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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화당을 강타한 '아브라모프 스캔들'

연루 부패 의원 200여명, 11월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수도

1970년대 '박동선 게이트' 이후 최대 로비 스캔들로 평가되는 '아브라모프 스캔들'이 워싱턴 정가를 덮치는 '쓰나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이 스캔들에 연루된 정가의 핵심 실세들이 주로 공화당쪽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11월 예정된 중간선거가 지난 12년간 지속된 공화당의 의회 지배를 종식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그간 조지 부시 행정부의 지지도를 추락시켰던 첫째 요소가 이라크 전쟁이었지만 정치적인 폭발력 면에서는 아브라모프 스캔들이 단연 압도적일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AP〉통신과 입소스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88%가 이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했고, '아주 심각하다'고 답한 응답자도 51%에 달했다.

***아브라모프 스캔들은**

미국 '로비의 제왕' 잭 아브라모프는 인디언 부족들로부터 카지노와 도박 등에 대한 로비 명목으로 8000만 달러(800억 원)를 받아 의원들에게 공개적인 입법 지원 활동을 대가로 호화여행, 골프 외유, 향응 접대, 정치지금 기부 등을 알선했다.

〈사진〉

시사 잡지 〈네이션〉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4년까지 220명에 가까운 의원들이 아브라모프로부터 170만 달러를 정치자금으로 받았고 그 중 200여명은 여전히 하원 의원직에 있으며 대부분은 공화당 의원이다.

정치 자금 수수에는 백악관도 예외가 아니었다. 아브라모프는 지난 2004년 대선 당시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최소 10만 달러를 모금했다. 그는 또 지난 2003년 여름 가봉의 오마르 봉고 대통령에게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을 주선하는 대가로 900만 달러를 요구했다. 두 정상은 10개월 후인 2004년 5월 회동했다.

아브라모프는 그간 정치인들에만 국한되던 로비의 대상을 언론계로까지 확대해, 일부 칼럼니스트에게 자신의 고객에게 유리한 칼럼을 써주거나 논평해주는 대가로 돈을 지불했다.

보수 성향인 케이토 연구소의 더그 밴도우 선임 연구원은 20건의 기고문을 쓰거나 TV 논평을 해주는 대가로 아브라모프에게 건당 1000-2000달러를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정책혁신연구소(IPI)의 사회보장 전문가인 피터 페라라 선임정책자문관도 유리한 칼럼을 써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 이 두 사람은 돈을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연루 공화당 의원들, 선거구에서 거센 도전 직면**

아브라모프는 4일(현지시간) 처벌을 감면받는 조건으로 수사에 협조하는 '플리 바겐'을 받아들이면서 법무부 조사팀에 자신의 범죄 혐의를 낱낱이 털어놓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를 회복해 11월 중간선거와 2008년 대선에 대비하려 했던 백악관과 공화당이 낭패에 빠졌다. 미 법무부는 거물 정치인인 톰 딜레이 전 공화당 원내 대표와 그의 보좌관들을 포함해 의원 및 보좌관 20여명이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고 밝혔다.

아브라모프가 입을 열 경우 중간선거의 최종 의석수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클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스캔들에 연루된 핵심 정치인들이 선거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네이션〉은 전하고 있다.

수석 보좌관이 5만 달러의 뇌물을 받았다고 시인한 톰 딜레이 의원(텍사스)은 선거에서 닉 램프슨 전 민주당 의원의 거센 도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딜레이 의원은 이와 별도로 선거자금법 위반과 관련된 다른 사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램프슨은 두가지 스캔들을 지렛대 삼아 딜레이에 거센 공격을 퍼부을 것으로 보인다.

골프 외유와 불법 자금 수수 혐의로 법무부 수사망에 포함된 밥 네이 공화당 하원 의원(오하이오)도 마찬가지다. 하원 행정위원장인 네이 의원이 지위를 이용해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날 경우 공화당원들은 그가 후보로 나서는 것조차 막으려 들 것으로 보인다.

15만 달러의 정치 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콘래드 번스 공화당 상원 의원(몬태나)은 상원 의원 중 가장 위험한 케이스다. 번스 의원은 즉시 돈을 반납하겠다고 밝혔으나 법적, 정치적으로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몬타나 지역 언론들은 번스 의원의 스캔들 내용이 드러나면서 지지도가 심각히 떨어졌다고 전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10만 달러 이상을 받은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 의장(일리노이), 1만 달러를 받은 로이 블런트 하원 수석 부대표(미주리), 다나 로라바커(캘리포니아) 등 공화당 주요 의원들이 자신들의 선거구에서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對) 공화당 공격 주저하면 민주당 이득 없어"**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논객인 〈미국의 소리(VOA)〉 방송의 러시 림보도 공화당이 이번 스캔들로 입을 상처가 이라크 전쟁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전망했다. 공화당 핵심 의원들이 자신들의 선거구에서 낙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면 나머지 지역에서의 연쇄적인 고전도 점쳐진다는 것이다.

법무부 조사 결과 최종 혐의자가 두자리 수 이상이 될 경우 공화당의 하원 지배가 흔들린다는 것이 〈네이션〉의 전망이다.

문제는 아브라모프 스캔들에 민주당 의원들도 일부 연루됐다는 사실이다. 해리 라이드 상원 원내 대표의 경우 6만5000달러 정도의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이 자기 당 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공화당에 대한 공격을 주저한다면 엔론 회계부정 사태때 보다 훨씬 강력한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네이션〉은 "민주당이 영리하다면 이번 스캔들이 공화당 스캔들이라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며 "그리고 나서 1990년대 뉴트 깅그리치가 그랬던 것처럼 부패 정치인들을 퇴출시켜야 한다는 전략을 세울 때만이 민주당의 의석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고 충고했다.

한편, 아브라모프로부터 기부금을 받은 조지 부시 대통령을 포함한 정계 인사들은 돈을 반납하면서 비난을 피해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 의장은 3일 아브라모프로부터 받은 기부금 5만720 달러를 자선 단체에 기부할 뜻을 밝혔고, 백악관도 4일 부시 대통령 선거운동본부가 지난 2000년과 2004년 그로부터 받은 기부금을 역시 자선단체에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인들이 아브라모프 스캔들이 터진 이후 반환 또는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한 돈은 30만 달러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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