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변동하는 중남미 권력과 경제구조**
지난 20년동안 지지부진하던 남미통합 논의가 오일달러를 앞세운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개입으로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여기에 그동안 국내 정치권의 부정부패 문제로 사면초가에 빠져 있던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가세하고, 20% 정도의 국민지지로 대권을 잡아 정통성을 의심받던 키르츠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최근 총선을 통해 국민적 지지를 확인해 자신 있게 남미통합을 밀어붙이고 있는 양상이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양국 정상은 지난달 30일 오후 1시(현지시간) 메르코수르 발족 20주년을 맞아 남미 3국의 공동경비구역 내의 이과수에서 만나 정치ㆍ경제ㆍ 외교ㆍ 문화 등 30여 개에 이르는 통합관련합의서에 서명했다.
지금까지 서로가 '남미 맹주'를 자처하며 '가깝고도 먼 이웃'이라던 양국이 체결한 각종 합의서 가운데 특별히 눈에 띄는 건 공동우주개발정책과 핵에너지개발 합의서, 그리고 지역방위협약, 경량급 군수송장비 공동개발합의서 등이다.
이번 합의로 양국은 정치ㆍ경제는 물론 우주개발과 핵 에너지개발, 군 작전과 장비까지 명실상부한 공동체 형식을 갖추게 됐다. 또한 오일달러를 앞세워 군비증강에 열을 올리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여기에 가세함으로써 남미는 이제 핵에너지 개발과 우주산업분야 등 첨단산업 발전을 위한 공동프로젝트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날 룰라 브라질대통령은 "아르헨티나는 공업을 강화해야 하며 생산성 향상에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아르헨 경제가 굳게 서야 브라질 경제가 안정될 것이며 나아가 남미경제가 안정된다"고 키르츠네르 대통령을 치켜 세웠다.
지금까지 룰라 대통령은 자신이 처한 위기 탈출을 위해 집권여당과 자신을 지지해준 국민들로부터 '배신자'라는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부시 미 대통령 편에 선 모양새를 취했었다. 그러나 부시로부터 확실한 위기탈출의 해법을 찾지 못한 룰라는 결국 자신의 길은 중남미 좌파정권들과의 연계뿐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걸 증명이라도 하듯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 북부 우주센터의 우주선발사 프로젝트를 러시아와 협력하고 브라질은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외교노선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반면 러시아는 브라질로부터 더 많은 양의 설탕과 육류를 수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98년부터 미국의 휴스턴에서 훈련 중이던 브라질 우주비행사 마르꼬스 뽄테스 중령이 내년 3월 발사 예정인 러시아 우주선 소유즈 4호에 탑승하게 된 것도 룰라의 노선변경을 방증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이에 그치지 않고 불리비아의 좌파지도자 에보 모랄레스를 브라질리아로 불러 우의를 다지고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과 첨예한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는 베네수엘라와의 관계도 준통합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볼 때 룰라 대통령은 이제 본격적으로 좌파 노선을 밟을 결심을 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아르헨티나의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최근 온건보수파인 로베르또 라바냐 경제장관을 경질하고 아르헨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장관을 임명했다. 이를 두고 현지언론들은 대통령의 입김을 강화해 대미 전략과 대IMF 전략에서 강경노선으로 선회하기 위한 개각이 아니냐는 논평을 하고 있다.
키르츠네르 대통령의 이번 개각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전 베네수엘라 대사출신 여성을 국방장관에 임명한 것. 이 소식을 접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키르츠네르 대통령에게 전화로 자국대사 출신 여성을 국방장관에 임명한 것에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이 역시 향후 베네수엘라-브라질-아르헨티나로 이어지는 남미방위전략을 대통령이 직접 챙기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오는 9일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개최되는 메르코수르 총회에서 베네수엘라의 정회원 가입이 확실시되고 있어 이제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는 제2의 볼리바리안 혁명을 꿈꾸는 우고 차베스라는 리더를 새로 영입한 모양새가 되었다.
따라서 남미공동시장은 미국이 주창한 미주자유무역지대(FTAA)에 맞서 예전보다 더욱 강경한 반미노선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차베스가 합세한 남미공동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제2의 '볼리바리안 혁명'을 추진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