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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 앞으로 무차별 공습전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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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 앞으로 무차별 공습전 될 것"

〈해외 시각〉 허시 기자 분석…"알라위 권력 장악 추진"

이라크사태와 관련해 관심을 모았던 11월 30일 연설에서 부시 대통령은 구체적 감군 일정을 밝히지 않은 채 승리를 얻기 전에는 철군하지 않을 것이며, 미 주둔군의 삭감 규모와 일정은 이라크군의 전투능력 향상 등 현지 사정에 달려 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최근 워싱턴 정가와 미국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감군 논의와는 다른 양상으로 귀결된 셈이다.

물론 여기에는 이라크사태를 둘러싼 부시행정부의 고민이 숨어 있다. 이라크 상황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 소속 의원들마저 철군을 요구하고 나서자 부시행정부로서는 낙관적 시나리오를 제시해 이들을 달랠 필요가 있었다. 이것이 바로 철군 논의의 배경이 됐다. 반면 부시대통령은 여전히 완전한 승리를 고집하고 있어 구체적 탈출전략을 제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부시행정부는 앞으로 이라크사태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와 관련,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기자 세이무어 허시는 〈뉴요커〉 최신호(12월 5일자)에 주목할 만한 분석을 내놓았다. 미군의 아부그라이브 수감자 학대를 처음 폭로했던 허시 기자는 '공습: 이제 이라크전쟁은 어디로 갈 것인가?(UP IN THE AIR: Where is the Iraq war headed next?)'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3가지 포인트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부시는 이라크전쟁을 신이 계시한, 일종의 십자군전쟁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이와 관련, 미 국방부의 한 관리는 "부시에게 이라크전쟁은 국내정치보다도 훨씬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신의 추락하는 지지율이나 당내 반발보다도 이라크전쟁 완수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미 지상군을 일부 철수시키는 대신 미 전투기에 의한 공습을 강화할 것이다. 허시는 특히 "이라크 내에서 미군의 공습은 아마도 반미저항세력과의 전투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덜 알려진 측면"이라면서 미군의 공습이 강화될 경우 미군 희생자는 줄겠지만 이라크 민간인의 희생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셋째, 오는 15일 이라크 총선에서 이야드 알라위의 권력장악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영국정부는 이미 소수의 정치공작팀을 알라위에 붙여주었으며, 최근 아마드 찰라비에게 알라위와의 협력을 촉구하기 위한 모임이 미국 측 대표 참석 하에 열렸다고 그는 전했다. 알라위는 망명시절 미 CIA의 끄나풀이었으며, 찰라비는 은행사기범으로 이라크전쟁 직전 후세인의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왜곡된 정보를 제공했던 인물이다. 한마디로 친미예속정권을 수립하겠다는 구상이다.

물론 이같은 미국의 구상이 의도대로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미 지상군 감군을 위해 공습전을 강화할 경우 무고한 이라크 민간인의 희생이 크게 늘어날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바야흐로 이라크전쟁은 더욱 잔인한 유혈극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다음은 이 기사의 주요 내용이다. 원문은 http://www.newyorker.com/fact/content/articles/051205fa_fact에 실려 있다. 〈역자〉

***'공습: 이제 이라크전쟁은 어디로 갈 것인가?'**

최근 수 주일간, 지지율 하락과 당내 반발에 직면한 부시 대통령이 내년부터 이라크 주둔 미군을 철수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광범위하게 유포됐다. 부시행정부의 최선의 시나리오는 12월 15일 이라크 총선에서 선출된 이라크 연립정부가 미군 철군의 목소리를 높여 내년 봄부터 철군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때쯤 되면 이라크 신정부가 저항세력을 통제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백악관의 희망사항이다.

지난 11월 19일의 연설에서 부시 대통령은 현 행정부의 최신 캐치프레이즈를 다시 한번 반복했다. "이라크인이 힘을 얻으면(stand up), 우리는 물러설 것(stand down)"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 지상군 사령관들이 본인에게 이라크군이 자신의 자유를 지킬 정도가 됐다고 말하면, 우리 병사들은 명예롭게 귀국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철군과 관련해 현 정부가 정치적 압력을 느끼고 있다는 징후는 지난 주 라이스 국무장관의 발언에서도 드러났다. 그녀는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라크군의 전투능력이 향상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이라크 주둔 미군 규모를 "아주 오랫동안" 유지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 국방부의 한 고위전략가는 필자에게 부시 대통령이 상당한 규모의 미군 철군을 승인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미군 규모를 삭감해도 저항세력과의 전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대통령이 갖지 않는 한, 상당 규모의 철군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얘기다.

현재 백악관과 국방부에서는 몇 가지 철군계획을 놓고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가장 야심적인 계획은 현재 15만 5,500명 규모의 미군을 내년 가을까지 8만 명 이하로 줄이고, 2008년 여름에는 모든 '전투병력'을 이라크에서 빼내는 것이다. 이 전략가는 철군 계획의 실행가능성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삭감 계획은 여러 가지 조건을 전제로 한 것이며, 구체적 시한을 못 박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이 계획은 이라크 신정부가 저항세력을 제압할 능력을 언제 확보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 정부는 어떠한 결정도 내린 바 없으며, "임무 완수를 위한 계획 이외에 철군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대통령의 공식 발언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미군 삭감 계획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철수하는 미 지상군의 공백을 공군력으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부시행정부는 미 공군의 신속하고 치명적인 타격력과 결합된다면 이라크의 최약체 전투부대라 하더라도 전투 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군사전문가들은 그렇게 될 경우 미 지상군 철수로 미군 측의 희생자는 줄겠지만, 전반적인 폭력의 강도는 높아질 것이며, 특히 누가 무엇을 폭격하느냐에 대한 정밀한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라크 측 희생자가 크게 늘어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체니 부통령과 럼스펠드 국방장관 등 이른바 네오콘의 입장을 대변하는 워싱턴중근동연구소(Washington Institute for Near East Policy)의 부소장 패트릭 클로슨은 "우리는 지금 전쟁 규모를 축소시키려 하고 있다"면서 "우리 계획은 전투 병력의 배합을 바꾸는 것이다. 즉 이라크 보병이 미 공군력의 더욱 강력한 지원을 받아 전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라크 전투병력은 그들이 확실히 이길 수 있는 곳에만 투입될 것이다. 미군 철군의 속도는 전투현장에서의 성공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미군 병력의 삭감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대단히 완강하다. 그는 이라크전쟁에 관한 찬반 논쟁은 이미 2004년 대선에서 결판이 났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저항세력과의 전쟁은 "추악하고 유혈이 낭자한 이라크 내전으로 귀결될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동맹국은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쿠르드족과 시아파가 미국편에 서 있는 한, 우리는 계속 전진해 나갈 것이며, 결코 굴복이란 있을 수 없다. 지금 우리는 이라크 7년전쟁의 중간쯤에 와 있으며, 이라크인 80%는 미국의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펜타곤의 한 보좌관은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비상계획이란 언제나 있기 마련이지만, 우리가 왜 지금 철군에 나서 스스로를 위험에 노출시켜야 하는가? 나는 대통령이 철군에 찬성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저항세력이 분쇄되기 전에는) 대통령은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 이라크전쟁은 국내정치보다도 훨씬 중요한 문제이다."

미군과 정보기구의 전ㆍ현직 고위간부들은 내게 부시대통령은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심어주는 것이 자신의 숭고한 사명이라는 확신을 여전히 갖고 있으며, 당내 반발을 비롯한 어떠한 정치적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한 대통령은 전쟁의 진전 상황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상충되는 정보들은 아예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시의 최측근 보좌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부시의 정치공약에 종교적 색채가 스며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최근 필자는 부시 1기행정부에서 일했던 전직 고위관리를 인터뷰했는데, 그는 부시의 종교적 신념과 이라크에 대한 견해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해 아주 많은 얘기를 해주었다. 그에 따르면 2001년 9.11테러 이후 부시는 자신이 테러와의 전쟁을 하도록 '신의 부르심'을 받았다고 느꼈다. 부시의 이같은 종교적 신념은 2002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압승을 하면서 더욱 강화됐다. 이 전직 관리에 따르면, 부시는 중간선거에서의 압승을 "자신이 바로 선택받은 자"라는 신의 계시로 받아들였다. 부시는 공식적으로는 자신의 재선을 이라크전쟁에 대한 국민투표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적인 자리에서는 자신의 재선은 신의 계시라고 말한다.

이 전직 관리는 2004년 대선이 끝난 직후 이라크 현지 상항에 대한 장기조사를 벌인 뒤 백악관에서 그 결과를 부시에게 보고했다. "나는 대통령에게 '우리는 전쟁에 이기지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보고했다. 대통령은 '그렇다면 지고 있다는 말인가?'라고 물었다. 나는 '아직은 아닙니다'라고 대답했다. 대통령은 내 대답에 '불쾌한 것처럼 보였다.'"

이 전직 관리는 "나는 대통령에게 진실을 전하려고 노력했으나 대통령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미 군부 내에서는 이라크 주둔 미 육군이 앞으로 2,3년간의 전투를 견뎌낼 수 있을지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군사전문가 마이클 오핸론은 내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 육군의 고위간부들은 이라크 주둔군 규모에 대한 결정을 스스로 내리는 것은 고사하고, 그 논의에조차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2009년까지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나로서는 그것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그들이 이상할 뿐이다. 왜냐하면 정규 육군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

그는 이어 "만약 대통령이 현 수준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결정한다면 일부 병사들은 2007년 또는 2008년까지 이라크에서 4,5차례 투입돼 전투임무를 담당해야 한다는 얘긴데, 이는 군의 사기는 물론 전투능력에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당수 군 고위 장성들은 현재의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품고 있지만, 자신의 경력에 금이 갈까 두려워 공개적으로는 아무런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다. 한 전직 국방 관리는 현 정부가 "장군들에게 잔뜩 겁을 주었기 때문에 이들이 아무런 이견도 표명하지 못할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 사정에 정통한 CIA의 전직 관리는 최근 자신의 동료가 의원단을 이끌고 이라크를 방문했던 얘기를 내게 해주었다. 의원들은 사병, 장교, 장군들과의 일련의 만남에서 "상황이 개판"이라는 말을 반복해서 들었다. 그런데 럼스펠드 장관과의 영상회의에서 장성들은 의원들에게 털어놓았던 비판을 단 한마디도 하지 않더라는 것이었다.

하원 세출소위 소속의 민주당 원로의원 존 머사는 펜타곤의 최고위급 사령관들이 지난 수십년간 자신들의 사적인 생각들을 털어놓고 의논해 온 사람이다. 지난 17일 머사 의원이 의회에서 이라크 주둔 미군의 6개월 내 완전 철군을 요구하는 연설을 하자 부시와 핵심 측근들은 격분했다. 그 연설은 충격적 정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예를 들어 머사는 미군에 대한 공격이 주당 150회에서 지난 해에는 700회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약 1만5,000명의 미군 병사가 '이른바 전투피로증세'로 고통 받을 것이며, 이라크에서 미군은 '공공의 적'으로 간주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이라크 반미저항은 이라크인이 아닌 외국인 전사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백악관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미군이 "(서부 안바르 지방과 시리아 접경 지역에서 치른) 최근의 작전에서 단 한 명의 외국인 전사도 생포하지 못했으며" "전체 저항세력 중 외국인은 7%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미군의 신속한 철군을 요구한 머사의 연설은 백악관의 전쟁의지를 오히려 강화시킨 듯이 보인다. 국방부의 한 전직 관리는 현 정부가 "머사 의원에 대해 분노 이상의 감정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그는 현 정부의 정책에 내용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심각한 위협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머사의 연설이 있은 지 이틀 후 부시는 한국의 오산비행장에서 다음과 연설했다.

"테러분자들은 이라크를 인간성에 대한 전쟁의 중심전선으로 간주하고 있다. 우리가 이들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이들은 자신들의 목표를 밀고 나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이스라엘은 파괴하며, 유럽을 위협하고, 우리의 의지를 꺾어 놓아 우리를 고립시킬 것이다. 본인은 이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약속을 하고자 한다. 내가 있는 한, 결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 전직 국방관리는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 현재의 전략을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에 충만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않으며 '사람들이 고통 받고 죽지만, 그래도 교회는 전진한다'는 격언을 굳게 믿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부시는 갈수록 현실과 유리되고 있으며 점점 더 많은 정책과제들을 칼 로브와 체니 부통령이 처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부시의 측근들은 부시가 머물러 있고 싶어 하는 종교적 이상주의의 세계에 머물도록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부시의 공개행사는 군기지를 비롯해 그에게 우호적인 곳으로만 사전에 세심하게 조율된다. 40여년 전 베트남전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존슨 대통령도 부시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었다. "차이는 존슨은 자신이 백악관에 갇힌 수인(囚人)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부시는 그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라고 이 관리는 말했다.

공군력으로 미 지상군을 대체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미 군부는 대단히 불편해 하고 있다. 우선 공군 사령관들은 공습 대상의 선정 책임이 궁극적으로 이라크인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에 대해 한사코 반대하고 있다. 현재 펜타곤에서 활동 중인 고위 군사전략가는 다음과 같이 반문한다.

"이라크인들이 경쟁 정파나 군벌을 제거하기 위해, 또는 자기 파벌을 공격하고 그 책임을 다른 파벌에 떠넘기기 위해 미군의 공습을 요청하지는 않을까?" "일부 이라크인들은 알 카에다나 다른 저항세력, 또는 이란을 대신해 공습목표를 지정할 수도 있지 않을까?"

1991년 걸프전 당시 연합군 측 공습을 담당했던 예비역 공군 장성 찰스 호너는 "이건 대단히 중요한 임무"라고 말한다. "공군은 언제나 공군 관제사가 아닌 사람들이 공습 목표를 설정하는 것에 대해 우려해 왔다. 현역 군인들이 이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하며, 그럴 거라고 믿는다. 누군가가 사적인 목적을 위해 공습을 이용하지 않도록 철저히 훈련시킬 필요가 있다 ."(이 문제에 관해 펜타곤에 문의한 결과, 대변인은 그러한 훈련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라크에는 공격용 공군력이 없으며 따라서 한동안은 미국의 공군력에 의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내에서 미군의 공습은 아마도 반미저항세력과의 전투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덜 알려진 측면일 것이다. 베트남전 때와는 달리, 바그다드와 워싱턴의 군 당국은 미 공군과 해군과 해병대 소속 비행대의 일일 출격회수와 투하된 폭탄의 양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2004년 가을 팔루자 공격 당시 미 해병의 보도자료를 보면 이라크에서의 공습 규모를 대략이나마 추정해 볼 수 있다.

"미 해병의 대규모 공중 및 지상 공격이 진행되면서, 해병의 근접 공습지원팀은 첨단폭탄을 목표물에 계속 투하하고 있다...출격은 수주일째 밤낮으로 계속되고 있으며, 해병 제3 비행대대의 전폭기들은 최전선에서의 승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 보도자료에 따르면, 전쟁이 시작된 이래 해병 제3 비행대대가 투하한 폭탄만 50만톤이나 된다. 이 부대의 마이크 섹스톤 소령은 "작전이 끝날 때쯤에는 그 숫자가 훨씬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전에서 700명 이상의 미군이 죽거나 사망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민간인 희생자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다수의 부녀자와 어린이들이 미군 공습으로 목숨을 잃었다.

최근 수개월간 미군의 공습 횟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습 목표의 대부분은 바그다드를 둘러싸고 있는 수니파 지역과 시리아 접경 지역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미 의회나 국민들 사이에서는 미군의 공습작전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저항세력 소탕전은 주로 인구가 밀집된 도시지역에서 벌어진다. 따라서 미 공군은 민간인 인명피해를 피하기 위해 첨단의 레이저 유도폭탄을 사용한다. 지상 요원이 목표물에 레이저 광선을 비추면, 폭탄이 이 목표물로 유도되는 식이다. 전직 고위 정보관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조종사들은 이륙 전, 사전에 인지했던 목표물을 실제 공습 때에는 식별할 수가 없다. 목표물을 선정하는 것은 지상의 유도요원이지 조종사가 아니다. 지상 요원이 공습 목표물을 지정하면 때때로 조종사는 지상과의 교신 없이 공습을 하게 된다. 교신할 경우 적들이 눈치 챌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지상 요원이 공습 목표라고 지정한 것을 조종사는 검증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중요한 임무를 이라크인에게 맡긴단 말인가?"

또 다른 고위 군사전략가는 현재 이라크에서 공습 목표를 선정하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하나는 해당지역의 공군작전센터에서 사전에 공습목표를 선정해 폭격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임기응변식(adaptive targeting)' 공습으로 일정 지역 상공을 선회하던 전투기가 지상요원의 지시를 받아 순간적으로 폭격을 하는 것이다.

이 전략가는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공습의 대부분은 임기응변식 폭격"이라면서 "이는 전통적인 공습작전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공군력은 정치적 강압의 수단으로도 사용될 수 있는데, 내 생각으로는 이러한 권한을 이라크인들에게 준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 전략가는 특히 미군 요원이 공습목표를 설정하고 있는 현재에도 "공습작전이라든가 전략적 비전이 없다. 그저 닥치는 대로 폭탄을 퍼부을 뿐이다. 한마디로 석기시대로 돌아간 느낌이다. 작전의 묘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육군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지 사령관이 원하는 목표물은 무엇이든지 공격한다"고 개탄했다.

펜타곤의 한 고위 자문위원은 "미 공군이 이라크 육군의 전투능력을 금세 향상시킬 것"이라며 낙관적 견해를 표시했다. 그러나 그도 이라크인 공습목표를 선정하는 데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했다. "많은 이라크인들이 구원(舊怨)을 갚으려 하고 있다. 누가 공습을 명령할 권한을 갖는가? 철저한 행동수칙이 마련되고 적용돼야 할 것이다."

〈중략〉

미 공군의 이같은 우려는, 아직까지는 백악관의 정치적 필요에 의해 억압돼 표면화되지 않고 있다. 12월 이라크 총선 후 백악관의 가장 시급한 정치적 목표는, 새로 훈련되고 무장된 이라크군이 일상의 군사작전을 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미 작전권 이양식, 즉 군 기지에서 성조기를 내리고 이라크 국기를 올리는 행사의 각본은 세심하게 준비돼 여러번 연습까지 마친 상태이다.

최근 미 국무부와 CIA, 영국 총리실의 일부 관리들은 오는 12월 이라크 총선에서 누구를 지원할 것인지를 결정했다. 지난 봄까지 과도정부 총리를 역임했던 시아파 세속 정치인, 이야드 알라위가 바로 그 인물이다. 미국과 영국의 관리들은 알라위가 12월 총선 후 일련의 정치적 흥정을 통해 총리직을 차지할 만큼의 득표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정부에서 고위보좌관을 역임한 한 인사는 내게 블레어는 알라위가 "최선의 희망임"을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의 걱정은 대부분 이란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시아파 종교인이 정부를 지배하게 될 경우, 이들에 의해 이라크의 정치,군사적 문제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이 증대되리라는 점이다. 알라위라면 이란의 영향력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내년부터 부시행정부가 미 전투병력의 철군을 시작할 경우 알라위는 훨씬 협조적으로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전직 보좌관은 블레어 총리가 최근 알라위를 돕기 위한 소규모의 공작팀을 알라위에게 붙여줬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늦가을, 아마드 찰라비에게 총선 후 신정부 구성을 위한 정치협상에서 알라위와의 협력을 촉구하기 위한 모임이 미국 측 대표 참석 하에 열렸다고 그는 말했다. 이라크전쟁 직전, 후세인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왜곡된 정보 제공으로 악명을 떨쳤던 찰라비는 현재 부총리직을 맡고 있다. 그는 알라위와 마찬가지로 시아파 세속정치인이지만 망명시절 그와는 강력한 라이벌 관계에 있었다.

유엔의 한 고위간부는 내게 미국과 영국이 어떻게 해서 알라위에게 그토록 높은 기대를 걸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알라위를 원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지만, 내 생각에 그는 지독하게 실망스러운 인물이다. 그는 강력한 정치동맹을 구성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또 현재로서는 다가올 총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 같지도 않다."

펜타곤의 한 자문위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일 알라위가 총리가 된다면, 우리는 '여성의 권리를 박탈하려 하지 않을 정도로 온건하고 도시적이며 교육받은 지도자가 이라크를 이끌게 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는 미군의 철군을 요구하겠지만 이라크 내에서 미 특전사의 활동을 허용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미국이 원하는 바이다. '임무 완수', 부시로서는 대성공을 거두는 셈이다."

그러나 전직 고위 정보관리는 추가적인 유혈사태를 예방하면서 미군을 철수시킬 방법을 찾아내기에는 이미 "너무 늦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10월 통과된 헌법은 "쿠르드족과 시아파에게는 각각 자치를 추진해도 좋다는 청신호로 받아들여질 것"이며 "수니파는 수니파대로 미국만 몰아낼 수 있으면 자신들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활동할 것이므로 미 주둔군의 안전을 확보할 확실한 방안이 아직은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미군의 섣부른 철군이 수니와 시아파간의 내전을 필연적으로 촉발하리라는 점이다. 많은 지역에서 내전은 이미 사실상 시작됐으며 미군은 이들 종파간의 내전에 끌려 들어가고 있다. 한 미 육군 장교는 지난 가을 이라크 북부의 텔 아파르 공격에 참전했던 때의 일화를 들려 주었다.

당시 미 보병여단은 포위된 도시 주변에서 이라크군에게 안전지대를 확보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라크군의 대부분은 시아파였는데, 이들은 "한 시아파 인사가 뭐라고 말하든 그가 지적하는 대로 수니파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여" 미 특전사 퇴역 군인이 지휘하는 민병대의 도움을 받아 "이들을 죽이고 있었다." 이 장교는 "나 같은 사람은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번역: 박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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