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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남미 기초과학 강하다"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 <79> 한ㆍ아 학계대표 세미나

"남미는 기초과학이 강하고 그 기본이 아주 튼튼하다. 한국은 응용과학과 산업과학이 앞서있지만 이제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있다."

지난 18일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UBA) 상대에서 개최된 한ㆍ아 연구센터 설립기념세미나에 참석한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경태 원장의 말이다.

한국은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을 단장으로 김광두 서강대 교수, 채욱 교수, 임덕순 교수, 권기수 연구원 그리고 윤병남 칠레대학 교환교수 등의 대표단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파견, 한국의 첨단과학기술을 홍보하고 남미의 과학기술 현황을 청취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12시간 가까이 진행된 세미나에서 양국 학계대표들은 자국 과학기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세미나에 참석한 80여명의 아르헨티나 대학교수들과 학계인사들은 시종일관 진지한 자세로 양국의 과학기술에 대한 토론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한국측 연사들은 한국의 경제현황을 설명하면서 "아르헨티나는 1차 산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한국의 1차 산업은 1970년을 전후해서 쇠퇴하고 3차 산업위주의 정책을 펼친 결과 세계적인 과학기술강국으로 부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억압된 노동자들의 요구들이 최근 봇물을 이루고 있어 노조활동이 아르헨티나 못지않게 활발한 양상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성장일변도로 강한 드라이브정책을 구사하던 한국경제가 최근 중국의 저임금을 앞세운 수출정책과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들 사이에 끼어 고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시인하기도 했다.

이어 한국은 지난 1997년 IMF사태 이후 정부가 국제통화기금의 요구를 받아들여 해외자본이 금융권과 서비스, 생산분야 등에 광범위하게 진출하게 됨에 따라 경제구조가 아르헨티나와 비슷한 상황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종전의 한국대표들이 "우리가 최고"라고 내세우며 남미를 우습게 보았던 것과는 달리 "아르헨티나는 정말 축복받은 땅"이라고 분위기를 잡은 후 아르헨티나의 넘쳐나는 자원과 한국의 풍부한 인적자원을 상호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해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아르헨티나 학계인사들은 한국이 세계에서 109번째로 작은 나라이지만 경제력으로는 세계10위권의 대국이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국의 첨단 기술과학분야의 실상을 청취한 아르헨티나 학계대표들은 "한국의 경제발전과 과학기술현황이 놀랍다"며 "한국은 정부와 민간기업들의 미래에 대한 투자가 활발한 반면 아르헨티나는 정부주도로 무료교육과 사회보장제도(무료의료혜택과 빈민구호대책)에 주력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아르헨티나 학계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에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 아르헨측 연사들은 아르헨티나가 과학과 의학분야에서 3명의 노벨상수상자를 낼 만큼 튼튼한 기초과학을 보유하고 있으며 원자력분야에서는 프랑스와 캐나다를 앞지를 만큼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자랑했다.

또한 통신위성분야에서도 아르헨티나는 두드러진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내년에 발사되는 제2호 위성은 80% 이상이 아르헨티나 자체기술로 제작되고 있음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세미나 말미 연사로 등장한 오스까르 땅헬손 교수는 "아르헨티나에 진출한 한국상품은 중국의 엉터리제품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질 좋은 상품"이라고 소개하고 한국 대기업이 생산하는 전자제품과 자동차 등을 일일이 예를 들면서 한국예찬론을 펴 관심을 끌었다.

다음은 한아 양국 세미나 대표들과의 일문일답: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아르헨티나 방문 경험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방문은 지난 80년대 말로 기억된다. 그때는 이 도시가 아주 지저분하고 무질서해 보였다. 그래서 과거에는 잘 살았는데 지금은 경제난으로 돈이 없어 도시관리를 잘하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번에 와보니 도시가 많이 깨끗해진 느낌을 받았다."

-현지 학자들이 아르헨티나는 현재와 과거에 투자를 하고 한국은 미래산업에 투자를 한다고 했는데.

"과거 박 대통령 시절에는 장기적인 전략으로 국가를 운영했다.그리고 그 외 정권들도 과거보다는 미래지향적인 건 사실이었다."

-아르헨티나는 미래보다는 현재, 다시 말해서 교육(대학까지 무료교육제도)과 사회보장제도(극빈자들을 위한 각종 의료혜택과 재정지원)에 투자를 하고 한국은 미래에 대한 투자에만 집중한다는 말에 대한 의견은.

"교육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한국은 사교육비를 합하면 GDP의 10%가 넘을 것이다. 세계 최고수준이다. 그러나 사회보장제도는 경제수준에 비해 너무 낮은 것은 사실이다. 한국은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지출을 늘려야 할 것으로 본다. 더욱이 지금은 조기퇴직자들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등장을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부분이 너무 미비하다. 의료보험 역시 개인부담이 너무 크고 환자들의 혜택이 제한되어 있는 점도 시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르헨티나는 대학까지 무료교육이라고 하는데 이 제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의문이다.이 문제는 선진국들도 감당을 하지 못해 등록금을 받고 있는 추세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느끼게 된 한국과 아르헨티나 그리고 브라질과 협력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기술적인 면에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서 기초과학이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은 응용과학과 제품과학이 강하다. 이제 한국은 기초 쪽으로 가려고 준비하는 추세인데 그런 면에서 남미와 협력하면 효율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농업분야와 원자력, 통신위성 등의 기술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남미의 값싼 인건비를 활용, 개도국들 중 기초과학이 강한 남미와 협력을 강화하는 마스터플랜을 마련하면 적은 비용으로 성과도 빨리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기술강국을 외치는 한국이 남미와 기술협력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이야기인데 구체적인 협력방안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한국은 과학기술협력이라면 선진국만을 생각했다. 그러나 개도국 중에서도 우리에게 필요한 기술이 있고 협력이 가능하다면 서로 유익한 것 아닌가. 남미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보고 투자를 하는 등의 길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남미와 정서적으로 교감을 많이 하고 경제성장에 대한 경험을 체계적으로 개도국과 공유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 같다. 우리는 남미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우리 연구원을 현지로 보내 이곳에 머무르면서 현지상황을 익히도록 노력을 계속할 방침이다.

***뻬드로 크로츠 한아 세미나 조직위원장(UBA대 교수)**

-이번 세미나의 주최자로서 한마디 해달라.

"이번 한국과 아르헨티나 양국 학계인사들이 이 세미나를 통해 상호 기술작인 이해와 궁금한 점 등을 문의하고 한국정부의 학계에 대한 연구지원실태 등을 알아보고자 한다."

-1960년대를 기준으로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첨단기술분야에서 다른 점이라면.

"한국은 민ㆍ관ㆍ학계가 합심하여 장기계획을 세워 기술발전에 주력했다는 점이다. 현재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국의 상품들을 보면서 재벌과 정부간의 관계를 관심 있게 연구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60년대에는 선진국이었지만 군정을 거치면서 정부가 기술분야를 등한시하여 발전을 막았다. 아르헨티나는 의학분야 특히 기초의학분야가 강했는데 이를 상업화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는 정권이 자주 바뀌면서 기술분야에 등한시했고 기술이전에도 실패를 했다는 이야기다."

-오늘 세미나에서 IT산업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가 되었는데 한국의 IT산업과의 접목을 가능한가.

"아르헨티나는 지난9 0년대 거의 모든 공공사업분야를 민영화시켜 정부주도의 협력은 어렵겠지만 민간분야에서 모바일 서비스와 인터넷 서비스 등을 충분히 협력이 가능하리라 본다. IT산업이 발전을 하려면 기간산업들이 함께 발전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도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일반산업과 IT산업을 동시에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아르헨 산업이 낙후된 이유가 무엇인가.

지난 60년대 아르헨티나는 원자력분야와 기초의학분야가 선진국수준이었으나 정부는 국내내수시장에 만족을 한 나머지 세계시장에서 아르헨티나 상품이 경쟁력을 잃고 수출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이번 세미나 이후 아르헨티나 학계에는 어떤 변화를 기대하나.

"이번 한국 학계대표들의 의견과 주제발표를 우리대학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 전국의 대학과 학계에 알려 향후 한국과 상호 협력방안이 무엇인가를 모색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세미나는 양국의 학계가 서로를 이해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데 시금석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한편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은 지난 17일부터 한국어 강좌를 개설하고 아르헨티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초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 강좌의 한국어 강사는 한국교민 2세들이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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