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함께 지구상에서 가장 고립된 국가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쿠바가 극심한 경제난에서 벗어나면서 카스트로가 모처럼 밝은 미소를 보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견고한 동반자이자 경제원조국이었던 구 소련의 몰락과 함께 서방세계의 통상금지 조치로 고립되어 한때 디폴트 설까지 나돌던 쿠바의 경제가 가파르게 성장세를 기록하며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쿠바의 경기회복 그 뒤에는 중국이 버티고 서있다. 최근 쿠바의 인터넷언론매체인 〈라 누에바 쿠바〉는 중국과 쿠바의 교역량은 매년 45% 이상씩 늘어나면서 8억 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또 양국은 가까운 장래에 10억 달러 교역목표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전망을 곁들이기도 했다.
카스트로는 최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통상관계에 정치적인 조건을 내세우지 않는 견실하고 안정된 동반자"라고 평가하고 "중국의 협력으로 인해 미국과 유럽국가들의 통상제재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었다"고 사의를 표했다. 이어 카스트로 의장은 "양국관계는 상호협력과 동화에 기초하여 세계평화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은 쿠바로부터 설탕과 잎담배, 니켈, 첨단 의료기기, 그리고 인터페론 등의 의약품을 대규모로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다량의 쥐약이 포함돼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국은 이에 그치지 않고 쿠바의 니켈광산과 석유탐사에 대규모투자를 확정하고 본격적인 탐사작업에 들어갔으며 거액의 장기상환 차관도 공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쿠바는 세계 최대의 니켈광산을 보유한 나라 가운데 하나다.
중국의 싹쓸이식 쿠바자원 구입에 고무된 카스트로는 중국으로부터 대중교통난 해소를 위해 8,000대의 중국산 시내버스와 기관차엔진 및 객차 등을 구입하기로 확정하고 국내선 전용항공기와 통신장비 등도 함께 구입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상황이 많이 호전됐다는 반증인 것이다.
오일달러를 앞세운 우고 차베스의 경제원조와 자원독식을 노리는 중국의 무차별한 쿠바자원 구입이 서방세계의 경제제재를 무력화시키고 카스트로를 궁지에서 구출해준 모양새다.
그동안 고령과 건강악화설 등이 화제가 되면서 카스트로 이후 쿠바의 공산체제가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서방세계를 중심으로 꾸준하게 퍼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은 쿠바는 카스트로 이후에도 변함없이 건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중국이 무제한적으로 쿠바에 장기적인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카스트로의 미소와는 다르게 그의 정치적인 후계자임을 자처하는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딜레마에 빠진 것으로 알려져 대조를 이루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 16일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3선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추진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야권이 후보를 내지 않으면 국민투표로 연임을 결정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그동안 차베스의 연임 문제는 집권여당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논의되고 있었다. 그러나 차베스가 대선을 10여 개월을 남겨둔 상태에서 이를 공식화한 것을 두고 선관위는 사전선거운동이라는 평가를 들을 만한 발언이라고 해석하고 있는가 하면 야당에서는 장기집권으로 가는 독재자의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차베스가 이런 비난을 감수하고 미리부터 선수를 치고 나온 건 그의 정치적인 딜레마를 반영한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하고 있다.
현 상태로 오는12월 대선이 치러진다면 야권은 대선후보를 내지 않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해 야권을 자극해 단독후보라는 비난을 면해보자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행복한 딜레마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공산주의식 1당 독재로 대외에 비쳐지지 않을까를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차베스의 이런 의도와는 다르게 야권의 반응은 차갑다. 해봐야 승산이 없는 싸움은 아예 포기하는 게 이롭지 않겠냐는 판단이다.
베네수엘라의 대선이 선거도 없이 차베스의 연임으로 갈 가능성이 사실상 굳혀지자 "여당에서 지명도가 있는 인사를 야당에 빌려주어서라도 경선의 모양새라도 갖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우스개 소리다.
얘기가 나온 김에 한마디 덧붙이자면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에 대한 차베스의 악담(?)이다.( 이 부분은 외신을 인용해 일부 국내언론들이 보도를 했지만 풍기는 뉘앙스가 원래의 의미와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차베스는 라이스장관이 "쿠바와 베네수엘라의 동맹이 이웃국가들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고 지적하고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견제하는 국가들을 지원할 것" 이라고 한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한 표현이지만 미이히따(귀여운 딸을 부르는 애칭) 나를 건드리지 마라. 나는 들판에 핀 가시 돋친 야생화 같은 존재다. 따라서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향기를 풍겨주지만 건드리면 가시에 찔린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평소와는 다르게 품위 있게 쏘아붙였다.
차베스는 이어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국정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장본인"이라며 "그들은 테러리스트들과 쿠데타를 일으키도록 하는데 많은 지원을 쏟아 붙고 있다"고 비난의 톤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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