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테러 용의자들을 체포해 동유럽 국가들에 있는 비밀 수용소에 불법 구금했던 '비밀 작전'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유럽 각국 언론들은 이달 초 <워싱턴포스트>에 이에 대한 첫 보도가 나간 후 비밀 수용소의 위치와 이송 경로 등에 대한 정보를 쏟아내고 있는데, '중동지역에서 체포한 테러 용의자들을 독일 주둔 미 공군 기지나 폴란드 공항 등을 거쳐 코소보ㆍ폴란드ㆍ루마니아의 수용시설에 강제 구금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주황색 옷을 입은 수감자 발견했다" 증언 나와**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미국이 코소보에서 쿠바 관타나모 기지에 있는 것과 비슷한 유형의 수용시설을 운용해 왔다고 26일 보도했다.
<르몽드>는 알바로 힐-로블레스 유럽회의 인권담당관의 말을 인용, 수용시설이 코소보 중심도시 프리스티나 남쪽 본드스틸 미군 기지 안에 있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지난 2002년 이 시설을 시찰했다는 힐-로블레스 담당관은 "관타나모에서처럼 주황색 옷을 입은" 15~16명의 사람들을 봤으며 이들은 높은 가시철망 담장으로 분리된 군 막사와 비슷한 소형 가옥 안에 수용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 미국 법무부 관리로부터 이 시설을 다음해(2003년)까지 폐쇄할 것이라는 확약을 받았다며 이 시설이 CIA와 연관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독일 주둔 미 공군 기지에 85회 이착륙**
수용자들의 이송 경로로는 독일 주둔 미 공군기지가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
이같은 사실은 독일의 경제전문지 <한델스블라트>의 25일자 보도에 따른 것으로, 이 신문은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유럽 내 최대의 미 공군기지인 람슈타인 기지와 프랑크푸르트 인근 라인-마인 기지가 CIA 수송기의 중간 기착지로 이용됐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CIA가 독일 주둔 미 공군기지를 테러범 수용을 위한 중간 기착지로 사용하면서 이 같은 정보를 독일 정부에 제공하지 않았다며 CIA 항공기는 독일뿐 아니라 유럽 여러 나라를 중간 기착지로 이용했다고도 보도했다.
독일 일간지 <베를리너 차이퉁>도 CIA 비밀 항공기가 지난 2002년부터 2004년 사이에 라인-마인 미 공군 기지를 수십 차례나 이착륙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CIA 항공기가 85차례나 미 공군 기지에서 이착륙했으며 이들 항공기는 이라크 바그다드, 아프가니스탄 카불, 요르단 암만, 파키스탄 등지에서 오거나 이들 지역으로 향하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폴란드, 수용소 존재 부인…공항 이용 여부는 조사할 수 있다**
한편 코소보 외에 비밀 수용소가 있는 나라로 가장 유력시 되는 폴란드는 그같은 사실을 강력 부인하면서도 용의자 수송에 폴란드 공항이 이용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조사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이다.
라도슬라브 시코르스키 폴란드 국방장관은 "(비밀 수용소 존재 여부에 대해) 조사할 가치도 없다. 그런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영국을 방문중인 마르친키에비치 폴란드 총리는 24일(현지시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의 회담을 마친 뒤 "폴란드에서 불필요한 에피소드가 있었다는 믿음으로 이어질 어떤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모든 소문은 확인해야 하며 이번 건도 물론 조사해볼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유럽 내 8개 비밀수용소가 설치된 것으로 알려진 루마니아, 체코, 그루지야, 라트비아, 아르메니아 등도 모두 수용소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는 진상조사단을 루마니아에 파견해 진상을 조사중에 있다. 조사단은 위성사진 자료를 통해 CIA 수용소 시설의 존재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EU 위성센터에 협력을 요청했다.
조사단은 또 유럽항공안전국에 CIA가 테러용의자들을 이송하기 위해 직간접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31개 항공기의 이동 경로에 대한 자료를 넘겨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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