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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와 미국은 석유전쟁 중'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126〉"미국 서민들 돕겠다"

미국시장에 베네수엘라산 석유의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큰소리 치고 있는 차베스에 맞서 이번에는 미국 국민들이 베네수엘라산 석유 불매운동으로 맞불을 놓고 있어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의 대립구도가 정부 차원에서 국민들의 감정 싸움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차베스는 최근 혹독한 추위에 고통 받고 있는 미국의 버몬트 주민들에게 난방용 석유 950만 리터를 무상공급하고 뉴욕과 펜실바니아 등 5개 주를 대상으로 현 시세대비 40%의 할인가격을 제시하면서 미국정부를 대신해 "미국 서민들이 혹한에 따스한 겨울을 보내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온정을 뜻을 전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차베스의 미국 국민 껴안기 노력에 미국의 보수종교단체들과 미국 가족협회가 발끈하고 나섰다. 이들은 "반미와 반부시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가 운영하는 CITGO의 도움을 받는 것과 영업 판매고를 늘려주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미련한 짓"이라며 미국 내 소비자들은 설득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들은 현재 베네수엘라 국영석유(PDVSA)의 미국현지 법인 CITGO 석유를 구입하지 말라는 불매운동을 활발하게 전개 중이다. 차베스가 미국 내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재무장하여 미국을 향해 총부리를 들이댄다는 논리다.

미국 휴스턴에 본사를 둔 CITGO석유는 미국 국민들로부터 이미 4만여 통의, 미국내 영업을 반대하는 항의 메일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차베스는 미국 내 1400개의 CITGO주유소와 정유공장을 매각처분하고 미국으로의 석유공급을 전면 중지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미국 전체 석유시장에서 베네수엘라산 석유가 차지한 시장점유율은 약 16%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차베스의 큰소리와는 달리 지금 당장 베네수엘라 석유의 미국시장 포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미국으로 선적되는 하루 150만 배럴 규모의 베네수엘라산 중급유의 정유시설이 미국 휴스턴 등 지역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미국을 제외하면 다른 나라에서 이 정도 규모의 중급원유를 처리할 시설을 찾기 힘들다는 게 현실이다. 또한 5일이면 수송이 가능했던 코 앞의 미국을 제쳐 두고 지구 반대편 중국을 선택하면 30일이나 소요되는 거리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과의 석유공급을 놓고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석유 생산과 판매에 있어서 공격적인 것만은 분명하다.

베네수엘라 국영석유(PDVSA)는 오는 2012년부터 하루 약 600만 배럴의 원유를 뽑아 올릴 계획을 세워놓고 있으며 정유시설 설비투자에 우선적으로 박차를 가해 정유시설의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해결의 길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스페인의 국영석유(REPSOL-YPF)등과 합작투자를 추진해 정유시설 확장과 석유화학공업 설비도 규모를 늘이고 현대화 하겠다는 마스터플랜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점진적인 자국의 정유공장 증설계획과 함께 원유생산 배가는 물론 석유화학산업에서도 미국기업들을 배제하고 라틴권 파트너를 새롭게 영입하는 등 본격적으로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모양새다. 지금까지 차베스의 큰소리가 엄포가 아니라는 것을 실제로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베네수엘라정부는 최근 하루 10만 배럴이던 중국과의 원유 판매량을 30만 배럴로 늘이기로 양국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으로의 원유공급은 줄여나가면서 자국에서의 원유처리와 중국 판매를 늘여나가겠다는 복안이다.중국과의 원유무역은 현금보다는 현물, 즉 군사무기일 가능성이 높다. 베네수엘라는 중국으로부터 군용 항공기 등 무기구입을 구체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박스 시작〉
***미국에 부메랑 된 베네수엘라의 석유**

이렇게 베네수엘라 최대의 무기로 등장한 PDVSA(베네수엘라 국영석유)는 그 연원도 흥미롭다.

베네수엘라의 석유는 태고적부터 토착 원주민들에게 발견되어 땔감이나 의약용으로 사용돼 오다 1535년부터 스페인이 그 가치를 알아봐 본국 반출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에는 석유가 수레바퀴의 윤활유 역할이나 선박의 방수용 타르 등으로 사용된 게 고작이었다.

1830년 베네수엘라 전역에서 대규모 천연가스 광구가 발견되었을 때는 지역주민들이 화산이 폭발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피신하는 등 소란을 피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은 진주로 평가 받고 있는 석유와 21세기 신에너지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천연가스에 대한 토착민들의 무지와는 다르게 중미의 해방영웅 시몬 볼리바르 장군은 선견지명이 있어 이들 자원들이 베네수엘라의 희망이라는 사실을 당시에 벌써 알아차리고 대통령 특별령을 통해 볼리비아 내의 모든 광산과 유전, 가스전을 국유화했다. 중남미 좌파정권들이 내세우는 자국 내 자원국유화 바람은 볼리바르 장군이 원조인 셈이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산업화시킨 건 세계적으로 알려진 미국의 스탠다드 오일(Standard Oil Co.)의 록펠러(John D. Rockefeller)였다. 록펠러는 1800년대 말에서부터 1900년대 초까지 40여 개의 개인회사가 난립되어 검은 노다지를 캐기 위해 피 튀기는 경쟁을 벌이고 있던 베네수엘라의 원유시장을 평정하고 유정 개발과 원유 채취, 정유설비 등을 미국과 현지에 라인화 시켰다. 록펠러에 의해 베네수엘라의 석유산업은 세계 5대 산유국으로서의 발판을 다졌다는 얘기다.

그러나 미국의 '석유왕'에 의해 개발되고 산업화된 베네수엘라의 석유가 이제는 강력한 무기로 변신한 부메랑이 되어 미국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볼리바르 장군에 의해 국유화된 베네수엘라 석유는 개발과 산업화를 위해 록펠러 등 미국기업들에게 운영권이 넘어갔다가 지난 1976년 초 다시 국유화되는 우여곡절을 거쳤다.

베네수엘라국영석유(PDVSA)는 현재 하루 최대 329만7000배럴의 원유생산에 263만3000배럴의 원유처리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미 언급했듯이 베네수엘라산 원유는 '중급유'여서 OPEC기준 국제원유가가 지난 1월말 현재 60.24 달러를 기록했을 때 55.61달러에 거래가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석유로 인해 큰소리 치지 못할 이유도 없는 게 베네수엘라의 국제적 위상이다. 석유의 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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