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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교사들이 자부심 느낄 수 있게 해야"

[인터뷰] 이윤경 보육노조 사무처장 vs 조상현 초보 보육교사

조상현씨(25)는 한남대 기독교학과 졸업을 앞두고 지난 4월 대전의 한 사회복지시설 어린이집의 '보육교사'로서 꽤 화려한 데뷔를 했다.

흔치 않은 '남성 보육교사'로서 주위의 편견에도 당당한 조씨의 모습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고 "웃긴다""소신있다"등의 반응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조씨의 고민은 "남자가 무슨 보육이냐"라는 비아냥이 아니다.

"보육교사들이 아이들을 위해 누구보다 전문성을 갖춰야함에도 고된 근무조건과 만연된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높은 이직율과 사회적 저평가의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 이 열정적인 '초보 보육교사'의 걱정이었다.

<사진 3>

***"보육은 어떤 일보다 전문성 필요"**

그는 "보육·간병등이 열악한 노동환경과 저임금으로 우리 사회에서 저평가된다는 것이 문제가 많다"며 운을 뗐다.

"솔직히 저도 보육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정도로 저평가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직접 일하면서 그런 생각은 확 바뀌었다. 아이들의 각기다른 성향과 개성에 맞춰 다가서는 법, 아이들 성장 단계에 맞게 대하는 법등을 끊임없이 연구해 감과 전문성을 터득하지 않고는 제대로 보육할 수 없다는 것을 매일 느낀다"

조씨가 일하는 곳은 버려지거나 잠시 위탁되는 아동들을 맡는 사회복지시설로 현재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회복지 재정지출이 턱없이 부족해 사회복지 종사자들이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성별 고정관념 문제보다, 보육교사와 사회복지사도 전문가라는 사회적 인식이 낮고 그에 맞는 처우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사진 4>

***"'보육의 질'은 결국 예산문제"**

이러한 '초보 교사'의 고민에 보육교사로 잔뼈가 굵은 이윤경 보육노조 이윤경 사무처장(38)은 "일본의 경우 어린이집에 담임을 맡지 않는 교사가 주임등의 형태로 상주하면서 다른 교사들의 재교육시 대체 역할을 한다"며 "교사의 질 문제는 결국 신규인력 확충 문제고 예산 문제"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지금 정부와 학부모 모두 '보육의 질은 곧 보육교사의 질'이라고 외치며 보육교사의 질 제고를 말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보육의 질 향상은 커녕 매일매일 노동의 재생산 자체가 힘들 정도로 악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1>

"모든 일이 그렇듯이 보육 또한 장기간의 경험과 숙련이 필요하고 동시에 아이들과 인격적이고 정서적인 관계를 맺어야 하는데, 천차만별인 아동들의 성장배경과 개성등 아이들의 내면을 이해하고 돌출행동에도 여유있는 대처를 할 수 있으려면 최소 3~5년은 지나야 한다.

그런데 지금같이 하루에 14, 15시간씩 일하고 녹초가 되버리는 상황에서는 처음에는 젊은 의지로 의기충천해 시작해도 1~2년이 지나면 소모된 후 나가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일해도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는 이도 많다. 이렇게 보상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누가 어렵게 공부하고 투자해서 보육교사가 되려고 하겠는가. 이들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지원이 있어야 보육의 질도 높아지는 거다.

결국 문제는 이 부담을 누가 질 거냐는 거다. 정부는 지금 아동별 지원으로 학부모에게 돈 몇푼 쥐어주고 알아서 하라는 식의 방향을 잡고 있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

***"돈을 어떤 식으로 풀 것인가의 문제"**

이 사무처장은 '보육의 완전시장화'를 걱정하고 있었다. 가뜩이나 국공립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가정별 개별 지원 기조가 확정되면 공보육 토대는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현재 보육교사의 비정규직화는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사실 보육의 완전시장화가 이뤄지면 보육교사들은 아무래도 아이들을 인격적 관계라기보다는 실적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현재 민간 어린이집에서는 교사들이 부실급식, 횡령등에 문제제기하면 짤리거나 찍혀 재취업이 안되는 폐쇄적인 분위기인데, 완전 시장체제로 돌입하면 어떻겠는가. 고용 안정성 없이 어린이집에서 투명하고 민주적인 운영을 요구하는 일은 더욱 더 불가능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사진 2>

그러나 여성부는 얼마전 한 토론회에서 "보육 예산의 반을 전체의 15%밖에 안되는 국공립시설의 인건비 지원으로 쓰니 보육예산을 증액해도 국민들이 좀처럼 체감할 수 없다"며 '아동별 지원의 확대 기조'를 분명히 했다.

이 사무처장은 "국공립시설이 50% 넘어가도 체감율이 그리 낮겠나. 당장 효과 보겠다고 인프라 없이 돈 풀게 되면 과연 그 돈들이 진짜 아이들을 위해 쓰일지 의심스럽다"며 "국공립시설의 '월급원장'은 정기적인 감사와 재위탁 심사로 감독이 가능하지만 민간은 거의 통제 불가능이다. 이에 비해 국공립은 학부모 운영위 설치등 상대적으로 투명한 정책을 펼칠 기반이 된다"고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을 주장했다.

***"보육교사들이 자부심 느낄 수 있게 해달라"**

그는 제일 큰 문제로 "보육교사들이 현장에서 소신과 자부심을 가질 수 없는 상태"를 꼽았다. 이러저러한 보육정책이 나오지만 정작 보육노동자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최소한의 통로조차 없어 문제 해결이 더디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보육교사회에서 일하던 이들이 올해 초 민주노총 공공연맹 산하에 '보육노조'를 만든 것도 "아무도 우릴 대신해주지 않는다"는 뼈저린 경험에서였다.

말하자면 힘든 건 힘들다고 말하고, 부당한 건 부당하다고 말하고 "말 좀 하고 살자"는 것이다.

"최근 한 어린이집에서는 계약서 취업규칙에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을 밖에서 말하면 징계사유라고 명시했다. 특히 규모가 작은 곳일수록 원장이 전권을 잡고 보육교사가 어떤 발언도 할 수 없는 곳이 많다. 교사들이 참다못해 비리를 폭로하고 나서도 정작 당사자는 고소나 해고를 당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 구조에서 교사들은 철저한 약자일 수 밖에 없다"

인터뷰를 하고 보니, 새내기 보육교사인 조상현씨나 이윤경 보육노조 사무처장이나 보육에 대한 열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고 문제 의식 또한 "사회복지·보육시설의 인프라를 위한 예산 대폭 확충"으로 간단명료했다. 복잡한 것은 최대한 돈적게 들이면서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야무진 욕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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