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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정치인들은 韓·中·日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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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정치인들은 韓·中·日을 보라"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81>

"사임도, 자살도, 축출되지도 않겠다"는 최근 룰라 대통령 발언의 의미를 놓고 그 진의 파악에 현지 언론계가 분주하다.

현지언론들은 룰라 대통령의 문제의 발언이 자신의 입장을 확실하게 밝히자는 의지도 있었겠지만 정치권 전체를 향해 던진 뼈있는 소리였다는 논평도 내놓고 있다.

오는11월 초에 열릴 미주정상회담 취재를 위한 아르헨 주재 외신기자들의 예비모임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재 남미기자들은 룰라 대통령이 한 문제의 발언에 대해 브라질 정치계가 느끼는 분위기를 두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들은 우선 브라질 하원 특위에 나온 해당 정치인들과 노동당 간부들은 하나같이 자신은 부패하지 않았으며 비공식 봉급이나 공적 자금을 유용하지도, 뇌물을 주고받지도 않았다고 주장한다고 밝혔다. 모두가 도덕적이고 깨끗한 선량이라고 주장하면서 왜 특위 활동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을 터트린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부정부패 혐의로 고발된 대다수의 정치인들은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니라고 '오리발'을 내밀어 조사를 맡은 동료 위원들조차 황당하게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와 함께 룰라 행정부의 부정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옷을 벗은 조세 디르세우 전 수석장관은 노동당 당수 혹은 집행부의 한 자리를 맡아 정계에 복귀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활발한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대목에서는 "이것이야 말로 남미 정치인들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니겠느냐"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또한 룰라의 러닝메이트였던 부통령 조세 알렌까르 부통령 역시 신당을 창당해 룰라와 딴 실림을 차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룰라의 정치적인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면서 "브라질의 정치 앞날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비리에 연루된 야권 수뇌부도 상황은 마찬가지. 뇌물 파동으로 의원직을 내놓았으나 당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거나 당직은 내놓았으나 의원직은 그대로 유지하는 인사도 상당수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브라질 정치권 최대의 뇌물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려는 정치인이 아무도 없다는 얘기였다.

이를 두고 브라질의 한 기자는 "만일 브라질 정치권의 이런 사태가 동양에서 일어났다면 일본의 정치인들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배를 갈랐을 것이고 중국이었다면 이유 불문하고 총살형을 면치 못했을 것이며 한국이라면 모두가 감옥으로 직행했을 것"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는 이어 "룰라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자신의 심정을 밝히는 것도 되겠지만 브라질의 전 정치권을 향해 "모두가 책임을 지라"는 메시지도 포함됐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브라질 정치계는 룰라 대통령의 이와 같은 의중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룰라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정치개혁 법안도 뒷전으로 밀려나 논의나 토론조차 제대로 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치개혁은 차치하고 뇌물비리나 제대로 규명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결국 룰라의 이번 발언은 정치권은 전혀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자신에게만 쏠리는 여론의 집중타를 의식해 대통령 흔들기를 그만두라는 불편한 심기의 표현이자 "다같이 책임을 지자"는 동반책임론의 메시지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남미 언론의 기자들은 필자에게 한국의 청문회와 언론의 보도가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력 등에 대해 집중적인 질문을 던지고 "브라질 등 남미 사람들의 오랜 염원인 정치권의 부정부패 추방이 요원해 보이는 건 남미 정치인들이 국민여론과 언론을 한국이나 일본 등 동양처럼 두렵게 생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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