다. 원문 제목은 '북한-중국 관계'(China-North Korea Relationship).

이 글에서 에스터 팬 CFR 연구원은 중국이 북한 붕괴를 바라지 않는 이유를 여러 가지 꼽으면서, △중국은 북한을 도움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중국과 한국, 중국과 미국-일본 사이의 완충지대 역할을 맡도록 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고 △중국은 '핵무장한 북한'이 미국에 대한 군사적 억지력을 지니기에, 핵실험을 하지 않는 한 그런 북한을 인정할 수 있으며 △만일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한다면, 중국은 지난날보다는 더욱 강력한 대응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래는 에스터 팬의 글의 요약이다.

원문보기 http://www.cfr.org/publication/11097/

중국의 대북 영향력, 과대평가 됐나

50년 이상 북한과 중국은 동맹국 관계를 맺어 왔다. 중국은 김일성-김정일 2대에 걸쳐 북한을 지원해 왔다. 그런데 지난 7월4일 북한은 베이징, 워싱턴, 도쿄의 잇단 경고에도 미사일들을 쏘아 올렸다. 오랜 동맹관계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평양을 제어하지 못했다. 캘리포니아 핵확산금지센터의 동아시아 담당인 다니엘 핑크스톤은 "일반적으로 미국인들은 중국이 북한에 아주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과대평가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은 대북투자를 꽤 많이 했기에 하루아침에 북한에 대한 지지를 거두어들이기도 어렵다. 아담 시갈 미 외교협회의 선임연구원은 따라서 "(이번 미사일 발사로) 중국이 북한에게 등을 돌리리란 생각들은 틀렸다"고 말한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미사일을 발사함에 따라 대북지원정책을 바꾸려들지도 모른다.

북한은 경제적으로 중국에의 의존도가 높다. 중국은 북한 식량의 70%, 에너지의 70-80%를 공급한다. 중국은 북한의 가장 큰 교역 상대국이다. 30만 명으로 추정되는 북한 노동자가 중국에서 일하고 있고, 그 가운데 많은 이들이 북한으로 돈을 부친다. 중국은 또한 북한의 정치적 동맹국이다. 아담 시갈은 "중국 지도부는 북한 김정일이 가장 염려하는 것이 체제유지(survival)라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안이 나올 때마다 앞장 서 막았고, 북핵 폐기를 둘러싼 6자회담을 주선했다. 대외적으로 중국은 북한과 미국-일본 사이의 대립을 완화시키는 하나의 완충국(buffer)으로 비쳐졌다.

중국은 어떤 이득을 얻는가

중국은 북한을 도움으로써 동북지역 국경을 안정시키고, 북한으로 하여금 중국과 한국의 완충지대 역할을 맡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북한이 중국과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동북아 미 군사력과 날로 커가는 일본 군사력에서 북한에게 방파제(bulwark) 역할을 맡긴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북한은 중국에게 경제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더욱 많은 중국기업들이 좋은 투자환경 아래 북한에 진출하고 있다. 중국의 교역과 투자는 해마다 20억 달러에 이른다.

그렇지만 북한은 중국이 아주 믿을 수 있는 맹방은 아니다. 김정일의 외교정책이 어떻게 펼쳐질지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스탠포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부소장 다니엘 스나이더는 "북한은 동맹국이라도 다루기 매우 어렵다. 북한 관리들은 중국의 권위에 도전하는 구실들을 찾고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은 중국과 세계를 향해 북한이 독립국가라는 메시지를 건네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북한과는 전통적으로 '조용한 외교'를 선호해 왔던 중국은 원자바오 중국총리의 입을 통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선 안 된다는 경고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북한 지도부가 그런 경고를 무시하고 미사일을 쏘아 올림으로써 중국 지도부의 체면이 구겨졌다고 여긴다.

한계를 지닌 중국의 대북 제어

그렇다면 중국은 그런 북한을 제어하기 위해 어떤 효과적인 대책들을 세울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뾰족한 대책이 별로 없다고 말한다. 중국은 북한을 6자회담 테이블에 앉히려고 거듭 들볶거나 어르고 구슬려 왔다. "중국은 북한을 다룰 많은 수단들을 갖고 있지만, 북한 체제를 불안정하게 만들지 않고 그런 수단들을 쓸 수는 없을 것이다"(다니엘 스나이더), "북한이 중국과의 경제관계가 깊어짐에도 불구하고 김정일 위원장은 여전히 독자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고, 중국은 북한의 군사적 결정에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다니엘 핑크스톤)

중국의 대북 포용정책의 목표는 무엇인가. 다이엘 스나이더는 "중국은 지역안정과 전쟁방지가 최우선 과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북한은 독자적으로 전쟁을 일으킬 수 있기에 대단히 큰 골칫거리다"고 분석한다. 지역안정이 깨질 경우 수십만 명의 북한 난민들이 중국으로 넘어올 것을 중국은 염려한다.

아담 시갈은 "중국이 가장 걱정하는 점은 북한이 붕괴될 경우 국경지대에서 생겨날 혼란"이라고 내다본다. 만일 북한이 미국과의 전쟁을 도발할 경우 한반도에서 군사적 대치전선이 펼쳐질 것이다. 중국은 김정일 체제가 무너질까 염려가 돼 북한을 너무 몰아붙이지도 못한다. 다니엘 스나이더는 "북한이 핵실험이란 금지선(red line)을 넘지 않는 한 중국은 북한 군사력 강화에 대해 눈감아 줄 것이다"라고 분석한다.

나아가 아담 시갈은 "중국은 핵무장한 북한이 미국에 대한 군사적 억지력을 지니기에 그런 북한을 인정할 수 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북한의 군사력 강화는 동북아 군비경쟁을 촉발할 것이다. 이미 일본의 군국주의 강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만일 북한이 공식적인 핵보유 국가가 된다면 일본도 핵무장에 나서고자 할 것이다.

북중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전까지는 북한-미국만의 외교접촉은 삼간다고 북한을 압박해 왔다. 전문가들은 이 대목에서 중국과 미국은 커다란 시각 차이가 있다고 본다. 다니엘 핑크스톤은 "미국은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 북한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반면에, 중국의 외교관들과 학자들은 경제제재와 압박전술에 매우 부정적인 견해를 지녔다. 중국인들은 공개적으로 북한을 압박해 굴욕을 안겨주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고 여긴다"고 분석한다.

북한 미사일 발사로 북한-중국 사이에 긴장감이 돌긴 했어도, 두 나라는 맹방관계를 이어갈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관계를 쉽게 바꾸기 어려을 정도로 양국은 서로 깊이 맺어져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만일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한다면, 중국은 지난날보다는 더욱 강력한 대응을 보일 것이다.

kimsphoto@hanmail.net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