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베트남여성연합 주석 "조선일보 기사에 분노"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베트남여성연합 주석 "조선일보 기사에 분노"

조선일보 국제결혼 관련 기사에 베트남 여론 격앙

4월 21일자 조선일보 기사 "베트남 처녀, '희망의 땅 코리아로'"에 대해 하 티 끼엣 베트남여성연합 주석이 유감을 표시했다.

또 베트남 일간지 <뚜오이쩨> 편집위원회는 27일 조선일보에 항의편지를 보냈으며, 다른 여러 베트남 신문들도 조선일보의 해당 기사와 이에 대한 베트남 시민들의 반응 등을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조선일보의 21일자 기사가 베트남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전 당시 민간인 학살 문제를 규명하고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지원하는 할동을 전개하고 있는 시민단체 '나와 우리'는 지난 25일 한국에서 유학 중인 베트남인 유학생들과 함께 조선일보사 앞에서 조선일보의 기사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바 있다.

베트남여성연합 주석 "나 자신의 명예가 침해받는 느낌"
▲ 하 티 끼엣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 베트남여성연합 주석 ⓒ뚜오이쩨

베트남 신문 <뚜오이쩨> 27일자에 따르면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이자 베트남여성연합 주석인 하 티 끼엣 여사는 조선일보의 "베트남 처녀, '희망의 땅 코리아로" 기사와 관련해 26일 베트남여성연합 지도자들과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 회의에서 하 티 끼엣 주석은 "여성의 한 사람으로서 이 기사를 읽으며 너무 가슴이 아프고 마치 내 자신의 명예가 침해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면서 "우리 여성들이 상품처럼 진열되어 팔려나가는 듯한 사진을 보면서, 그리고 이러한 일들이 외국의 일간지에 공개되는 것을 보면서 나는 편히 잠들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하 티 끼엣 주석은 <뚜오이쩨>와의 인터뷰에서 "이 기사를 읽은 후 나는 베트남 여성들과 한국 남성 간 국제결혼 관련 문제의 해결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중앙정부의 회의조차 불참하고 여성연합회 지도자들과 긴급회의를 조직했다"며 "이 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의 감정이 격앙됐다"고 전했다.

하 티 끼엣 주석은 "한국의 국무총리와 여성가족부 및 다른 시민단체들에게 이 문제의 빠른 해결을 촉구하는 서한을 작성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동시에 조선일보에 베트남 여성들에 대한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서신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와 더불어 호치민 시와 각 여성연합회에 신속하고도 철저한 조사에 나설 것과 관계기관과의 협력 아래 국제결혼 알선업체들의 불법활동을 막고 이 문제에 대해 해결에 나서라는 지시를 하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베트남 여성들을 외국 남성에게 알선하는 중개업체들의 거점을 소탕하고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 함께 협력할 것을 경찰당국에 제안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나와 우리'는 "지금 베트남은 제10차 공산당 전당대회가 막 끝난 시점으로 지도체계에 큰 변화가 생기는 등 정치·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이러한 시점에 이 기사에 대한 베트남 사회의 반응은 이 문제에 그들이 얼마나 큰 관심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자나라 부자신문이라 다른 나라 가난한 여성들 무시하나"

한편 베트남 신문 <뚜오이쩨> 편집위원회는 조선일보에 "조선일보는 우리 베트남 사람들에게 무엇이라고 말할 것입니까?"라는 제목의 공식 항의서한을 보냈다.

<뚜오이쩨>는 이 서한에서 "21일자 조선일보에 게재된 "베트남 처녀들 '희망의 땅 코리아로'"에 관한 기사를 내보낸 다음 우리 독자들은 강한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고 전했다.

<뚜오이쩨>는 "문제는 신문에 베트남 여성들이 마치 상품처럼 보이는 사진을 실은 것뿐만 아니라 이와 비슷한 내용의 사진을 인터넷(디지털조선일보)으로도 대량으로 퍼뜨린 데도 있다"며 "이것은 단지 채승우 기자의 잘못이 아니라 편집진의 방침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뚜오이쩨>는 "조선일보는 편집진의 방침에 따라 우리 베트남 여성들을 무시하고 베트남 사람들의 명예를 손상하는 삐뚤어진 시각을 표현한 셈"이라며 "우리는 한국에서 가장 많은 독자 수를 가지고 있으며 명망 있는 일간지인 조선일보에 이러한 내용이 실린 것에 충격 받았으며 실망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혹시 스스로를 부자나라의 부자신문이라고 생각해서 다른 나라의 가난한 여성들의 인격을 무시하고 언론의 도덕성에 대한 보편적인 원칙을 무시한 것 아니냐"며 "베트남 신문에서 일하는 우리는 어떤 상황에 처한 여성들을 다루든 그토록 비인간적이고 자의적으로 표현하는 조선일보의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뚜오이쩨>는 △조선일보는 디지털조선일보에 실린 것을 포함한 해당 기사와 사진 속의 여성들에 사과하고 △ 일개 기자의 잘못이 아닌 조선일보의 편집방침에 의해 베트남 여성들과 베트남 사람들의 명예를 손상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뚜오이쩨>는 베트남에서 발행부수 2위를 점하고 있는 신문으로 대중지이며 발행부수 1위인 <세계안보신문>보다 정치적 영향력이 더 크다고 평가된다.

'나와 우리'는 "베트남 언론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른 단체에 항의서한을 보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이 편지를 읽은 베트남 유학생들이 '온몸이 떨렸다'고 표현할 만큼 강경한 어조"라고 말했다.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이렇듯 조선일보의 "베트남 처녀 '희망의 땅, 코리아로'" 기사에 대해 베트남에서 파문이 확산되자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 안대성 공보관은 <뚜오이쩨>와의 인터뷰에서 "베트남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밝혔다.

안대성 공보관은 "언론 윤리상 조선일보의 기사와 사진이 베트남 여성의 인권을 침해한 것이 분명하다"면서 "베트남 국민들께 정식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안 공보관은 "대사관 측은 조선일보의 사과를 요구했으며, 26일 '대사관을 통해 베트남 국민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다'는 채승우 기자의 편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기사는 베트남 여성과 국제결혼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으며, 베트남 여성을 멸시하거나 사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측면에서 잘못이라고 지적할 만하다"면서 "그러나 이번 문제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적극적인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듯 한국에는 지금 베트남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