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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대선에서 드러난 민심의 향배는...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173> '미국의 강아지'의 변화

좌우의 대결로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모았던 멕시코 대선의 승자는 집권 우파진영(PAN: 국민행동당)의 펠리페 칼데론 후보로 발표됐지만, 야권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서 재검표를 요구하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0.57% 포인트라는 근소한 표 차이로 고배를 든 야당인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면서 "선관위가 여당 칼데론 후보에게 유리하게 투표집계를 미리 컴퓨터에 입력시켜 조직적인 부정선거를 저질렀다" 면서 "강탈당한 승리를 되찾기 위해서 수작업 재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은 "EU를 포함한 외국선거감시단이 투표와 개표를 투명하게 감시했다고 주장하지만 여당의 통제 하에 있는 선관위의 조직적인 전산망 집계조작을 감시하지는 못했다"며 수작업 개표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여야의 득표차이가 1%포인트 미만인데다 투표집계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고 분석하고 있는 남미 현지의 정치평론가들은 "개표와 투표과정이 과연 적법했는가와 야당이 주장하는 컴퓨터 집계조작 의혹설을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만약에 검표와 컴퓨터집계에 조작이 없었다면 차라리 야권이 주장하는 수작업검표를 인정하는 게 민주적인 방법"이라고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 8일, 소깔로광장에 모여 재 검표를 요구하고 있는 수십만의 멕시코 좌파 지지자들. 엘 우니베르살. ⓒ멕시코

지난 8일에서 보듯이 야권이 계속해서 지지자들을 동원하여 정부에 수작업 재검표를 인정하라고 물리적인 압력을 행사한다면 정국이 그야말로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여당인 칼데론 대선당선자가 야권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여권의 의지대로 정국을 이끌어가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표출된대로 좌파를 지지하는 민심의 흐름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며 더욱이 여소야대 상황에서 좌파 정치인들이 사사건건 칼데론의 정책에 딴지를 걸 경우 정국은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야당의 주장을 받아들여 떳떳하게 정면돌파 하라는 얘기다.

멕시코의 여론 역시 칼데론 후보의 승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측과 수작업 개표를 지지해야 한다는 측이 팽팽하게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만일 멕시코 연방선거법원이 야권의 요구를 무시하고 여당인 칼데론 후보의 승리를 최종적으로 선언한다면 멕시코 정국은 그야말로 한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혼란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하고 있다.

또한 이런 우여곡절을 거처 칼데론이 대통령에 취임을 한다 해도 좌파인 오브라도르 후보가 내세운 정책을 대거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년 연말 물러나는 폭스 대통령의 대미관계와는 분명히 차별화될 거라는 얘기다.

칼데론 대선 당선자 "남미 좌파정부와 협력하겠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칼데론 당선자는 지난 주말 멕시코주재 외신기자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자신은, 폭스 대통령과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창설을 놓고 첨예한 대립의 각을 세워 왔던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등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국가들과의 외교통상 등의 관계증진을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칼데론 승리자는 이어 야권이 주장하고 있는 재검표에 대해 "이들의 주장은 합법적이 아니다"며 "나는 나의 승리를 확신하기 때문에 야당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재검표 반대의사를 분명하게 못박았다.

칼데론은 또 남미공동시장에 대해 언급하면서 특별히 브라질과의 관계개선을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브라질의 페트로브라스 국영석유회사의 심해 석유탐사 기술이 필요하며 멕시코 연안 걸프만의 심해석유탐사를 위해 브라질정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쿠바의 카스트로와 베네수엘라의 차베스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쿠바와 베네수엘라 정부와 건설적인 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양국과의 관계개선에 노력하겠다" 고 말해 폭스 정부와는 차별화 의지를 내비쳤다.

대선 유세기간 중 민주혁명당의 안드레스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측이 정권을 잡으면 미국-캐나다-멕시코가 1994년 발효시킨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 칼데론 승리자는 "나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재고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단언하고 그러나 "멕시코를 위해 무엇이 유익한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즉답을 피해나갔다.

마지막으로 칼데론 당선자는 "이번 대선을 통해 멕시코의 민의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게 됐다" 면서 "멕시코가 가진 자들과 가난한 자들로 나뉘는 두 개의 국가가 돼서는 안 된다" 고 주장하고 빈부의 평준화를 위해 최선의 정책을 펼칠 것임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는 실질적으로 이번 대선의 승자임을 선언하고 빈민들의 대통령임을 주장하는 오브라도르의 행보를 의식한 발언이다. 결국 칼데론은 좌파정책 중 상당부분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중을 나타낸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멕시코 연방선거법원이 야권의 주장을 받아들여 재검표를 실시할 것인지 아니면 여당의 칼데론 후보의 승리를 일방적으로 선언할 것인지는 아직은 분명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좌우를 떠나 누가 대통령이 되든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로부터 '미국의 강아지'라는 비웃음을 받았던 멕시코 정부가 이제 더 이상 미국의 눈치만을 살피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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