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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농민들 "내게도 땅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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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농민들 "내게도 땅을 달라"

김영길의 '남미리포트'〈145〉오는 17일 대규모 시위 계획

오는 4월 17일은 브라질 농민들에겐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이다. 브라질 '토지 없는 농민들의 땅갖기 운동(MST)' 회원들의 시위에 대한 경찰의 무차별한 발포로 6명이 희생당한 지 꼭 10주년을 맞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브라질 농지소유의 극심한 양극화 실태, 그리고 불공정한 농지분배 상황 속에서 빈농들이 자기 땅을 갖기 위해 어떤 투쟁을 벌이고 있는가를 전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으며, 브라질 정부가 토지 없는 빈농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기폭제 역할을 했다.

지난 2002년 룰라 대통령의 선거운동의 공신들이었던 MST 지도자들은 이날의 기념식을 앞두고 룰라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 오는 10월 대선에서의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범세계적인 시위계획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우리 조상들의 옛 땅을 돌려주오'. '토지 없는 농민들의 땅 갖기 운동(MST)'이 발행하는 월간지의 표지. @MST. 브라질.

MST 지도자들은 룰라 대통령이 자신들에게 약속했던 지난 대선 공약이 절반 수준도 이행되지 않았다며 차기 대선에서 '룰라 지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강경론을 펴고 있다.

브라질 당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빈부 격차가 심한 브라질에서 인구 1%의 대지주들이 브라질 국토의 45% 이상을 소유하고 있으며, 전체인구 1억8400만 명 가운데 실제로 토지가 필요한 농민들(전체 인구의 37%)의 소유 토지는 1% 미만으로 나타났다.

또한 480만 명 이상의 토지 없는 농부들이 일당을 받고 농장에서 일을 하거나 파종 때와 추수 때만 품삯일을 하는, 그야말로 현대판 노예 같은 생활을 하고 있으며 근근이 입에 풀칠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파종 때나 추수 때 농민들은 과중한 노동을 피할 수가 없으며 과로에 못 이겨 사망하는 농민들의 수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MST 임원들은 인구 20%의 브라질 상류층이 사실상 전체 농지를 소유하면서 먹을 것이 없어 기아에 빠져 있는 농부들에 의해 경작된 농작물은 해외로 수출되고 있는 게 브라질 농업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바로 이런 불합리한 농지소유 실태를 바로잡는 게 MST의 기본 활동방침이라 는 설명이다. 이들은 비폭력 시위를 기본으로 도로차단을 하면서 합숙시위 등을 통해 정부 당국에 농민들의 실상을 알리는 청원서를 제출하고 브라질 시민단체들과 연계해 상호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의 이런 노력과 언론 집중보도의 결과로 이제 브라질 대다수 서민들은 이들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으며 정부로 하여금 토지개혁을 서두르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뼘의 토지조차 소유하지 못한 브라질 농민들 중 아직도 수십만 이상이 도시 외곽지역의 도로주변 비닐하우스 안에서 침식을 하며 생활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룰라 정부는 이들에게 거주할 집을 주겠다고 약속했으며 토지 무상분배도 약속했었다. 나아가 브라질에서 '배고픔'이라는 단어를 추방하겠다는 약속도 했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안정된 거주지와 토지를 불하 받은 농민의 수는 당초의 약속의 절반 수준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룰라와 노동당은 지난 대선 때 1000만의 일자리와 최저임금 100% 인상, 빈농들을 위한 전반적인 사회보장제도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룰라 정부는 임기가 끝나가는 최근까지도 400만 수준의 일자리와 42% 수준의 최저임금인상을 단행했을 뿐 사회보장제도는커녕 허기진 배를 채우지도 못한다는 것이 이들 MST 지도자들의 주장이다.

***'우리의 투쟁은 빼앗긴 땅을 되찾는 것'**

이들은 룰라 정부의 뇌물파동으로 당초 약속했던 토지개혁정책은 공론화되거나 시도조차 되지 못한 채 폐기될 운명에 처해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지금 상황에서는 토지개혁을 단행할 수 있을 정도의 사회적 합의나 지지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룰라 정부가 MST와 약속했던 토지개혁을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거북이 걸음을 취하고 있는 이유다.

역사적으로 브라질 정부는 빈농들의 문제를 등한시해 왔었다. 그나마 MST가 정치세력화되면서 이 문제가 비로소 주목 받기 시작했으며 룰라 정부에 들어와서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상당한 정도의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당은 역대 어느 정부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의 지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MST는 자신들의 기대는 이보다 훨씬 컸으며 MST가 지난 대선에서 룰라 당선에 기여한 바에 비하면 정부가 해준 게 뭐냐는 식이다.

MST는 유럽 14개 국과 미국 등에 협력단체를 결성하고 오는 17일 범세계적인 기념시위를 기획, 이들의 실상을 세계적인 이슈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또한 이를 룰라의 무관심 및 실정과도 연계시켜 임기 내에 토지개혁을 단행해 약속한 땅을 내놓도록 대대적으로 압력을 행사할 계획도 세워 놓고 있다.

이에 맞선 대주주 및 브라질사회의 기득권층들은 MST의 주장과 투쟁, 토지무단 점거 등이 불법임을 강조하고 사유재산 보호차원의 공권력을 내세워 또 다른 무력충돌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MST는 "우리의 투쟁이 불법이라면 대지주들의 토지 획득은 합법적이었느냐"는 반론을 제기한다."불과 몇 십 년 전만 하더라도 힘있는 권력층들은 토착원주민들의 소유인 거대한 공유지를 공권력이라는 무력을 앞세워 불법으로 차지하지 않았느냐"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토지 없는 빈농들의 최소한의 토지불하 요구와 투쟁은 합법이나 불법을 떠난 도덕적인 문제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조상 대대로 토지를 소유해 온 유럽이나 동양의 법적인 잣대로 남미의 토지소유 개념을 판단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지난 대선 때의 공약이행과 토착원주민들의 소유였던 토지 반환요구 등이 맞물려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MST의 투쟁에 룰라와 노동당은 기본적인 해결책이나 뾰족한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로를 차단하고 민생고를 해결해달라고 외치는 극빈농민들의 과격시위는 이제 브라질뿐만 아니라 남미 전역의 문제다. 따라서 정부와 기득권층이 이들의 요구에 어느 정도 양보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민간 인권단체들을 중심으로 사회 각 분야에서 일고 있는 게 남미 현지의 분위기다. 이들의 투쟁이 어떤 결실을 맺게 될지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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