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16일 다른 야당과 함께 최연희 의원에 대한 사퇴권고결의안을 제출했다.
의원직 제명까지 요구하는 여론을 감안하자면 이것으로도 모자란 대응이지만, 소속 의원들의 추태나 망언이 물의를 일으킬 때마다 의원 편에서 철저히 방어적인 입장을 보였던 한나라당의 전례에 비쳐봐서는 나름대로 적극적인 대응이다.
노골적으로 당에 대한 원망을 드러내는 최 의원 측과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고개를 드는 '동정론'에까지 생각이 미치면 어렵사리 칼을 빼든 한나라당의 속내가 더욱 궁금해진다.
***결의안 제출로 '최연희 털고가기'**
한나라당은 이날 사퇴권고결의안 제출을 계기로 최 의원 사건으로 당이 입은 여파를 털어내려는 정치적 계산이 뚜렷하다.
한나라당은 사건 당일에는 당직 사퇴, 다음 날에는 출당조치 순으로 최 의원과의 연결고리를 하나씩 끊어갔음에도 비난 여론이 잦아들 조짐을 보이지 않자 사퇴권고결의안 제출을 그 마지막 수순으로 선택한 셈이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정치는 국민을 위해 하는 것이지 동료 의원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며 사건 발생 후 20일 만에 내는 '사퇴권고결의안'에 잔뜩 힘을 실었다.
엄호성 전략기획본부장도 "한나라당 명의로 최 의원 사퇴권고결의안을 내면 그 누구도 최 의원 건에 대한 부담을 한나라당에 안기지 못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사퇴결의안 제출을 계기로 최 의원 얘기만 나오면 고개를 숙였던 한나라당의 태도에 모종의 변화가 왔다.
이계진 대변인은 이날 "최 의원 사건과 관련해 열린우리당이 박근혜 대표의 책임 운운하면서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 중단할 것을 정중하게 요청한다"고 여권을 나무라기까지 했다.
***진수희 "국민들은 '한나라당 최연희'로 기억"**
하지만 한나라당이 결의안 제출에 적극적이었던 것은 '이해찬 파문'이 잦아지면서 '최연희 사태'가 다시금 이슈로 부상한 데에 따른 '시선 돌리기'용이라는 해석이 역시 압도적이다. 여기엔 지방선거를 앞둔 다급한 속내가 기본적인 배경이다.
사퇴권고결의안 제출이라는 나름의 생색에도 불구하고 "최연희 사태에 대해 한나라당이 진정한 반성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다른 당의 눈총은 그래서 쏟아진다.
게다가 박근혜 대표는 여전히 "사퇴 여부는 최 의원이 판단해서 결정해야 할 일"이라며 더 이상의 언급을 삼가고 있다. 한나라당은 사건 당일 박 대표가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는 점도 내심 부담스러운 눈치다.
이와 함께 이날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최연희 사태'의 여파로 지지도가 3.1%포인트 하락했다. 여당이 '이해찬 사태'를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관리하며 3.3%포인트 상승한 것과 대조를 보여 한나라당의 긴장도는 더욱 높아졌다.
당 외적인 요인도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어 최 의원과 한나라당 간의 '절연'이 과연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당 안팎의 얘기로는 최 의원은 여전히 "사퇴까지 할 일은 아니지 않냐"며 고집을 피우고 있다. '사퇴 권고'가 '배지'에 대한 최 의원의 강한 미련을 끊어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동아일보〉 측에서 이날 최 의원을 고소함에 따라 사건이 법정으로 가게 된 것도 한나라당으로서는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구속력 없는 결의안 제출로 '최연희 사태'가 적당히 얼버무려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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