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리영희 교수 "9.19 공동성명, 낙관 이르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리영희 교수 "9.19 공동성명, 낙관 이르다"

"우리 운명 결정에 110년 만의 참여는 의미 있어"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는 7일 최근의 6자회담 공동성명과 관련해 "아직은 공동성명을 토대로 상황을 판단하고 민족의 행동을 결정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동성명 이전·이후 위기는 상존"**

리 교수는 이날 서울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평화통일연구소 창립 1주년 기념 토론회의 강연에서 "상황을 총제적으로 전망하고, 우리의 경계를 든든히 하고, 남북화해를 통해 미국에 전쟁의 빌미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리 교수가 말하는 '총체적인 상황 전망'이란 한반도를 두고 벌어질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의 각축을 뜻하는 것으로, 미일 군사동맹과 중국 간에 전쟁이 벌어지는 등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지도 모르는 20~30년 후의 상황에 우리 민족이 주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동북아 위기와 관련해 리 교수는 "대만과 한반도 문제가 패권주의적 동북아 국제관계에 평화적으로 기여할 것인가, 아니면 전쟁위기로까지 악화될 것인가를 따져봐야 한다"며 "중국의 성장이 지속되면 미국이 대만의 독립을 부추겨 중국과의 위기상황을 만들지도 모른다는 염려를 해본다"고 말했다.

리 교수는 자위대 총사령관이 최근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의 철수를 위해 일본 군대를 한반도에 출동시키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한 사실을 거론하며 "한반도를 무대로 한 미국과 중국의 전쟁위기는 이처럼 공동성명 이전이나 이후나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문제에 대해 발언할 수 있었다는 것은 의의"**

리 교수는 그러나 남한과 북한의 대표들이 6자회담에 참여해 공동성명을 이끌어낸 데 대해 "110년 근현대사에서 우리가 우리의 운명을 강대국들과 자리를 함께 해 논의했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리 교수는 "우리 땅에서 벌어진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보더라도 우리는 이민족에게 피동적인 존재밖에 되지 않았다. 1900년대 들어 러시아와 일본이 38선을 경계로 한반도를 분할 점령하는 등 이민족들은 아무런 협의도 없이 우리 운명을 결정해 왔다. 카이로 선언과 포츠담 선언, 미국 제안에 의한 38선 분할점령도 마찬가지였다"며 강대국들에 농단당한 100여 년의 역사를 회고했다.

리 교수는 이어 "6자회담에서 최소한 발언이라도 할 수 있었다는 것, 말이나마 성명을 도출해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리 교수는 그러나 6자회담 1주일 전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만났던 일을 소개하며 정부의 지나친 낙관론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리 교수는 정 장관의 요청에 의해 그를 만났다면서 "정 장관은 대북송전이 이뤄지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양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며 "그것은 북한의 결의와 자존심을 잘못 보는 것이다. 북한이 전기를 받았다고 해서 회담에서 물러설 것으로 생각한다면 착각"이라고 말했다.

***15년간의 3단계 평화정착안 제기**

한반도 평화정착과 미국의 관계에 대해 리 교수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열흘 전에 청와대에서 김대중 당시 대통령을 만났을 때 자신이 제안했던 방안을 소개했다.

리 교수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한미동맹을 해소하고, 미군기지를 해체한 뒤 미국과의 관계를 예속적인 동맹에서 일반적인 우호관계로 대체한 후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그 변화만큼 중국·러시아 쪽으로 이동해 북한의 호응을 얻도록 하자"는 자신의 평화정착 방안을 개진했다고 소개했다.

'15년간의 3단계 평화정착안'으로 일컬을 수 있는 이 프로세스의 1단계(5년간)는 남북이 군사적 문제를 제외한 민간 전 분야에 걸쳐 적극적으로 교류협력을 펼쳐 북한이 남한의 군사력에 대해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시기다. 리 교수는 "이렇게 평화적인 토대를 구축하면 미국에게 주둔군의 상당수를 축소하자고 제의할 수 있고 휴전선에 배치된 외국군을 중립국 군대로 바꾸자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5~10년간의 2단계는 주한미군의 철수를 준비하는 단계로 북한과 군축을 논의하면서 남북간의 군사적 충돌이나 전쟁위기를 막는 감시제도를 만들고 미국이 군사기지와 무기·병력의 대부분을 철수할 수 있도록 준비하게 하는 시기다.

이어 10~15년간의 3단계는 북미간의 정상적인 관계 구축의 단계로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미군 주둔을 해소하며, 한미 동맹관계를 평화적인 우호관계로 대체하는 시기다.

리 교수는 "이렇게 되면 미국도 세계여론에 떠밀려 거부하기 어려운 상태까지 한반도 정세를 끌고갈 수 있다고 본다"며 "당시 김대중 대통령에게 이런 방안을 '당돌하게' 말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리 교수는 그러나 "나는 지금도 가능하다고 본다"며 자신의 평화정착안이 여전히 유효함을 주장했다.

이날 토론에는 200여 명의 청중이 모여 리 교수의 강연을 들었다. 강연 후에는 이철기 동국대 교수와 이삼성 한림대 교수가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한 논문을 발표하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