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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노근리 사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신간> 50년간 미국과 당당히 맞선 이야기

6월초 발생한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사망사건을 계기로 평등한 한미관계와 SOFA 개정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군이 6.25 전쟁 중에 저지른 학살을 고발하고 끈질기게 사과와 배상을 요구해 온 '노근리 미군 양민학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원회)의 활동을 기록한 책이 최근 출간됐다.

25일 발간된 '노근리는 살아있다'(부제: 50년간 미국과 당당히 맞선 이야기)는 한국전쟁 당시 충청북도 영동군 노근리 일대에서 나흘간에 걸쳐 무고한 양민 수백명이 미군의 기총소사로 살상된 '노근리 사건'의 실체, 그리고 사건이 일어난 후 1960년부터 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한 대책위원회 정은용 위원장이 미국정부로부터 40여년 만에 '유감표명'을 받기까지의 활동을 기록하고 있다.

***민변과 엠네스티도 거절했던 사건**

이 책의 저자이며 대책위원회 대변인이기도 한 정구도씨는 자신의 부친인 정은용 위원장과 함께 미군의 학살을 입증할 언론자료와 문서를 찾기 위해 펼친 노력의 전과정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책 앞부분에서는 94년 초 저자가 처음으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려고 할 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엠네스티 한국지부' 마저도 거절했던 사안임을 밝히고 있다.

이후 한 케이블TV 기자가 97년 한국전쟁 관련 문제로 이 사건을 첫 보도하고 난 후 그 기자의 제안에 따라 피해자들이 SOFA 규정에 의거하여 한국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했고, 이 사실이 CNN에 보도된 후 AP, NBC 등 외국언론에 잇따라 보도되고, 그 여론에 힘입어 미 국방부가 반응을 나타내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또한 영국 BBC TV가 올 2월에 제작한 다큐멘터리 'Kill'em All'(모두 죽여라)을 통해 더 많은 학살이 공군과 해군에 의해서도 일어났고 그 학살들이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미군의 조직적인 명령체계에 따라 자행된 것임이 밝혀진 과정도 기술하고 있다.

정씨는 책에서 대책위원회가 미국과 싸움는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미국 측이 외치는 '법치국가'라는 말에 맞춰 신뢰할 수 있는 공식문서를 확보하고 싸운 것이 중요했다고 강조하고, 미국내에서 확실한 증거자료를 찾아낸 과정, 미국내 언론을 통한 여론형성에 주목하여 매스컴 위주의 홍보전을 펼친 과정을 잘 묘사하고 있는데, 이 대목은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한 향후 대처방법에 있어서도 참고가 될 만한 부분으로 여겨진다.

***노근리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저자인 정구도씨는 "많은 국민들이 노근리 사건이 이제 끝난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현실도 이 책을 출간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히고 "아직 노근리 사건에 대한 미국정부의 진정한 사과(Apology)는 이뤄지지 않았고 법적인 책임을 회피 하려는 유감(Regret)이라는 의사표시만 있었을 뿐 실질적인 배상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노근리사건은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정씨는 특히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을 계속 요구하는 이유에 대해 "동양문화에서 '눈물로 참회하는 것'에 준하는 진실한 행동이 미국 등 서구문화에서는 배상과 사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씨는 또 "미선이 효순이의 죽음에서도 알 수 있는 미군의 행태는 늘 '분명히 피해자가 있는데 가해자나 책임자는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한미관계가 대등하고 정상적인 것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도 이 책을 내게 됐다"고 부연했다.

다음은 저자 정구도씨 인터뷰 전문.

***"2살, 5살이던 형과 누나 노근리에서 사망"**

프레시안 : 책을 낸 동기는?
정구도 :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아직도 노근리 문제가 해결되지도 끝나지도 않은 사안임을 알리기 위해서다. 많은 국민들이 노근리 사건이 이제 끝난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현실이 이 책을 출간하는 계기가 됐다. 아직 노근리 사건에 대한 미국정부의 진정한 사과(Apology)는 이뤄지지 않았고 법적인 책임을 회피 하려는 유감(Regret)이라는 의사표시만 있었을 뿐 실질적인 사과와 배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둘째는 미군 범죄의 직접적인 피해자 가족의 한 사람으로 여중생 사망사건과 노근리 학살에서 미국정부가 보인 태도가 똑 같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환기시키고 싶었다. 그들은 결코 사과를 하지 않는다. 일부 국내언론이 '유감'을 '사과'라고 왜곡 표현했을 뿐이다. 그들이 하는 처리방식은 늘 똑 같다. 피해자는 분명히 있는데 명령계통에서 책임져야 할 사람은 하나도 없고 늘 유감만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프레시안 : 책을 쓴 과정은
정구도 : 원래 대책위 대변인 자격으로 시자주간지인 '뉴스메이커'에 1년간 연재했던 내용에 그동안 공개하지 않은 협상이나 대화내용을 추가, 보완하여 편집했다.

프레시안 : 미국정부와의 긴 싸움에서 느낀 점은?
정구도 : 책에서도 말 했지만 그들은 '자칭' 법치국가다. 그래서 그들은 늘 증거나 공식자료를 들먹인다. 그들을 꼼짝할 수 없게 하는 것은 증거와 공식자료라고 판단했다. 각종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10년간의 싸움에서 가장 큰 관건이었다.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신문의 5단짜리 기사를 미국의 한 아케이브에서 발견했고 이후 그 기사를 기초로 미 국방성 등의 자료도 수집하게 됐다. 증거를 들이대고 따지면 그들은 아무 소리를 못한다. 현재 반미집회도 우리의 소리를 내는 중요한 한 방법이지만 초강국인 그들과 맞설 때는 그들이 꼼짝하지 못할 방식으로 싸우는 것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이렇게 이 사안에 집중하게 된 이유는?
정구도 : 나 자신이 피해자다. 2살, 5살이던 형과 누나가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그들은 미선이 효순이 보다 더 어린 아기였다. 미국인의 인권이 중요한 만큼 우리의 인권도 중요하고 소중함을 그들에게 꼭 알리고 싶었다.

프레시안 : 현재 미국정부와 추모사업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구도 : 전혀 진전이 없다. 미국 측은 이후 60여건에 이르는 한국전쟁 중의 양민학살사건에 대해서도 노근리에 애매한 문장의 비석 하나 세우는 것으로 막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장학사업도 전혀 진전이 없다. 이런 추모사업 제안도 실상은 미국 측이 우리의 배상제안을 거부하는 의미로 일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프레시안 : 특히 미국의 사과와 배상에 주목하는 이유는?
정구호 : 동양문화에서 '눈물로 참회하는 것'에 준하는 행동이 미국 등 서구문화에서는 배상과 사과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진짜로 뉘우치고 있고 책임을 느낀다면 당연히 해야 할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 노근리나 장갑차 사건 때나 '유감'이라며 발을 빼는 것이다.

프레시안 : 책에는 우리정부나 국방부 태도에 대해서도 큰 아쉬움이 있는 것 같이 비춰진다.
정구도 : 국가는 전쟁을 막을 책임이 있다. 그런데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그럼 이제 전쟁이 났으면 자국 피난민을 돌보고 보호할 책임이 있다. 그것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난 후 미국 측에서 자료를 받고 진상조사를 하는데... 보내준 자료마저 일부 왜곡하거나 축소를 했다. 피해자에 대한 접수조사는 물론 유골발굴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을 덮으려는 노력만 하는 것 같았다.

프레시안 : AP 통신이 이 문제를 다뤄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퓰리처상도 받았지만 그전에 한국 언론 에서도 노근리 문제를 다룬 것으로 안다.
정구도 : '한겨레신문'과 '한겨레21' 그리고 문화방송의 시사프로인 '2580'에서 매우 비중 있게 다뤄 줬다. 그런 관심이 많은 도움과 힘이 됐다.

프레시안 : 앞으로 활동방향은?
정구도 : 현재 진행형인 '노근리 학살'에 대한 사과와 배상 요구를 계속 할 것이다. 미국은 언제나 자국민의 인권과 역사를 귀중하게 여기는데 우리 인권과 역사도 똑같이 소중하고 중요한 것임을 그들이 알게 하고 싶다.

프레시안 : 여중생 사망사건의 처리에 대한 소감은?
정구도 : SOFA라도 개정이 돼야 죽은 학생들 넋이라도 위로가 될 것이다. 미선이 효순이의 죽음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군의 행태는 늘 분명히 피해자가 있는데 가해자나 책임자는 없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책에 대해 독자들에게 소개를 한다면?
정구도 : 미국 측과 당당하게 싸운 기록들이 책 곳곳에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비굴하거나 시혜를 바라는 입장이 아니라 그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우리가 밝히려 했고 그들은 숨기고 은폐하려고만 했다. 마치 총성이 없는 전쟁 같은 싸움 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연재하면서도 공개를 하지 않았던 숨은 이야기를 책에 보완했다.

'노근리는 살아있다-50년간 미국과 당당히 맞선 이야기'
펴낸 곳 : 백산서당 신국판 316쪽(화보 16쪽), 9천5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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