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당시 노근리 학살사건 등 미군의 전쟁범죄 행위를 폭로한 영국 BBC의 다큐멘터리프로그램 ‘Kill'em all(모두 죽여라)'이 마침내 오는 27일 오후 10시 EBS TV를 통해 국내에도 방영된다.
EBS는 16일 시사다큐 ‘움직이는 세계’시간에 ‘BBC특별다큐멘터리-노근리보고서’라는 부제로 노근리학살과 한국전쟁당시 미군범죄들에 대해 다룬 이 다큐멘터리를 긴급입수해 방영키로 결정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달 1일 BBC 역사다큐멘터리프로그램 ‘타임워치’를 통해 방영된 뒤 세계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한·미 정부가 합동조사와 공동발표문을 통해 주장했던 "공식적인 학살 명령은 없었다"는 주장을 뒤엎는 당시 관계자들의 증언과 미 국립문서보관소의 공문서 발견 등을 발굴했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에서는 "모든 피난민의 전선통과를 금지한다. 전선통과를 시도하는 모든 사람에게 발포하라. 여자와 어린이의 경우는 신중히 판단하라"는 요지의 그동안 없어졌다던 미군의 공문서가 최초로 공개됐다. 또한 한국전쟁당시 포항인근의 해안에서 미 해군함정의 발포로 4백여명이 학살된 사실과 미 공군이 육군의 요청으로 민간인에게 기총소사를 가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 다큐메터리에 따르면 한국전쟁때 미군이 저지른 학살사건은 현재 61건이나 되나, 그중 미국정부가 학살행위를 부분적으로나마 인정한 것은 ‘노근리학살’ 한 건 뿐이다.
방송계에서 이 다큐멘터리가 노근리학살에 관해 만들어진 프로그램 중 가장 중립적인 시각에서 사실(fact)에 입각하여 만들어졌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는 EBS의 ‘움직이는 세계’는 국내방송에서는 드물게 진보적이면서도 균형 잡힌 시각의 해외다큐멘터리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다.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권영미PD는 “교육방송이 보도기능이 없는 채널이라 (정치권 등에) 얽매이는 점이 적어 가능하게 된 편성”이라고 말하고 “늘 보편적이고 균형 있는 시각을 전하려고 노력중”이라고 밝혔다.
다큐멘터리의 제목 ‘모두 죽여라’는 학살당시 한 미군 사병이 장교에게 들었다는 “모든 것을 향해 발포하라, 모두 죽여라(Fire on everything, Kill'em all)"라는 명령에서 따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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