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 주변의 아름다운 도시이자 역사적으로는 지난 1700년대 초 스페인제국의 중남미대륙 통치의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가 힘없는 피지배계급의 민중들과 지역토착원주민들이 함께 모여 빈부와 인종차별 철폐, 계층간 평등을 외치는 함성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지난 24일 카라카스에서 개막된 제6차 세계사회포럼(WSF)은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도 반미와 반제국주의를 외치는 전세계의 인권운동가, 시민사회단체, 지역토착원주민 등 10만이 넘는 대표들이 대거 참석하여 "21세기에는 외세의 힘을 배척하고 신사회주의를 건설하자"고 목청을 높였다.
이번 카라카스에서 개최된 세계사회포럼의 두드러진 특징은 중남미대륙 전체에서 토착원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규모 각종 토속적인 문화행사와 공예품전시 등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세계에 알리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지역과 국가별로 각가지 시위와 자신들의 주장을 이벤트화하고 국가별 음악 페스티벌과 댄스경연 등 남미형 축제분위기 역시 뜨거웠다.
이와 더불어 쿠바의 혁명영웅 체 게바라의 딸 알레이다 게바라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장 이냐시오 라모네,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의 미망인, 아르헨티나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아돌포 에스키벨 등이 참석, "우리는 (남미가) 미국의 식민지라는 어떤 느낌도 받지 않았으며 오히려 우리는 이곳에서 남미민중의 힘을 체험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반제국주의와 반부시를 포럼의 주제로 내세우고 '미국 등 서방 강대국들이 없어도 중남미 및 세계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열띤 토론을 벌이며 개발도상국 별로 신자유주의의 피해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기도 했다.
이번 제6차 카라카스 세계사회포럼에서는 지역내의 인종차별주의, 공포정치, 제국주의, 노동자권익, 환경, 보건과 복지, 공정거래,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대안, 여성들의 권리신장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일부 대표들은 세계경제포럼(WEF)에 맞서 '마르크시즘'과 '레닌주의', 중국의 '마오이즘'이 부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시핸, 미국 베네수엘라 침공할 가능성 있다'**
제6차 카라카스 세계사회포럼에는 이라크전쟁에서 아들을 잃고 '반전의 어머니'로 유명해진 미국의 신디 시핸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세계사회포럼 개막식에 특별초대손님으로 참석한 시핸은 1만여 명의 반전 시위대를 이끌며 거침없는 반부시 발언으로 세계각국의 사회포럼대표들은 물론 카라카스 현지 언론들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신디 시핸은 지난 25일 베네수엘라 TV 프로그램에 초대되어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나는 미국의 군사력을 동원한 베네수엘라 침공을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핸은 또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와의 전쟁이 테러와의 전쟁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 자신이 세계를 향해 테러를 저지르고 있다"면서 "나는 우리 정부가 다른 나라들의 내정간섭을 중지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미국)에 대항하고 있는 차베스의 용기가 정말 놀랍다."고 찬사를 보낸 시핸은 차베스 대통령과 면담을 요청했으며 차베스는 28일(토요일) 시핸을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으로 초대하여 카라카스 세계사회포럼을 빛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 자리에서 시핸은 "볼리바리안 혁명이 아주 효과적으로 잘 진행이 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차베스 대통령과 이라크 반전문제에 대해 함께 협력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 차베스 대통령으로부터 긍정적인 대답을 듣기도 했다. 시핸은 또 미국 내 반전운동과 이라크철군 등 정치적인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미 상원의원 후보경선에 나설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면서 당선을 노린다기보다는 자신이 주도하고 있는 반전평화운동과 지지후보들의 득표를 위한 홍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카라카스의 사회포럼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어, 매년 스타를 탄생시켰던 세계사회포럼은 룰라와 차베스에 이어 금년에는 미국인 신디 시핸이 세계사회포럼 현장의 최고 스타로 등장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각국 대표들은 29일 오후6시(현지시간)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G-8,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세계은행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끝으로 6일 간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오는 3월 파키스탄의 카라치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다.
이들은 "넘치는 긍지와 인간의 존엄성을 지니고 돌아가게 됐다"며 "범세계적인 사회주의연합이 이룰 수 없는 불가능한 꿈이 아님을 베네수엘라에서 확인했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인종과 언어 서로 다른 문화권 인사들이 대규모로 참여 토론을 하다 보니 상당 부분에 대한 의견대립으로 심각한 내분을 초래했고 재정적인 자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자체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비정부, 비정치 기구임을 표방하며 출범한 세계사회포럼이 정부나 정치적인 재정지원 없이는 유지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그러나 가진자들의 모임인 다보스포럼에 대항해 지난 2001년 브라질의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첫모임을 결성한 후 6년째를 맞고 있는 세계사회포럼은 일반 민중들의 지지에 힘입어 이데올로기적인 관점과 범 세계화라는 측면에서 다보스포럼을 압도하고 있다는 자체평가를 내렸다.
***'기존 정치세력을 능가하는 민중의 힘'**
한편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카라카스 세계사회포럼 기간 동안 세계는 지금 개혁과 변화의 열기에 가득 차 있다"면서 "우리는 더 나은 세상, 지금과 다른 세계를 건설하자"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사회포럼에 대한 베네수엘라 내 우익 언론들과 서방 언론들의 보도방향에 대해 "카라카스에서 일고 있는 세계적인 민중의 열기를 격하시키고 이를 훼방하는 세력들이 있다"며 "그 중에는 일부 언론들이 그 역할을 부추기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차베스는 이어 "이번 카라카스 포럼을 통해 중남미와 아시아, 아프리카 사회주의 민중들이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새로운 공세에서 해방될 것을 확신한다"고 주장하고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민중투쟁은 오래 전에 이미 멕시코의 전설적인 영웅 판쵸 빌라와 에밀리아노 사파타에 의해 시작됐으며 이들은 진정한 '중남미주의 의 심볼'"이라고 역설, 멕시코 민중들의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29일 오후 8시 카라카스 장교클럽에서 거행된 폐막식 연설에서 차베스는 "카라카스 사회포럼은 볼리바리안 혁명이 범세계적인 요새화로 굳게 자리를 잡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볼리바리안 대안은 무장봉기가 아니라 극빈서민들을 깨우치는 것이며 민중들의 가장 큰 힘은 교육"이라고 주장, 중남미 극빈서민층의 교육부분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베네수엘라에서 열린 제6차 세계사회포럼은 전세계적으로 1500여 명의 내외신기자단이 카라카스에 모여 열띤 취재경쟁을 벌인 가운데 중남미 언론들은 이번 사회포럼이 전통적으로 남미를 지배했던 토호세력들과 엘리트 그룹들에 반기를 든 민중들과 토착원주민들의 힘이 그 어느 때보다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을 했다.
페루와 볼리비아, 칠레의 예에서 보듯이 이제 민중들은 힘있는 엘리트 그룹들과 기득권층을 물리치고 자신들의 세 과시를 하는 등 이제 중남미가 대대적인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21세기 카라카스발 신사회주의 운동'의 바람이 금년 중남미 전역의 대선 등 각종 선거와 정치권에 더욱더 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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