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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남미 해방 꿈꾸는 차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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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남미 해방 꿈꾸는 차베스'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 <91> "석유, 남미에 우선 팔겠다"

***'제1회 중남미정상회담'**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석유를 앞세워 중남미 통합과 미국에 종속된 남미경제 해방을 위한 '제2의 볼리바리안 혁명'의 선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 달 30일 브라질리아에서 개막된 제1회 중남미정상회담은 유럽연합(EU)을 염두에 두고 중남미 국가들도 하나의 공동체로 통합을 하자는 원대한 목표를 내세운 엔리께 카루두소 전 브라질 대통령의 제안으로 출범했다.

그러나 중남미 12개국 대표가 참가한 이번 회담은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 안데스공동체가 중남미국가공동체 창설의 주축이 돼야 한다는 것과 양대 기구간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한 것 외에 특별히 관심을 끄는 선언 없이 막을 내렸다.

이에 반해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브라질 및 아르헨티나와 대규모 투자협정을 체결하면서 자국의 에너지 자원을 미국이 아닌 카리브 연안국가들과 남미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고 선언해 남미 언론들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이날 차베스 대통령은 브라질에 이어 아르헨티나 정부와 대규모 정유공장 건설협약을 맺은 후 중남미 국가 언론사 기자들을 브라질리아 소재 베네수엘라대사관으로 초청, "남미는 지난 200년 동안 미국에 종속되어 경제적인 착취를 당해 왔으며 남미의 불안정한 경제상황 뒤에는 언제나 워싱턴의 힘이 작용했다"며 "이제 우리는 과거 착취의 역사를 종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는 지금 심각한 에너지위기를 맞고 있다"고 전제한 차베스는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필요한 곳에 석유를 공급할 것이며 우선적으로 남미와 카리브 지역국가들에게 공급 라인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베네수엘라 국영석유(PDVSA)와 브라질국영 뻬뜨로브라스(PETROBRAS)는 공동으로 하루 20만 배럴의 원유를 처리할 수 있는 정유공장을 건설하기로 확정했으며, 아르헨티나와도 대규모 정유시설과 313개에 달하는 주유소 구입계약을 체결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양국은 또 베네수엘라 영토내의 유전 및 천연가스도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wuT다.

차베스의 이런 결정은 지금까지 미국에 집중된 자국의 석유판매시장을 중남미 전역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중대한 변화를 시사하고 있으며 석유자원을 통해 부시 행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2의 남미 해방 꿈꾸는 차베스'**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 100년 동안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석유식민지에 불과했다"면서 "이제 미국은 우리가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맺은 에너지 개발계획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밝혀 그의 석유시장 변화 의도가 미국을 의식한 것이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또 미국과 서방언론들은 자신을 실패한 정권으로 몰아세우고 있지만 부시 행정부야말로 실패한 정권이라고 반박하고 "미국은 지난 카트리나 태풍 때 어떤 모습을 보여주었는가를 살펴보자. 나는 당시 뉴욕의 한 빈민가를 방문했다. 거기에는 백인과 흑인, 그리고 라틴계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었는데 그들은 정말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내가 그들에게 '여기에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더니'의사도 병원도 없다'고 하더라. 그리고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있었다. 학비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모든 것이 사립화되어 돈이 없으면 (몸이 아파도) 입원도 교육도 받을 수 없는 그런 사회였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차베스는 자신은 신자유주의를 반대한다고 분명하게 선을 긋고 "이는 우리의 천연자원을 착취하기 위한 서방 강대국들의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이어 차베스는 서방 강대국들의 착취와 미국에 종속된 남미경제의 구조개선을 위해 중남미 국가들이 15% 정도의 보유외환을 투자, '남미은행'을 설립하여 미국 은행에 있는 남미인들의 자금들을 하나로 통합된 남미은행에 유치해야 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리고 이 금융기관이 남미지역 사회의 무료의료보험제도와 장학제도, 경제개발 계획을 추진해나가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차베스는 기자간담회 말미에 "남미의 농업을 잘 개발하고 활용하여 세계의 곡창으로 만들자"면서 "아르헨티나에서 1억 달러 상당의 트랙터를 비롯한 농기구를 구입했다"고 밝혀 남미의 농업발전에 대한 그의 관심도 드러냈다. 이에 대해 남미언론들은 차베스가 베네수엘라의 에너지 자원이 막강한 무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에 고무되어 곡물자원 역시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차베스는 이에 그치지 않고 룰라 브라질 대통령에게 향후 철강, 알루미늄 공동개발과 핵발전소 건설 분야도 협조해줄 것을 요청해 룰라 대통령으로부터 긍정적인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끌어안기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마치 지난 19세기 라틴아메리카의 독립영웅 시몬 볼리바르 장군이 아르헨티나의 산 마르틴 장군과 의기투합하여 산 마르틴은 남미 해방을, 볼리바르는 중미 해방을 위해 제국주의와 싸웠던 것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아르헨티나의 산 마르틴 장군과 함께 제국주의로부터 라틴아메리카를 해방시킨 중미의 볼리바르 장군의 뜻을 자신이 계승하여 미국이라는 제국주의로부터 중남미를 해방시켜 '하나의 남미'를 건설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차베스가 21세기에 초강대국 미국을 상대로'제2의 볼리바리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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