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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베트남 국민에게 '몰래' 사과"

지난 9일 베트남 여성동맹 위원장에게 사과편지 전달

지난달 21일 '베트남 처녀, 희망의 땅 코리아로'라는 제목의 기사로 물의를 일으킨 조선일보가 지난 9일 하 티 끼엣 베트남 여성동맹 위원장에게 사과 편지를 보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조선일보사' 명의의 이 편지는 '베트남 국민의 긍지를 훼손할 의도는 없었다'는 내용으로서 주한 베트남대사관을 통해 베트남 여성동맹에 발송된 것이었다.

이같은 사과 편지의 발송 사실과 그 내용이 알려지자 그간 베트남 유학생들과 함께 조선일보를 비판해 온 시민단체 '나와 우리'는 "사과보다는 해명 위주이고 신문 지면 등에서 편지를 보냈다는 사실도 밝히지 않는 등, 조선일보의 사과 방식과 내용이 적절치 않다"며 지면을 통한 공개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베트남신문 <뚜이오체>는 10일자에 조선일보의 사과 편지 발송 소식을 보도하고, 11일자에는 편지의 원문 일부를 게재했다.

이 편지에서 조선일보는 "이 기사는 한-베트남 양국 간의 국제결혼 현상을 한국 남성과 베트남 여성이라는 두 측면에서 있는 그대로 독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며 "우리는 양국간의 이 국제결혼 현상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결코 없었으며, 또 일부러 미화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와 함께 실린 사진은 취재 기자가 현장에 있던 베트남 여성과 한국 남성 등 모두에게 신문에 실릴 사진이라는 점을 알리고 동의를 받은 후에 촬영한 것이었으며, 등장인물들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가 전혀 없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면서 "그러나 결과적으로 등장인물들의 명예에 조금이라도 누를 끼친 점이 있다면 조선일보는 깊이 사과를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또 조선일보는 '한국 왕자님들, 우리를 데려가 주오'라는 사진 설명에 대해 "사진 설명에 '왕자님'이라는 단어 하나가 들어 있지만, 그것은 한-베트남 국제결혼에서뿐만 아니라 세상 어느 곳에서든 수많은 결혼들이 모두 당사자들에게는 한사람의 왕자와 한사람의 공주 사이의 결합이라는 뜻을 함축한 표현이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음을 밝힌다"고 해명했다.

조선일보는 "이 같은 세부사항을 떠나 본지의 이 기사가 베트남 국민들의 긍지를 훼손했거나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부정적 결과를 초래했다면 그 모든 것에 대해 조선일보는 정중히 사과를 드린다"고 밝혓다.

베트남 여성동맹 "대승적 차원에서 받아들이겠다"

<뚜오이체>와 <베트남 통신(VNA)>를 포함한 베트남 언론들은 지난 11일 "조선일보가 최근 베트남 국민들에 대해 사과의 뜻을 담은 서한을 하 티 끼엣 베트남 여성연합 위원장에게 전달했다"며 "베트남 여성동맹 측은 조선일보의 사과편지가 해명에만 급급하기는 하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응연 티 타잉 여성연합 부위원장은 베트남 일간지 <뚜오이체>와의 회견을 통해 "조선일보는 베트남 여성을 비하할 의도는 없었다는 것을 여러 차례 강조하는 등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해명에 급급한 모습이나, 이 문제의 본질은 이해하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사람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고는 미안하다 말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되는 것이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보통 '해명은 잘못의 인정'이라고 말하지 않느냐"며 "베트남 여성들은 조선일보의 사과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 <뚜오이체> 2006년 5월11일자 7면. 조선일보 측의 사과문과 응옌 티 타잉 여성동맹 부위원장 인터뷰 기사가 실려 있다.

"'4·21 조선일보 사태', 반복되어선 안된다"

안태성 주 베트남대사관 홍보관은 <국정브리핑-해외리포트> 에서 "베트남 사람들은 이번 사건을 '4·21 조선일보 사태'라 지칭한다"고 밝히면서 "제2, 제3의 조선일보 사태가 더이상 벌어져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안태성 홍보관은 "베트남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한국과 관련된 것이라면 매우 관심을 가지며 좋아한다"면서 "끊임없는 외세의 침략과 민족상잔의 아픔 등 양국이 역사적 사실을 공유한 것조차 좋아하며, 최근 베트남 예비 신랑신부들이 웨딩사진 촬영 때 한복을 입고 촬영하는 부부가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안 홍보관은 "베트남의 이러한 기류로 미루어 볼 때, '신중하지 못한 기사'가 한국의 국가이미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은 쉽게 상상해 볼 수 있다"며 "이 기사로 코리아 프리미엄이 사라질 뻔했다"고 지적했다.

"'몰래' 사과하지말고 지면을 통해 공개적으로 사과하라"

시민단체 '나와우리'는 조선일보의 사과 서한에 대해 사과방식과 내용이 적절치 않다고 비판하고 있다.

나와우리는 15일 "조선일보는 사과 내용은 물론 사과한다는 사실조차 신문 지면과 인터넷판(디지털 조선일보) 어디에도 언급하지 않고 베트남 대사관에 '몰래' 편지를 보냈다"고 꼬집었다.

나와우리는 "이는 조선일보가 문제가 된 기사를 지면 한 면에 걸쳐 자세히 보도했던 점, 인터넷 판에서도 수십 장의 사진을 뉴스 형식까지 취해 자세히 설명하면서 전달한 점을 돌이켜보면 보편적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태도"라고 비판했다.

또 나와우리는 "우리가 특히 문제제기 했던 것은 조선일보가 다른 어떤 언론보다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진심으로 사과할 생각이라면, 또 사회적 책임을 지닌 언론이라면, '몰래' 사과할 것이 아니라 지면을 통해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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