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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당권주자 첫 유세 대결…'막말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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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당권주자 첫 유세 대결…'막말의 향연'

"열린우리당, 가당찮은 것들", "북한이 참여해 참여정부"

'아슬아슬…'

한나라당 새 대표를 뽑는 7·11 전당대회에 나선 당권주자들이 초반부터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4일 서울 잠실 올림픽 역도경기장에서 처음 열린 합동연설회에서는 당원 3000여 명이 연설회장을 채우며 분위기가 한껏 고조시킨 탓인지 일부 후보들은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발언으로 이들을 선동하기까지 했다.

웃옷 벗고, 넥타이 풀고…"김대업 나타나면 광화문에 누워서라도"

이재오 후보는 이날 양복 상의를 입지 않고 연단에 섰다. '노타이' 차림에 셔츠 소매도 팔꿈치까지 걷어 붙였다. 이 후보가 내세우는 '강한 대표', '서민의 대표'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옷차림 전략으로 보였다.

이 후보는 "한나라당의 대표가 돼 일요일에 골프장에 가는 대신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누비는 서민의 대표가 되겠다"고 말했다. "수백 개의 정책보다 중요한 당 대표의 이미지로 한나라당의 이미지를 서민의 대표로 바꿔 내겠다"고도 했다.

이 후보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끝날 때마다 관중석 일부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연설 초입에는 대형 태극기를 든 청년이 관중석 앞으로 달리며 '파도타기'를 주도하기도 했다. 사회자가 "과도한 선거운동을 자제해 달라"고 제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 후보와 대표 자리를 다투는 강재섭 후보는 연설 도중 웃옷을 벗어 던졌다. 강 후보는 "이 중 누가 시대에 맞는 투쟁을 할 것으로 보느냐. 옷 다 벗어 치우자. 들판으로 나가자. 팔을 걷어붙이자"며 상의와 넥타이를 벗고 소매를 접어 올렸다.

강 후보는 이 후보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민주화 투쟁' 경력을 박근혜 전 대표를 내세워 역공했다. 강 후보는 "박 전 대표가 사학법과 국보법을 막기 위해 결연히 싸웠지만 그 분이 어디 교도소에 가고 머리에 띠를 매 봤던 사람이냐"고 말했다.

강 후보는 "강한 대표가 정권을 되찾아올 수 있다"며 "나는 김대업 사건이 또 일어나면 광화문 사거리에 드러누워서라도 막겠다"고 기세를 올렸다.

두 후보의 '옷 벗기 경쟁'은 당장 다른 후보들의 비아냥을 샀다. 이규택 후보는 "강 후보가 웃통을 벗으니 평소 웃통 벗던 버릇이 여기에서 나오는구나 싶다"고 꼬집었다. 농담조였지만 "강재섭"을 연호하던 관중들은 아무도 웃지 않았다.

전여옥 후보도 "나 전여옥도 벗으라면 벗을 수 있다. 5·31 지방선거 14일간 밥 한 끼 제대로 못 먹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선거 다이어트'를 해서 전여옥 몸매도 괜찮다"면서도 "그러나 지금이 넥타이 풀고 옷 벗어 던지는 쇼할 때냐"고 비꼬았다.

▲ ⓒ연합뉴스

"박 대표 피습범 배후에 북한 공작원이 있는지…"


일부 후보들은 여권 비난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당원들의 성향을 감안해서인지 과도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정형근 후보는 "이 정권은 국민 목소리가 들리지 않나. 노무현 대통령은 쌍꺼풀 수술 할 게 아니라 귀 고막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또 "김영남을 앞세워서 생떼 쓰는 북한 말을 들어주는 이 정권이 참여정권이냐. 북한이 국정에 사사건건 참여해서 참여정권이냐"고 비난하기도 했다.

정 후보는 "박 전 대표 살인미수범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밝히지 않았는데에도 지도부는 팔짱만 끼고 있는데 이 배후에 칼잡이 폭력배가 있고 그 뒤에 북한 공작원이 있는지 특정 정치세력이 있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해 당원들의 환호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정 후보는 또 "김정일이 남조선 4천500만 명 중에 제일 빨리 죽여야 할 놈이 정형근이라고 했다고 한다"며 '대북 저격수'로서 자신의 역할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전여옥 후보는 자신의 '대여투쟁 경력'을 강조하며 "내 펄펄 뛰는 심장은 노무현 정권이 쏜 수백 발의 화살에 피투성이가 됐다. 열린우리당, 그 가당찮은 것들이 던진 돌로 내 몸이 멍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후보는 "나는 김대업이 1000명이 나타나도 싸워서 이길 수 있다"며 "당의 자존심을 망가뜨리는 이상한 분을 찍어 가슴 치지 마시고 나를 찍어달라"고 호소했다.

이규택 후보는 아예 다른 후보들을 지목해 가며 깎아내리기도 했다. "사학법 날치기 당한 사람이 당 대표가 되면 정권을 날치기 당하려고 하냐"면서 원내대표 당시 사학법 통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강재섭 후보를, 또 "사학법 재개정하겠다는 약속해 놓고 그 약속을 밥 먹듯 어기는 사람도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면서 사학법 재개정에 실패한 이재오 후보를 각각 겨냥했다.

이 후보는 "강아지 한 마리도 못 잡으면서 호랑이 굴에 들어가 호랑이를 어떻게 잡냐"며 이재오 후보를 연거푸 질타한 후, "또 누구를 뽑았다가는 한나라당이 좌파 정당이 돼 대한민국은 망한다"며 소장파 대표 주자인 권영세 후보를 겨냥하기도 했다.

이같은 강도 높은 상호 비방과 대여 공세에 당원들은 흥분된 반응을 감추지 않았다. '아슬아슬한' 발언 끝에는 어김없는 환호와 박수를 보내던 당원들은 오히려 "국민이 진정 원하는 바를 생각하면 한나라당이 달라져야 한다"며 '변화'를 주장한 권영세 후보나 "대한민국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획기적인 발전 전략을 만들겠다"며 각론을 제시한 강창희 후보의 연설 중에는 자리를 뜨거나 심드렁해 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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