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체포한 테러 용의자들의 자백을 위해 사용됐던 '고문 기술'이 폭로돼 충격을 주고 있다.
구타, 물고문, 냉방고문, 오랫동안 세워두기….
'민주주의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의 당국이 현재 사용중인 고문 기술은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한국,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 쯤에서 자행됐을 법한 각종 고문 기술들을 방불케 한다.
***"물고문은 평균 14초 안에 자백 얻어내"**
미 <ABC> 방송은 19일(현지시간) CIA와 군 당국에서 근무했거나 근무중인 정보 관리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2002년 3월 CIA가 공식 승인한 고문기술 6가지를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에서 벌어졌던 미군의 가혹행위가 법정에서나 석방된 포로들에 의해 공개된 적은 있지만 CIA가 '공식' 승인한 고문법이 이처럼 구체적으로 밝혀지기는 처음이다.
CIA 전현직 정보 관리들과 지휘관들이 전한 고문기술 6가지는 다음과 같다.
1. 멱살잡이 : 포로들의 셔츠 앞단을 강하게 잡아채고 흔든다.
2. 손바닥으로 때리기 : 육체적 고통과 심리적 두려움을 일으키기 위해 손바닥으로 신체 부위를 가격한다.
3. 복부 가격 : 고통은 주되 내상(內傷)을 피하는 방법으로 복부를 강하게 가격하는 것. 의사들은 그러나 복부 가격은 내상을 오래 지속시킨다고 말한다.
4. 장시간 세워 놓기 : 가장 효과적인 고문 기술로 평가. 수갑과 족쇄를 채운 채 40시간 이상 세워 둔다. 기진해진 몸에 졸음이 몰려와 자백에 효과적이다.
5. 냉방 고문 : 포로를 섭씨 10도 정도의 냉방에 벌거벗겨 가둬두고 몸에 찬 물을 끼얹는다.
6. 물고문 : 포로를 비스듬한 판대기에 거꾸로 달아놓고 셀로판으로 얼굴을 싼 다음 물을 붓는다. 죽도록 토하거나 익사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곧 숨을 쉬게 해 달라고 빌게 한다. 물고문은 평균 14초 정도면 자백을 받아낼 수 있다. CIA 심문관들에게 가장 '질긴' 포로는 알 카에다의 칼리드 세이크 모하메드로 2분~2분 30초 동안 버티다가 자백하겠다고 했다.
***에미넴 랩 듣기도 고문 방법 중 하나**
CIA와 군 당국의 심문관들은 포로들을 이같은 방법으로 고문해 일부 구금자들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갔다는 것이 <ABC> 방송과 인터뷰한 제보자들의 증언이다. 이 같은 고문법들은 전직 CIA 관리들의 성명서, CIA 감찰관의 비밀 보고서를 인용한 최근의 보고서,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CIA 감옥에서 도망친 포로 등의 증언 등에서도 확인됐다.
수용소에서 나온 포로 중 한 명은 "앉아, 일어나, 앉아, 일어나, 자지 마, 법정에서 거짓말 하지마 같은 말들을 되풀이하면서 밤낮으로 쉬지 못하게 한다"고 증언했다. 수감자들은 또 미국의 랩가수 에미넴의 '슬림 샤디' 앨범을 듣도록 강요당하기도 했다.
CIA 현직 관리들은 <ABC> 뉴스의 이같은 보도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논평을 거부했다.
CIA 소식통들에 의하면 이 기술들은 아시아, 유럽 등지에 있는 미 공군 부대 비밀수용소에 투옥된 수십 명의 알 카에다 대원들에게 실제 사용됐다. 이 기술들은 몇몇 CIA 심문관들만이 사용할 수 있게 교육받고 승인됐다.
이같은 가혹 심문은 최소 세 명의 사망자를 냈다. 한 명은 CIA 관리에 의해 혹독하게 추운 아프가니스탄 감옥에서 냉방 고문을 받다가 저체온중으로 사망했다. 나머지 두 명은 이라크에서 사망했는데 한 사람은 CIA 요원들에 의해, 다른 한 명은 국방부 관리의 고문에 의해 사망했다는 것.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존 시프톤은 "포로들은 자신들이 죽고 있다고 믿는다"며 "그것은 국제법상 불법으로 돼 있는 사실상의 '모의 처형'이다"라고 말했다.
***콜린 파월 '생화학 무기' 주장도 고문에 의한 정보**
고문 자체도 문제지만 미국은 이같은 고문에 의해 나온 거짓 자백을 근거로 군사 행동을 했다.
경험 많은 정보 요원들과 군 심문관들은 이같은 고문 방법으로는 거짓 자백만을 강요해 믿을만한 정보를 얻지 못한다고 주장해 왔다. <ABC> 뉴스와 인터뷰한 두 명의 정보 관리들은 이같은 방법으로 얻은 정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문 기술이 좋은 게 하나 있다면 그것은 '빠른 자백'이다. <ABC> 뉴스는 고문이 믿을 수는 없지만 그럴듯한 정보를 캐낼 수 있게 해 신문관들을 기쁘게 했고 이라크에서의 군사 작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CIA 소식통에 의하면 이블 알 섀이키 알 리비라는 포로는 물고문, 냉방 고문 등을 당하고 난 뒤 심문관들이 듣고 싶어 하는 방향으로 꾸며진 성명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의 성명서는 이라크가 알 카에다 요원들에게 생화학 무기 사용법을 가르쳤다는 부시 행정부의 주장의 기본 근거가 됐다. 소식통들은 알 리비가 생화학 무기와 훈련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상태였지만 고문에 대한 두려움으로 그같은 성명서를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IA 내 많은 사람들은 이같은 고문 기술이 제대로만 훈련되고 적절히 사용된다면 효과적이고 필요한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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