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6일 한국 영화의 의무상영 일수(스크린쿼터)를 종전 146일에서 절반으로 축소한다고 발표한 데 대해 국회 문광위는 즉각 유감을 표명하고 정부가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경우에는 스크린쿼터를 현행대로 유지하기 위한 법안 마련에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국회 문광위 "스크린쿼터는 문화국가 인정받는 우리의 자산" **
국회 문화관광위원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 우리는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을 당장 취소할 것을 요구한다"며 "정부가 축소 입장을 번복하지 않을 경우 국민의 뜻을 담아 국회 고유 권한으로 스크린쿼터 현행 유지를 법문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광위는 또 "문화다양성 협약의 조속한 국회 비준을 위해서 정부는 비준동의안을 즉시 제출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 참에 문화다양성 협약 비준에도 박차를 가할 뜻을 보였다.
문광위는 "미국이 스크린쿼터 축소를 집요하게 협상카드로 내걸고 있는 것은 아시아,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한국의 스크린쿼터 정책을 모범적인 문화정책으로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스크린쿼터는 문화다양성을 고민하는 수많은 국가들에게는 희망을 주는 정책이며, 우리나라가 문화국가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당 "산업을 위해 문화는 포기해도 된다는 말이냐" **
열린우리당 소속 문광위원 10명도 별도의 성명을 통해 "한미 FTA 체결을 위해 스크린쿼터를 축소하는 것을 반대하며, 재협상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도 존중하고 있는 문화의 다양성과 문화주권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인 스크린쿼터를 FTA 체결의 희생양으로 삼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경제적 실익을 위해 내린 결단'이란 정부 측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이들은 "스크린쿼터 없는 한국 영화의 발전은 생각하기 어려움에도 이를 축소하려는 것은 다른 산업을 위해 영화, 나아가 문화는 포기해도 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며 "만의 하나 축소가 불가피하다면 한국영화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선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나라 "盧, 외교에서나 손발 맞추고 통상압력엔 단호해 달라" **
야당의 비난은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꽂혔다. '자주외교'를 외치는 데 비해 협상 테이블에서의 양보를 너무 쉽게 한다는 비난이었다.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은 "노무현 정부가 외교에서나 미국과 손발을 좀 맞추고 통상압력에는 거부도 하고 단호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비아냥거렸다.
이 대변인은 "스크린쿼터를 언제까지나 지키고 있자는 것은 아니지만 오랜 세월 헐리우드 영화가 독점해왔으니 조금만이라도 더 연장해서 우리 영화산업에 보호막을 쳐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병국 의원 역시 "미국이 캐나다와 FTA를 체결할 때는 전혀 문화에 대한 요구를 하지 않다가 유독 우리에게만 문제를 제기하고 나온 것은 모범적으로 운영돼온 스크린쿼터가 문화 국제협약을 확산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라며 "세계 각국이 이를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마당에 우리 정부만 알아서 이를 포기하려는데 통탄을 마지않는다"고 말했다.
***민노 "盧 문화 팔아먹은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도 "말끝마다 자주외교를 내세우는 참여정부가 미국의 압력에 못 이겨 스크린쿼터 같은 실속은 모두 내주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정부를 꼬집었다.
유 대변인은 "일순간의 한국 영화의 호조를 갖고 시장개방을 확대하는 것은 한국 영화의 안보를 해치는 일"이라며 "비유하자면 일시적일지도 모르는 남북 해빙무드를 이유로 휴전선 철책을 걷어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우리의 문화주권과 문화다양성을 보호하자는 모범정책도 시장논리에 따른 미국의 지시 한 마디면 바로 버릴 수 있는 정부의 굴욕이 수치스럽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문화를 팔아먹은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곤혹스런 與 "정부 의지가 워낙 확고하다"**
이같은 비난 여론에 열린우리당은 곤혹스런 눈치가 역력했다. 노웅래 공보부대표는 당정합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FTA 협상이라는 것이 사안, 사안이 따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패키지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확정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협의는 계속하겠지만 정부의 의지가 워낙 확고하다"고 말했다.
노 부대표는 "정부도 버티다 버티다 못 버티겠다 싶었나 보더라"며 "정부가 미국 측과 협의를 거쳐 만든 숫자(쿼터 일수 50% 축소를 지칭)로 안다"고 답했다.
노 부대표는 "문화와 산업이 분명히 다르기는 하지만 문화가 산업과 연관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면서 "정부의 입장이 워낙 확고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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