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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와 이라크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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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와 이라크는 다르다"

[기자의 눈] 아르빌에 굳이 군부대가 있어야 하나

자이툰 부대의 활동상을 조사하고 이라크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1일 이라크로 떠난 열린우리당 임종인·유승희 의원이 결국 바그다드행을 포기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바그다드의 다국적군(미군) 사령부가 테러 위험과 총선 관리를 이유로 두 의원의 방문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기 때문이다.

***미군의 철저한 관리 하에 진행되는 이라크 총선**

다국적군 사령부는 오는 15일 총선이 이라크의 안정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적대세력의 선거방해 활동을 억제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강력한 통제정책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2월 1일부터 17일까지는 외부인의 바그다드 방문 자체를 금지한다는 방침이다.

이 때문에 추수감사절을 맞아 장병을 격려하기 위해 바그다드를 방문하려던 미국 의원들과 군 고위 관계자도 방문을 거부당했고, 다국적군 소속 나라의 장관급 인사의 방문까지 무산됐다고 전해졌다. 또 선거가 임박한 13일부터 17일까지는 국경을 봉쇄해 외부인의 유입을 막고 주에서 주로의 주민 차량 이동도 막는다고 한다.

임종인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같은 사실을 전하면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종전을 선언했던 2003년 5월 1일로부터 2년 6개월이 지났는데도 동맹국의 국회의원이 수도에 갈 수 없다는 데에서 이라크가 아직도 전쟁중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렇게 '전쟁중'인 나라에서,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인 미국에 의해 철저히 '관리되는' 총선이 과연 이라크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을지는 심히 의문이다.

점령자들에 대한 저항의 표현을 모조리 적대세력의 선거방해 활동으로 규정하고 계엄보다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선거가 얼마나 민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까. 다양한 정치세력이 정견을 자유롭게 표출해 민심을 잡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전쟁 발발 이후 이라크에 대한 거의 모든 부정적인 전망이 현실이 되었듯 이렇게 치러지는 선거 역시 저항과 피의 악순환을 불러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자이툰 부대의 성과, 성공할까?**

이처럼 결코 안정될 리 없는 이라크에 주둔해 있는 우리 자이툰 부대는 어떠한가.

임종인 의원은 자이툰 부대가 친절하고 헌신적인 봉사로 현지인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해왔다. 자이툰 부대는 아르빌에 100여 동이 넘는 건물을 짓거나 고쳐주고 비히르카라는 마을을 새마을운동 시범마을로 지정해 종합적인 지원을 펼치는 등 비교적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임 의원은 전했다. 자이툰 부대가 영내에서 직접 운영하는 기술교육센터도 수료생들을 100% 자격시험에 합격시켜 소득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자이툰 부대가 미시적인 의미에서 거둔 성과가 거시적인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많은 중동 전문가들은 아르빌이 향후 아랍권의 뜨거운 감자가 될 쿠르드 지역이라는 점 때문에 자이툰 부대가 아랍 지역 국제 분쟁의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점을 기회 있을 때마다 지적해 왔다.

이라크는 물론 터키, 이란, 시리아 등에서 적극 반발하고 있는 쿠르드 자치국가 건설의 인프라 구축을 우리나라가 담당하면서 결국 우리가 아랍권의 표적이 된다는 우려다.

중동 전문가인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 교수는 최근 〈프레시안〉 좌담회에서 "미국이 이란과의 직접 대면을 피하기 위해 우리 군대를 대신 배치한 것"이라며 자이툰 부대가 미국의 전략에 이용되는 '용병'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올 초 자이툰 부대가 현지인들과 어울렸다는 TV 보도를 거론하며 "현지인들이 입은 옷은 쿠르드족 전통 의상인데 그걸 본 다른 이슬람 국가들은 '한국이 우리 반대파를 돕고 있다'고 여길게 뻔하다"고 말했다.

***"한국군이 다음 세기까지 주둔하기 바란다"**

임 의원 일행과 만난 현지 지도자급 인사들의 말을 보면 이같은 우려가 현실과 일치함을 알 수 있다. 임 의원을 만난 하디 아르빌 주지사는 "이라크에는 세 부분(시아, 수니, 쿠르드)이 있고 서로 입장이 다르다"며 "자이툰 부대는 계속 주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역 살라아딘 대학의 사딕 총장은 나아가 "쿠르드와 이라크는 다르다"며 "우리는 미군과 한국군을 점령군이 아닌 해방군으로 본다. 한국군이 다음 세기까지 주둔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물론 국제사회가 오랫동안 나라없는 설움을 받았고 특히 사담 후세인 정권 하에서는 집단학살 등 말할 수 없는 핍박을 받았던 쿠르드족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그리고 우리도 힘을 보태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중동 지역의 국제 역학이라는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그것도 오로지 미국의 이라크-중동 정책에 이용되는 자립 지원은 지역 갈등만을 부추기고 중동 국가들을 우리에게 적대적인 나라들로 만들 뿐이다.

또 자이툰 부대의 성과라는 건설, 교육·문화 사업, 직업교육 등은 굳이 군대가 아니라도, 아니 민간이라면 더 잘 할 수 있는 분야라는 점을 볼 때도 군부대가 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자이툰 파병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최근 '이왕 갔으면 마무리를 짓는 게 책임있는 일'이라는 논리로 파병 재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그들이 말하는 '마무리'는 무엇이며 그게 과연 가능할지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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