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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피노체트는 '언터처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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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피노체트는 '언터처블'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 <103>

"나는 평생동안 항상 정직하게 살아 왔고, 칠레가 공산화되는 것을 막았다"고 자신의 철권통치를 정당화해 왔던 칠레의 독재자 아우구스또 피노체트가 23일 공문서위조와 탈세, 재산 해외도피 혐의로 기소돼 가택연금 당한 지 하루만에 풀려나 화제가 되고 있다.

남미 언론들의 국제면을 장식한 피노체트의 가택연금이 화제가 된 건 그가 인권유린 혐의로 고발되긴 했지만 지금까지 비교적 깨끗한 정치를 펼쳤다는 평가 때문이다. 현지 언론들은 앞을 다투어 그 역시 남미지도자들의 전형적인 재산 해외도피 방식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과 비교적 부정부패에 엄한 칠레 법정이 아직까지도 피노체트에 대해서만큼은 관대하다는 점 등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피노체트는 지난 1973년 9월 군부 쿠데타로 좌파 성향의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을 몰아내고, 자신의 노선에 반대하는 반정부인사들을 군사작전을 감행하듯 체포해 감옥이 넘쳐나자 축구장을 임시수용소로 활용할 정도로 무자비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17년간 지속된 피노체트의 철권통치 기간동안 무려 3190명의 반정부인사들이 살해 당했으며 1000명 이상이 칠레군인들에게 체포된 뒤 실종되는 등 반인륜적인 독재통치를 해 온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자신의 정적에게는 가차없는 폭력을 행사했던 피노체트는 지난 90년 퇴임한 후에도 종신 상원의원 신분과 군 총사령관 직을 그대로 유지해 퇴임 후 자신의 신분을 보장받기도 했다.

17년 동안 지속된 그의 통치기간 동안 수만 명의 반피노체트 인사들이 망명하기도 했으나 그는 남미의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브라질 등지로 피신한 정적들을 끝까지 추적하여 체포 또는 살해하는 잔인함을 보인 것으로 악명을 떨치기도 했다.

***'오늘 90회 생일 맞는 피노체트 극심한 치매현상 보여'**

그는 이미 몇 번이나 스페인과 영국으로부터 인권유린 범죄로 기소되기도 했으나 칠레 법정은 항상 피노체트의 손을 들어주었다. 아직까지 행정부와 사법부, 군부 내에 포진하고 있는 그의 추종세력들의 입김 때문이었다. 물론 표면상으로는 아흔을 바라보는 노령인 그의 건강을 고려한 조치라는 이유를 달아서다.

지난 23일(현지시간) 피노체트의 기소와 가택연금을 결정한 칠레법정은 이번에도 2만2600달러 상당의 보석금만 지불하면 가택연금이 해제될 수 있다는 단서를 붙었다. 이마저 하루만인 24일 오후 보석금을 1만1300달러로 대폭 삭감해 가택연금 24시간 만에 임시석방조치를 단행했다. 아직까지 칠레 내에서 피노체트의 영향력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그는 위조된 여권과 가명을 이용, 128개의 해외구좌를 개설하여 2700만 달러 상당의 자산을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은행으로 빼돌리고 이 과정에서 자금세탁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이에 앞서 지난 8월 그의 부인 루시아 이리아르트와 그의 아들 마르꼬 안토니오 역시 탈세 혐의로 기소됐으나 곧바로 보석금을 내고 석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노체트의 변호인들은 "해외에 유치된 피노체트의 자산은 1200만 달러를 넘지 않는다"면서 "이 자금 역시 후원금과 예금수입, 그리고 투자수익일 뿐 탈세나 부정한 돈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피노체트 소유의 거액 자금이 해외은행에 불법으로 입금된 것이 확인은 됐지만 이제부터는 그 자금의 출처를 놓고 지루한 법정공방이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피노체트의 가택연금과 석방을 결정한 법원은 "피노체트가 아흔이라는 나이에 이르러 (격리수용을 하지 않아도) 도주 위험이나 사회에 위험을 끼칠 요소가 전혀 없어 제한된 자유를 허용한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는 칠레법정이 피노체트를 인권유린범죄나 경제사범으로 더 이상 재판을 계속할 의지가 없음을 은연중에 나타낸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칠레법원의 이와 같은 특혜에도 불구하고 이번 가택연금에 대한 피노체트의 반응은 불만에 차있다."나는 일생 동안 정직하게 살아 왔고 (칠레가) 공산화되는 것은 막았는데 그런 나에게 이럴 수 있느냐"는 불만을 토로했다고 칠레 언론들은 전했다.

또한 심각한 치매 현상을 보이고 있는 피노체트는 자신을 반인륜적인 범죄행위로 고발한 스페인의 가르손 판사를 위해 해외에 자금을 예치했다고 횡설수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자신을 향한 각종 고발과 군정 당시 피해자 가족들의 끈질긴 과거청산 주장 속에서도 칠레 수도 산티아고 동부 부촌지역의 호화별장에서 노년의 삶을 즐기고 있는 피노체트를 향해 남미 언론들은 "25일 90세 생일을 맞는 피노체트의 생일잔치가 여느 때처럼 유쾌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논평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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