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대법원은 29일 "조지 부시 대통령이 관타나모 수용소의 군사위원회(특별법정)에서 관타나모의 수감자들이 재판을 받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고 결론내렸다.
대법원은 "군사위원회 운영은 법적 근거가 없는 행정부의 자의적인 월권 조치로, 미국법과 제네바 협약에 동시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날 관타나모 수용소의 폐쇄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판결을 계기로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지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더욱 강화되고, 미국 안에서도 같은 여론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행정부의 권력집중은 삼권분립 원칙 위반"
이번 판결은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운전기사였던 살림 아흐메드 함단(36)이 군사위원회의 '전범재판'이 아닌 정식 군사재판을 받게 해달라며 2004년 11월 이의신청을 한 데 대한 것이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이 군사위원회를 이용해 전범재판을 한 첫 번째 사례인 이번 사건은 △전시 재판부의 권한 △군사위원회의 적법성 △개인의 인권 △삼권분립 원칙 등과 관련해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대법원은 판결을 통해 "군사위원회에서 보여지는 '행정부에 의한 권력집중'은 개인의 자유에 대한 자의적인 침해이며 헌법의 '삼권분립'이라는 대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적시했다.
또한 대법원은 "이같은 행정부의 월권조치는 전시 포로대우에 관한 제네바 협약에도 어긋난다"고 판결했다.
국내외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수용소 폐쇄 요구
관타나모 수용소는 재소자들에 대한 인권유린과 관련해 국내외적으로 폐쇄돼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유럽연합(EU) 순번 의장국인 오스트리아의 우르줄라 플라스닉 외무장관은 최근 "관타나모 수용소는 인권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맞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국제사면위원회(엠네스티 인터내셔널)는 관타나모 수용소를 가리켜 '우리 시대의 굴라그(Gulag, 옛 소련의 정치범 수용소)'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 변호사 단체인 '헌법권 센터'에서도 "미국은 관타나모 수감자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한 채 장기간 구금돼 있는 것에 대해 도덕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며 부시 행정부를 비판해왔다.
부시 "합법적인 처리수단 강구할 것"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인해 군사위원회는 법적근거를 상실하게 됐으며 관타나모 수용소에 있는 약 450명의 재소자들이 갖는 법적 지위도 불분명하게 됐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직후 "의회와 협력해 수감자들이 군사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조만간 수감자들을 '합법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입법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부시 대통령은 "대법원 결정이 테러 용의자들의 석방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의견을 밝혀 앞으로도 수용소 폐쇄와 수감자 석방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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