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지성이자 진보적인 지식인으로 평가받고 있는 노암 촘스키 미 MIT 교수가 부시행정부의 테러와 전쟁 정책을 맹비난하면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추진 중인 '볼리바리안 혁명'은 극찬하고 나서서 화제다.
촘스키 교수는 최근 보스턴의 매사추세스기술학회(ITM)에 참석해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부시행정부는 루이스 까릴레스라는 중미의 테러리스트의 신병을 베네수엘라에 인도하지 않고 계속 미국에 보호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미 공군은 (이 테러리스트를 제거하기 위해) 워싱턴을 폭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베네수엘라 국영 ABN뉴스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정부가 규정한 테러리스트들을 괴멸시키기 위해 미 공군은 중동 국가들을 폭격하면서 중미 국가들이 규정한 테러리스트는 워싱턴이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비꼰 것이다.
루이스 포사다 까릴레스는 지난 76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발 쿠바행 민항기 폭파로 73명의 쿠바인 탑승객 전원의 생명을 앗아간 테러범으로 베네수엘라 정부에 체포되어 재판을 받던 중 지난 85년 탈옥했다.
그는 베네수엘라에서 행방을 감춘 뒤 쿠바의 카스트로 제거를 목표로 삼고 지난 2000년 파나마에서 개최된 이베로 아메리카 정상회담 장소에 폭약을 설치해 카스트로 암살을 기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중미의 대표적인 테러리스트다.
그 뒤 미국에 은신 중이던 까릴레스는 지난해 3월 미국정부에 망명을 요청했고, 미국 정부는 같은 해 9월 그의 신병을 베네수엘라에 인도하지 않고 미 출입국 관리규정에 따라 구금 형태로 계속 미국 체류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베네수엘라와 쿠바는 테러리스트인 그의 신병을 인도해달라고 외교채널을 통해 요청하는 등 미국과 팽팽하게 대치 중이다.
촘스키 교수는 이 강연에서 미국의 대테러전쟁에 대해 "부시행정부는 전세계의 국가나 개인을 향해 아무한테나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할 수 있는 특권이 있는 것처럼 믿고 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의 대테러정책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식의 정책이라는 것이다.
촘스키 교수는 또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진행중인 '볼리바리안 혁명'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으면서 "미국언론들은 차베스의 비난거리를 찾는 데 열중하다 보니 긍정적인 면이나 그의 업적들에 대해선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따라서 "차베스가 추진 중인 교육프로그램과 사회보장제도 등은 이미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었으나 미국인 대다수는 이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최근 차베스 대통령이 혹한에 떨고 있는 미국 서민들을 돕기 위한 난방용 석유 무료기증과 가격의 대폭적인 인하를 제의한 것은 미주대륙과 세계를 향해 단결과 협동을 보여주는 위대하고도 모범적인 조치"라고 평가한 촘스키 교수는 미국 내 보수종교단체 등의 주도로 일고 있는 베네수엘라 국영석유 현지법인 CITGO 석유 불매운동을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일전도 불사하겠다는 차베스의 튀는 행동에 설전으로 맞서고 있는 부시행정부를 겨냥해 "미국을 향한 베네수엘라의 도전은 일단 성공적으로 보인다"고 평가하고 "미국은 이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기를 원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적인 지성으로 불리는 촘스키 교수의 '친차베스'적인 행보가 미국 내에서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지가 관심사다. 베네수엘라 현지 언론들은 이를 두고 차베스의 '볼리바리안 혁명'의 여파가 중남미와 중동에 이어 미국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미국 내 일부 히스패닉계에 이미 불기 시작한 차베스주의(Chavistas) 열풍이 진보적인 학자들을 중심으로 미국의 학계로까지 번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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