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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에너지협력 추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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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일 에너지협력 추진해야

미래전략연구원의 '지구촌, 분석과 전망' <20> 정상회담 이후의 한일관계 (5)

6월 20일 개최된 한일정상회담은'역사정상회담'이라고 평가될 정도로 과거사를 둘러싼 한일간의 현안문제가 집중 논의되었다. 2시간에 걸친 정상간의 회담 가운데 역사인식문제에 대한 논의에 무려 1시간 50분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과거사 문제는 앞으로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 있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이기에 그 중요성을 과소평가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역사정상회담'에서 우리가 확인한 것은 과거사를 둘러싼 양국간의 깊은 인식의 차이였을 뿐, 관계개선의 실마리는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정상회담에서 드러난 양국간의 깊은 인식의 골은 한일관계의 앞날에 대한 우려감을 증대시키고 있다.

하지만 한일관계를 조금 더 긴 시간 축을 가지고, 보다 넓은 시야에서 바라보면 희망의 메시지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민간 차원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일본의 시각은'획기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월드컵 공동주최, 한류 붐 등을 타고 한국의 음식, 문화, 관광 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으며 '매력적인 한국'을 재발견하는 일본인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2-3주 전 일본을 방문했을 때 10여명의 한반도 전문가를 만났는데 이들은 입을 모아 민간차원에서의 한일관계의 긍정적 변화를 강조했다. 이러한 시점에 한국과 일본 양국은 상호협력을 통해 윈-윈을 달성할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관계를 확대시켜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필자는 한일 양국이 협력을 통해 윈-윈을 달성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로 에너지 협력을 강조하고 싶다.

***에너지 안보 환경의 변화와 한일 에너지 협력**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왜 한일간의 에너지 협력이 필요한 것인가.

첫째는 급변하는 국제 에너지 안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이다. 최근,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국제유가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듯이 국제 에너지 안보 환경은 구조적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에너지 수급의 불균형이 확대되고 있으며, 자원의 지역적 편재를 둘러싼 정치적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다. 9.11테러 이후 중동정세의 불안 및 이로 인한 공급 능력의 제약, 중국 및 인도의 대폭적인 원유 수입 증가 등을 배경으로 원유가격이 급등하면서 대부분의 원유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및 일본 양국의 에너지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지난 2월 16일 교토의정서가 공식 발효됨으로써 환경규제의 강화가 대세가 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에너지의 세계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되고 있다.

에너지의 거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일본은 이와 같은 에너지 세계의 새로운 변화에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둘째는 동북아 차원에서의 에너지 안보 환경 변화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서이다. 동북아 지역의 경우 최근 중국의 에너지 수요 및 수입이 급증하면서 에너지 수급의 불균형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체제로 전환한 1978년 이후 연평균 10% 전후의 고도경제성장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소비가 현저히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산유국이지만 자국의 석유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1993년 석유 순수입국으로 전환되었다. 특히 2000년 이후 중국의 에너지 소비 증가율이 급증하면서 국제원유시장을 교란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동시에 동북아 지역의 에너지 수급상황을 악화시켜 원유가격의 아시안 프리미엄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동북아 역내 국가간 경제적 상호의존이 심화되는 현 상황 속에서 중국의 에너지 수급악화는 지역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유한한 자원을 둘러싸고 중국을 필두로 일본, 한국 등의 국가간 경쟁이 심화될 경우 정치적 불안정이 확대되고 국가안보의 총체적 위기 상황까지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동북아 지역에서 에너지 확보를 위한 경쟁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동시베리아 석유 파이프라인를 자국에 유리한 노선으로 유치하기 위해 러시아에 대한 중국과 일본의 치열한 자원외교전이 벌어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동지나해 가스전 개발을 둘러싸고 중일간 마찰이 지속되고 있다.

셋째, 한국 및 일본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포괄적인 에너지 안전보장에 대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이다. 최근 에너지 위기를 심화시키는 요인들이 세계, 지역, 국내 차원에서 확대되면서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국가 에너지 전략의 재정립 및 동북아 에너지 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4월 19일 일본 수상의 자문기관인 경제재정자문회의가 채택한 '일본 21세기 비전' 보고서 역시 에너지 및 환경 분야에서의 협력을 대외경제정책의 기본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시장의 창출, 에너지 절약기술의 시장 확대 등에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한일 에너지 협력의 과제 및 전략**

에너지 안보 환경이 급변하는 현 상황에서 한일 양국이 자원 확보를 위한 국가간 경쟁의 심화를 미연에 방지하고 에너지 위기에의 종합 대처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첫째, 에너지를 거의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한일 양국의 경우 석유의 공동 비축 및 융통 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석유의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공급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석유수입의 80-90%를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어 비상시 에너지 공급의 안정적인 확보가 중요한 정책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정치적 혼란에 따른 석유공급중단에 대비하여 한일 양국이 석유 비축분을 상호간에 빌려 쓸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동북아 국가간의 에너지 확보 경쟁의 심화를 미연에 방지하고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한일 양국이 적극 주도하여 동북아 에너지 협력체를 창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에너지 협력체를 통해 평상시에는 기술지원 및 정책 협조를 통한 수요조절을 도모하고 아시안 프리미엄 등에 공동 대응할 수 있으며, 비상시에는 에너지의 긴급 공급 등 석유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셋째, 최근 들어 중국이 에너지의 블랙홀로 등장하면서 한일 양국 모두 자원 확보에 대한 노력이 크게 자극을 받게 되었다. 석유의 중동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원생산국에 대한 전방위 외교를 강화하는 등 에너지 외교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 중 시베리아 및 사할린의 원유 및 천연가스 개발이 중동에 대한 원유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유효한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으나 거액의 개발자금이 필요하여 지역국가간의 협력이 필요시 되고 있다. 한일 양국이 시베리아 원유 및 천연가스 등의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경제성을 제고하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기후변화협약 등 국제환경규제의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가능에너지의 공동개발 및 기술협력, 청정개발체제의 적극적인 활용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석탄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의 에너지 구조는 주변 국가에 심각한 월경성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있다. 한중일 3국간에 기술협력체를 설치하여 중국의 탈황시설 및 탈황처리에 필요한 기술 이전 및 협력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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