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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 재연장은 위기에 빠진 부시 구하기"

[기고] 윤 국방 "파병 연장 동의안 제출" 공식화를 보며

노무현 정부의 파병 재연장 추진이 가속화되고 있다. 11월 2일 윤광웅 국방장관이 이달 안으로 파병 연장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파병 연장은 이미 추진되고 있었다. 국방부는 내년 국방예산안에 "이라크 파병 관련 자이툰 부대 유지운영비용" 1400억 원을 포함시켰다. 8월 말부터 자이툰 부대 교대 병력을 아르빌로 보냈고, 12월에 출발할 자이툰 부대 3진 3차 교대 병력을 모집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 말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 참석차 방한했던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노무현 대통령을 만났을 때 노 대통령은 "자이툰 부대를 이라크에 장기 주둔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건과 평화?**

노무현 정부는 자이툰 부대의 파병이 '이라크의 재건과 평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는 전혀 다르다.

첫째, 파병 지역 자체가 이라크 민중에 도움이 되는 재건과 평화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자이툰 부대의 주둔지 아르빌은 쿠르드족의 자치 지역이기 때문이다. 쿠르드민주당(KPD)과 쿠르드애국동맹(PUK)이 이 지역을 분할 지배하고 있다. 부패하기 이를 데 없는 두 당의 지도자들은 미국의 지원을 얻기 위해 이라크 전쟁을 지원했고 이라크 꼭두각시 정부에 참여하고 있다.

둘째, 노무현 정부는 자이툰 부대가 전투에 직접 참가하지 않고 '민사작전'만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이툰 부대는 쿠르드 민병대를 훈련시키고 있다.

자이툰 부대는 "적대 세력의 저강도 장기 저항 기도를 억제하기 위해 27만3000명의 치안 전력 양성을 목표로 현재 21만7000명을 교육 훈련했다."(<연합뉴스> 7월 28일자)

최근 미 점령군은 이라크 내의 종파와 민족간 갈등을 부추기기 위해 쿠르드와 시아파의 민병대를 전투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 9월 이라크 서북부지역의 탈 아파르를 공격할 때 쿠르드 민병대 '페쉬메르가'와 시아파 민병대 '바드르 여단'이 동원됐다.

게다가 노무현 정부는 자이툰 부대를 아르빌의 황무지에서 끄집어내 좀 더 직접적인 군사 활동에 투입하려 한다. 자이툰 부대는 유엔이라크원조기구(UNAMI)의 아르빌 지역 사무소 경계와 유엔 직원 경호를 맡을 예정이다.

이 계획이 현실이 되면 한국군과 이라크인들의 직접적인 무력 충돌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왜냐하면 이라크인들에게 유엔은 미국과 다를 바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1991년부터 강요한 경제 제재 때문에 50만 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100만 명의 이라크인들이 죽었다. 그런데 이 경제 제재는 다름 아닌 유엔의 이름으로 행해졌다. 바그다드 유엔 본부가 2003년 8월에 일찌감치 이라크인들의 공격 대상이 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자이툰 감군설**

최근 자이툰 부대의 감군 계획도 흘러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런 계획이 현실화한다면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1000여 명을 감군하겠다는 것은 다름 아닌 2200여 명의 자이툰 부대를 그대로 이라크에 주둔시키겠다는 말이다.

이는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장기 주둔을 위한 책략일 뿐이다.

국방부 스스로 "연장 동의안의 국회 처리 과정에서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논란을 고려할 때 병력 감축 카드를 통해 파병 연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무마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동아일보> 9월 12일자)고 인정했다.

더욱 위험한 것은 노무현 정부가 국내 반전여론의 김을 빼면서도 위기에 빠진 워싱턴을 만족시키는 방식을 취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요컨대, 병력 규모는 줄이면서 직접적인 전투 기능을 맡는 방식으로 자이툰 부대의 임무를 변경할 수 있다. 이미 <주간동아> 제497호에 공개된 보고서에서 이라크 주재 한 외교관은 자이툰 부대규모를 1000명으로 줄이면서 전투능력은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조지 부시: 위기의 남자**

지난 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이너 써클 핵심 멤버인 리비가 '리크게이트'에 연루돼 기소됐다. 리비는 이라크 전쟁 설계자 중의 한 명이었고, 딕 체니 부통령의 비서실장과 국가안보보좌관을 맡고 있다. 리크게이트 특검 공소장에는 부시의 오른팔 칼 로브와 부통령 딕 체니까지 언급돼 있다. 이라크 전쟁 문제를 둘러싼 미국 내의 정치위기가 부시의 목전까지 도달한 셈이다.

부시의 지지율이 40퍼센트 아래로 떨어졌다. 전쟁 반대 여론은 높아지고 있고, 지난 주 화요일 이라크 주둔 미군 병사의 사망자 수가 2000명을 넘었다. 미국의 반전평화운동가들은 미 전역 300여 개 도시와 마을에서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지난 9월 24일 워싱턴에서의 30만 시위는 미국 반전평화운동의 부활을 알리는 위대한 신호탄이었다. 미국 내의 도전은 부시의 대외 정책에 중대한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부시는 10월 15일 이라크 국민투표를 "이라크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국민투표를 통해 통과된 헌법초안은 이라크를 분할 통치하려는 속셈을 담고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이라크 점령의 현실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라크인들의 저항은 계속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의 '베트남화'(베트남 전쟁에서 초강대국 미국은 패배의 수모를 겪었다) 때문에 곤경에 처해 있는 부시에게 노무현 정부의 지원은 너무나 절실할 것이다.

부시는 이라크 전쟁 개전 때부터 다수의 동맹국을 끌어들이지 못했다. 게다가 현재 '의지의 동맹'조차 이탈자가 늘고 있다.

그러나 '친절한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과시하고 한국 자본주의의 세계적 위상 제고를 위해 부시의 요청을 기꺼이 수락했다. 노무현 정부는 부시와 함께 점점 이라크의 수렁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반전평화운동은 자이툰 부대의 '즉각적이고 완전한 철군'을 요구하는 운동을 굳건하게 벌일 것이다. 11월 18일 아펙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하는 조지 부시 방한반대시위와 12월 파병 재연장 추진을 반대하는 운동은 반전평화운동의 매우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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