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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R 코리아'가 5월에 컨소시엄을 만든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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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R 코리아'가 5월에 컨소시엄을 만든 까닭은?

한미간 양해각서, 체결 2개월 전에 유출 가능성

용산 미군기지 이전 협정의 국방부 핵심 담당자가 전역 직후 이전 사업권을 따내려는 미국계 업체인 KBR사의 부사장에 취임한 것을 두고 '공무상 비밀누설'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전과 관련한 한미 양국의 기술양해각서가 체결되기 두 달 전 KBR사가 이미 그 양해각서의 내용에 해당하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어떻게 알았을까?**

이같은 사실은 시민단체인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상임대표 문규현·홍근수)이 국방부에 정보공개 요청을 해서 확보한 '서울지역으로부터 미합중국 군대의 이전 시행을 위하여 요구된 기술양해각서(E-MOU)에 관한 합의권고'라는 지난 7월 7일자 문서에 따른 것.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도 지난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같은 내용을 폭로해 업체 선정 방법을 변경할 것을 주장했다.

문제가 되는 합의권고문의 내용은 이전 사업의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 국내 업체와 외국 업체가 구성한 파트너십 또는 컨소시엄을 이전 사업 관리업체로 선정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제5조의 '다'항이다.

KBR사는 이같은 문서가 작성되기 2개월 전인 지난 5월 9일 국내 유일의 PM(Program Management) 업체로 과거 대규모 건설공사 관리업체로 선정된 바 있는 한전기술주식회사(KOPEC)와 컨소시엄을 맺고 입찰 공고가 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PM업체란 이전 사업의 전반을 관리·감독하는 회사를 일컫는다.

평통사와 이상득 의원은 KBR사가 '국내 업체와 컨소시엄 구성'이라는 핵심적인 입찰 조건을 미리 알고 한전기술주식회사와 MOU를 발빠르게 체결한 것은 용산기지 이전 협상의 핵심 담당자였던 이환준 전 국방부 시설본부 대미사업부장이 그같은 내부 정보를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환준 예비역 대령은 지난 4월 30일 대미사업부장을 끝으로 전역한 후 바로 다음날 KBR 한국지사 부사장에 취임해 정보 유출 의혹을 받고 있고, 퇴임 공직자로서의 '모럴 해저드' 논란에 휩싸인 인물이다.

***"입찰 방법 바꾸지 않으면 무조건 KBR 선정"**

유영재 평통사 미군문제팀장은 26일 "이환준 대령이 KBR에게 이득을 주기 위해 공무상 비밀을 누설했으며, 이는 형법상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도 지난 22일 국정감사에서 기술양해각서의 내용을 언급하며 "KBR이 국방부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기 2개월 전에 KOPEC과 MOU를 맺게 된 이유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며 이 전 부장의 사전 정보 유출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또 "국방부 PM 업체 선정 방식은 참여사의 매출규모, 재무상태, 사업계획서 및 입찰가격 등을 항목별로 점수를 매겨 높은 점수를 받은 업체를 선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한국기업과 일찍이 컨소시엄을 구성한 미국 건설사가 높은 입찰가격을 제시하고도 다른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적격 업체로 선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의 이같은 우려는 입찰가를 포함한 항목별 점수제로 사업자를 선정한다면 사업계획서를 잘 만들고 컨소시엄 구성이 잘 된 업체가 높은 점수를 받게 돼 KBR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통사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평통사는 이같은 논란을 없애기 위해 10여 개의 자격 있는 회사를 추리고, 그 회사들이 제시한 입찰가만으로 회사를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오고 있다. 이 의원도 '일정 자격을 갖춘 미국 건설사를 다수 선정한 후 최저가 입찰' 혹은 '한국 업체 별도 선정 후 미국 업체와 컨소시엄 구성'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공직자윤리법은 구멍 투성이**

한편 이환준 전 부장은 KBR이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행자부에서 매년 말 발표하는 퇴임 공직자 취업 제한 업체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역 전 미리 확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평통사가 이 전 부장의 KBR 재취업 사실이 공직자윤리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국방부에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가 3월 29일 국방시설본부에 '확인요청서'를 제출했으며, 국방시설본부는 KBR이 취업 제한 업체가 아님을 4월 6일 확인했던 것이다.

공직자윤리법은 대령 이상의 군인이 퇴직 후 2년 동안 퇴직 전 3년 이내에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관련된 민간 기업에 취직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자부장관은 이에 따른 취업 제한 업체를 매년 12월 선정 발표하도록 돼 있는데, KBR 한국지사는 올 3월 설립되어서 현재 그 제한 대상에 들어 있지 않아 이 전 부장이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국방부는 이 전 부장의 이같은 행태가 모럴 해저드에 해당함을 인정하면서도 법적으로 하자가 없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해 오고 있다.

이는 현행 공직자윤리법의 허술함을 보여주는 정확한 사례로서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최근 5년간 대령 이상 전역자 53명 중 92%에 해당하는 49명이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하고 업무 관련업체에 재취업한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이 전 부장은 임 의원이 밝힌 '위반'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용산기지 이전사업의 주요 관리업체 선정과 관련된 정보 유출 의혹을 받고 있어 공무상 비밀누설 의혹과 도덕적 해의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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