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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의 축제'로 변해가는 한나라 당권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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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의 축제'로 변해가는 한나라 당권경쟁

[기자의 눈]'변화'는 말로만…'소지역주의', '집권공학' 난무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보름 앞으로 다가오면서 당권 도전자들도 속속 출사표를 던지기 시작했다. 출사표의 헤드라인은 '정권탈환'이다. 대통령 선거를 1년 6개월 앞둔, 그것도 대선에서 연달아 두 번이나 패한 한나라당으로선 당연한 목표다.

그런데 '집권의 길'을 두고 벌이는 논전에는 도무지 알맹이가 없다. 내년 대선은 물론이고 2008년 총선까지 책임지겠다는 이들 당권주자들의 머릿속에 집권은 '떼 논 당상'이고 자신은 '킹 메이커'가 되겠다는 욕심만 가득 찬 것 같다. 하루도 빠짐없이 '오만한 한나라당'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집권 지상주의', '지역 역할론' 난무

이재오-강재섭 '양강'의 소지역주의 구태는 가관이다. 강재섭 의원은 내년 대선에서 TK가 정권교체를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재오 원내대표는 박근혜, 이명박 등 대권주자가 모두 대구경북(TK) 출신이기 때문에 당 대표는 수도권에서 나와야 한다는 논리로 반박했다.

의미 없고 설득력도 부족한 지역주의 호소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충청권에선 김학원 의원이 강창희 전 의원의 지지를 선언하며 출마를 포기했다고 자화자찬이다. 이들 역시 내세우는 것은 "한나라당의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충청권 대표 체제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충청도 대표론'이 유일하다. 이방호, 이규택 의원도 각각 경남과 경기도 주자론을 부각시키고 있다.

출신 성분을 고리로 한 난타전까지 연일 계속되고 있다. 강재섭 의원은 "특정 후보와 가까운 사람이 당을 맡는 순간 당은 갈등과 분열의 씨앗을 잉태하게 될 것"이라고 노골적인 '이재오 불가론'을 주장했다. 이재오 대표 역시 "정당도 시대 흐름에 맞아야지 자꾸 과거로 가면 안된다"고 '민정계'인 '강재섭 불가론'으로 맞섰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 한나라당 당권경쟁이 자아도취에 빠져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는 계산기를 두드린 '집권 공학'만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오 대표는 '범우파 대연합'을 내걸었다. 한나라당만으로는 어려우니 국민중심당도, 민주당도, 뉴라이트도 다 모아보자는 얘기다. 한나라당으로서는 파격적인 '호남 유인책'도 강구해 냈다. 이 대표 주변에서는 이를 '개혁과 변화'라고 포장한다. 그러나 당직과 공천을 미끼로 특정 지역의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구태라는 비판이 바로 제기됐다. 이에 강재섭 의원은 자신이 '우파 대연합'의 원조임을 주장하기도 했다.

전여옥 의원은 아예 '집권을 위한 전사'를 자임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2007년 대선승리로 가는 길은 꽃길도 아니고 고속도로도 아니다. 죽기를 각오하고 대선의 지뢰밭을 앞장서 가겠다"고 대선 지상주의를 폈다.

중도ㆍ개혁을 표방한 주자들도 나을 게 없다. 단일후보를 내기로 한 소장파들은 연일 토론회를 개최하며 반성과 겸손을 외치지만, 번번히 결론은 "40대를 잡아야 한다"는 등 '어디를 찔러야 표가 많이 나올까' 하는 산술이다. '어떻게'란 물음표엔 '개혁'이니 '변화'니 하는 당위적인 구호만 나온다.

게다가 단일후보를 내기로 한 소장파 후보들 사이에서도 물밑에선 정치적 상호비방이 난무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체 경선을 통해 단일후보를 내기로 한 결정도 '신선하다'는 평가 보다는 '제2의 오세훈'을 꿈꾸는 '노림수'라는 눈총이 더 많다.

한나라당이 '집권야당'인 이유

지난 2002년 대선 패배 직후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이 "한나라당은 시대정신에 졌다"고 결론을 낸 이후 수 년간 여기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방선거 승인 역시 여당의 몰락으로 인한 반사이익 외에 한나라당이 창조적으로 얻은 표는 없었다는 점에도 토를 달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한나라당 당권 주자들이 대선 패배의 교훈을, 5·31 지방선거의 민의를 제대로 읽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열린우리당의 무능을 규탄하며 선택을 받았으면 갑자기 유능해지진 못하더라도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민심에 다가서려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금품비리 건에 연루된 김덕룡, 박성범 의원에 대한 처리는 당장 어떻게 할 것인지, 7·26 재보선에서 구시대 인물들의 복귀시도는 어떻게 봐야 하는지 등에 대해선 한 마디 말을 못한다. 표 떨어지는 짓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화두가 되고 있는 국가적 아젠다에 대해 제1야당의 대표를 하겠다는 사람으로서 소신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당론은커녕 의총에서 논의조차 안되고 있는 한미FTA에 대해 한나라당은 어떤 입장을 견지해야 하는지, 대폭적인 규제완화에서부터 분양원가 공개 주장까지 다양한 부동산 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는 무엇인지 등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박근혜 전 대표가 떠나며 남긴 "한나라당이 집권했을 때 어떻게 나라를 운영할 것인가를 국민에게 미리 보여야 한다"는 당부가 무색할 정도다.

당권 주자들은 공히 선거 직후 "민생을 외면한 정권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했다"고 단언했다. "5.31 민의를 제대로 읽으라"며 여권을 쥐어박기도 했었다. 스스로 이 말을 곰곰이 곱씹어봐야 할 것 같다. 정치권에선 요새 한나라당을 '집권야당'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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