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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회의 '대쥬신을 찾아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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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운회의 '대쥬신을 찾아서' <3>

아침 안개 속의 쥬신

요즘 한국 미인, 무엇이든지 큼직큼직합니다.

텔레비전을 보면 모두 하나같이 팔등신에 눈도 크고 키도 큽니다. 과학(科學)이 발달해서인지 의학(醫學)이 발달해서인지 어떻게 하나같이 얼굴이 비슷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제 기준으로는 별로 아름다워 보이진 않습니다. 미인(美人)이란 것도 기준이 문제겠죠. 워낙 미국(America)의 세상이니 미인도 미국인에 가까우면 미인이라고 합니다. 원래 한국 미인은 뭐든지 작은데 말입니다.

불과 1백년 전에 살았던 선비가 요즘의 패션쇼를 구경했다면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어허, 괴이한 일이로다. 어찌 조선의 여인들이 하나같이 팥쥐 어미에 뺑덕어멈처럼 생겼는고. 뒷박 이마에 눈이 부리부리한데다 움푹 들어갔고 입술에는 고춧가루를 발랐으며 키는 부잣집 소슬 대문만하구나. 입은 큰 궤 문 열어 놓은 듯하고, 혀는 짚신짝 같네. 흑각(黑角) 발톱에 신은 침척(針尺)같이 크구나.”

이 말을 제가 들었다면 깜짝 놀라 그 선비의 입을 틀어막으며 이렇게 둘러댔겠지요.

“선비님, 입술에 바른 것은 고춧가루가 아니라 루즈(rouge)입니다. 그리고 흑각발톱이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검은색 매니큐어(manicure)라는 것입니다. 발톱을 보호하기도 하고 예쁘게 보이려고 하는 거죠. 그리고 키가 크니 발도 큰 법이죠. 그리고 눈이 부리부리한 것도 쌍꺼풀 수술을 해서 그런 거죠. 요즘 많은 여자들이 하는 것이니 별로 이상한 것도 아니지요. 너무 놀라지 마세요.”

그러면 그 선비양반, 또 이렇게 말할 겁니다.

“어허, 말세(末世)로다. 말세야. 눈에 칼질을 하다니 ? 김선생, 당신 선생이라는 작자가 그걸 말이라고 해? 세상에 어떤 사람이 야차(夜叉)가 아닌 다음에야 신체발부(身體髮膚)에 스스로 칼질을 해? 세상이 온통 뺑덕어멈에 팥쥐 일색이니 장차 이 일을 어찌 할꼬?”

그나저나 한국인들이 세상에서 눈이 제일 작다고 합니다. 미국의 세상이 되다보니 요즘은 눈이 작으면 아예 미인 축에도 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자나 여자나 높은 사람, 낮은 사람 할 것 없이 쌍꺼풀 수술한다고 난리지요?

글쎄요. 눈이 작은 게 뭐 어때서요? 눈이 작으니 겁이 없어 보입니다. 한국인의 눈이 세상에서 가장 작기 때문에 시야가 넓어져 활을 쏘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은 해보신 적은 없습니까?

말하자면 눈이 작다는 것은 초점이 짧은 카메라를 항상 휴대하고 있다는 말이지요. 아마 그래서 쥬신족들에게는 활과 화살이 따라다니나 봅니다. 한국이 그동안 세계 양궁을 제패한 것도 그저 된 것이 아니지요.

전문가에 따르면 이 작은 눈은 바로 북방계 유목민의 대표적인 특징이라는 것이지요. 북방의 모진 추위를 이겨내기 쉽도록 실눈이 되었다는 것이지요.

그러면 몽골-만주 사람들이 더 눈이 작아야지 왜 한국인이 눈이 작냐구요? 그것은 눈이 작은(실눈) 사람들이 이동하면서 계속 결혼하여 더욱더 눈이 작아져서 그렇답니다. 이것을 유전자 증폭현상이라 한답니다. 이런 식으로 실눈 사람들은 한반도와 일본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이 분야의 전문가인 조용진 교수는 실눈과 더불어 광대뼈, 속 쌍꺼풀, 검은 머리, 단두형의 머리 등이 추위에 적응된 북방계의 모습이라고 합니다.

***(1) 인간의 새벽**

인류의 기원을 아직은 알 수가 없습니다. 유전자 분석법을 토대로 한 이른바 ‘아프리카 가설(Out of Africa theory)’에 의하면, 현대 인류의 조상은 ‘이브’라 불리는 여성 선조에게서 시작되었는데 한쪽은 아프리카인, 다른 쪽은 각지의 모든 인종을 포함하고 있다고 하지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으니 일단은 두고 볼 일입니다. 유전자 분석법에 의하면 A지역에서 하나의 민족이 B, C, D 등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경우, A지역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의 유전적인 변이가 훨씬 크다고 합니다.

아프리카 가설에 의하면 한국인과 일본인·티베트인·몽골인들은 에스키모, 아메리카 인디언들(북방계)과 유전적으로나 언어학적으로 동일한 반면 중국 남부인[과거 중국인들이 남만(南蠻)으로 불렀던 사람들]들은 캄보디아인·태국인·인도네시아인·필리핀인(남방계)들과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한국인의 주된 흐름은 청동기문화를 이룩한 알타이계 종족인데 선주민들인 구몽골족과 남몽골의 일부가 융합하여 형성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말을 좀 더 분석해 봅시다.

몽골로이드(몽골인종)는 북몽골와 남몽골로 구분합니다. 북몽골은 다시 신몽골과 구몽골로 나눠지는데, 구몽골은 고시베리아족(Palaeo-Siberians), 또는 고아시아족(Palaeo-Asiatics)이라고도 합니다. 예를 들면 일본의 원주민으로 알려진 아이누 족이나 축치 족·코리악 족 등이 있습니다. 신몽골은 투르크·위구르·퉁구스 족 등이 지적됩니다. 한국인들은 북몽골이자 신몽골에 속하며 알타이 계열이라고 합니다(이 때의 알타이라는 말은 어족(語族) 분류 때 쓰이는 말이지만 혈족을 말할 때도 관행적으로 쓰이는 말입니다).

북몽골의 중심지는 대체로 바이칼 호수 일대로 추정됩니다. 북몽골이 기후의 변화에 따라 이동하였을 것이고 그 일파(一派)가 한반도까지 내려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한반도 자체에도 북몽골과는 다른 선주민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이론가들은 남방계가 훨씬 전에 이동해왔다 하더라도 소수이고 주된 흐름은 북방계로 보고 있지요.
[그림 ①] 바이칼 호수 주변

참고로 학자들은 동아시아에서 발견된 인류의 화석을 보면, ① 동북아시아 형(한반도와 만주 지역), ② 황하ㆍ양자강 형(중국 형), ③ 동남아시아 형(인도네시아의 자바 섬 등) 등으로 나눠진다고 합니다. 즉 한반도 만주 등지의 사람들은 중국인들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말이죠.

***(2) 쥬신의 아침**

미술해부학의 전문가인 조용진 교수에 따르면, 한반도의 해안지대나 일본의 남부 지대에는 남방계 아시아인의 특징[큰 눈·쌍꺼풀·큰 신체·작은 신체·작은 몸통·긴 팔다리]들이 나타나고 있고 한반도의 전 지역과 일본 중북부 지방에는 북방계 아시아인들의 특징[작은 눈·홑꺼풀·큰 몸통·짧은 팔다리] 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몸통이 크고 팔다리가 짧은 것은 추위를 이기기 위해 열손실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제주도나 한국의 일부 해안지대(목포·장흥·부산)의 고분들에서 나타나는 이마는 넓고 얼굴은 짧고 큰 눈을 가진 사람(남방계)들은 일반적인 일본인이나 한국인의 모습은 아니라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낙동강을 건너 인근 김해지역의 고분들에 나타나는 유골들은 가까운 부산 지역이나 인근 해안지대에서 나타나는 유골들과는 특징이 다른 북방계라는 것이지요. 즉 낙동강 하구까지 북방계가 들어왔다는 것이죠. 북방계, 참 멀리도 왔군요.

한반도를 중심으로 본다면 남ㆍ북방계가 혼재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주류는 북방계라고 합니다. 즉 한국인들은 언어ㆍ체질ㆍ문화면에서 북방민족의 요소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얘깁니다[조용진『얼굴』(사계절 : 1999) 85쪽].

그렇지만 한반도 도처에 산재해 있는 고인돌은 남방계의 특징이라는 것입니다. 고인돌의 분포지역은 중국의 황해 연안(요령성·산동성·절강성), 한반도 영산강 유역과 제주도, 일본의 큐슈(九州)지방, 인도차이나 전역, 인디아(인도) 남부 등인데 이것은 남방계의 이동경로를 보여주고 있지요. 뿐만 아니라 고인돌의 이동경로는 벼농사 문화의 이동과 일치한다고 합니다.
[그림 ②] 고인돌 분포지역(김병모 『고고학여행』)

[그림 ②]에서 보면 마치 남방계가 만주와 한반도 일본에까지 나타나 전체적으로 이 지역들을 장악한 듯이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지는 못합니다. 고인돌은 타이완·인도네시아·인도로 연결되고 있지만 적석묘(積石墓)와 석관묘(石棺墓)는 한국· 만주·몽골·스키타이 지역으로 또한 넓게 분포되어있습니다. 즉 북방계도 남방계 못지않게 이 지역을 크게 압도하고 있습니다. 이 점들을 먼저 신화나 묘제양식으로 살펴봅시다(유전학적 부분은 다음 항목에서 다루지요).

신화(神話)의 경우를 보면 북방계 유목민들은 천손(天孫 : 하늘의 자손) 신화이고 남방계 농경인들의 신화는 난생(卵生) 신화인데 이 두 가지의 신화 요소가 한국 고대 국가 성립 과정에서 모두 나타납니다. 그러나 난생 신화는 북방계 천손 신화에 의해 압도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천손난생신화(天孫卵生神話)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경제적 기반은 벼농사로, 정치적 기반은 천손사상이 바탕이 되었다는 얘기지요(그래서 한국말에는 특히 농사와 관련하여 인도나 동남아 등지의 말의 흔적들이 많이 남아있죠. 그러나 한국어의 근본 구조는 북방계의 언어구조입니다).

예를 들면 한반도의 남단에서 나타난 신라(新羅)의 경우에도 그 시조인 박혁거세(朴赫居世)는 천마(天馬)의 알에서 나옵니다. 여기에는 북방 기마민족(쥬신족)의 성수(聖樹)인 버드나무[양산(楊山)]가 나오고 그들의 영웅 신화(영웅의 탄생과 죽음)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새가 나옵니다. 박혁거세의 박(朴)은 음을 빌린 말인데 바가지[瓠] 또는 ‘밝다[明]’는 의미이고 혁(赫)도 ‘붉다’ 또는 ‘붉은 빛이 나다’는 의미로 모두 태양을 나타내지요. 즉 천손사상을 유지하면서 난생설화를 적절히 섞어서 만든 신화이지요.

제가 보기에 천손사상이라도 토착세력의 도전을 일시에 물리칠 경우에는 신화에 알[卵]이 등장하지 않고 ① 토착세력 때문에 세력을 키우는 데 상당히 힘이 들거나 ② 점차적으로 세력을 키워서 정치권력을 장악한 경우 등을 알[卵]로 묘사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알이라는 것은 처음에는 아무런 힘이 없지만 점차적으로 성장하고 새롭게 변신하여 강력한 존재가 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죠.

즉 여기서 말하는 알[卵]이라는 것은 남방계 신화와는 다른 새로운 탄생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알[卵]이라는 것은 남방으로 이주한 북방민들이 천손(天孫)이라는 고유의 이데올로기(ideology)를 유지하면서 현존하는 문화의 외피(外皮)인 난생신화(卵生神話)를 덮어쓰고서 ‘재탄생(re-birth)’한 것을 의미하죠. 유목민족인 천손족(天孫族)이 실제로 다스려야할 사람들은 결국은 난생신화를 믿는 농경민이 아닙니까?

북방 유목민들이 천손사상을 가지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몽골의 겔과 같은 이동식 가옥(yurt)은 가운데 지붕[天窓(천창 : 하늘로 향하는 창)]이 눈과 비가 올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하늘로 열려 있습니다. 그리고 이동식 가옥을 지탱하는 ‘마루’(宗 : 마루는 북방어입니다)는 하늘과 교통하는 매개체지요. 겔을 지탱하는 기둥은 하늘과 연결되고 과거ㆍ현재ㆍ미래의 축으로 여기지기 때문에 함부로 만지거나 기대어서도 안 되지요[김의숙 “몽골이 민속생활의례 고찰” 『몽골민속 현장답사기』(민속원 : 1998)]. 부부가 성관계를 가지는 것도 하늘이 내려다보는 상태에서 이루어지죠. 이들에게 태양이나 하늘은 바로 생활이자 신앙의 대상입니다.

이해가 안 되시면 여러분들도 야외에서 잠을 한번 자보세요. 텐트 안에서 자는 것 말고 밖으로 나와서 자보라는 것이죠. 그렇지 않으면 겔처럼 가운데가 뚫려있는 텐트에서 자보세요.

캄캄한 밤 벌판에서 아무런 잠자리 도구도 없이 자보면 어느 샌가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자신을 느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벌판 위에 있다고 생각되지만 하늘을 계속 바라보면 어느 순간 하늘 여기저기를 떠다니게 됩니다. 겔에서의 생활이 바로 이런 것이겠죠.

그러니까 나 자신과 하늘을 하나로 느끼게 되고 나중에 죽더라도 마음의 고향인 하늘로 돌아간다고 믿는 것이죠. 물론 그 인도자는 새[鳥]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인들이 신조(神鳥)로 보는 것은 철새들입니다. 한국의 솟대(꼭대기의 새)나 일본의 도리(とり)도 같은 맥락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솟대 위의 새들[삼족오(三足烏)나 오리·원앙·기러기와 같은 철새)은 모두 북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인들의 원고향이 추운 북쪽 지방이기 때문입니다(김병모 『고고학여행』).

멀리 떠나온 고향, 고향은 환경이 어떠하든 그리운 곳이죠. 그래서 잠시 겨울을 피해 온 철새들에게 고향 소식을 물어보고 봄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가는 새들에게 간절한 소식을 전하는 대상이 바로 한국의 솟대이지요. 신라(新羅) 부분에서 다시 상세히 분석하겠지만, 이 솟대는 쥬신 샤먼들의 지팡이 머리 장식이기도 합니다.

난생신화가 나타나는 지역은 타이완(파이완족)·인도네시아(자바족)·태국(타이족)·인도(군다족) 등으로 동남아 농경민족에 퍼져있습니다. 이에 비하여 천손신화(天孫神話) 체계는 몽골·부리야트·에벤키·스키타이 지역의 여러 종족 등 주로 북방유목민족들에게서 나타나죠. 이것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그림 ③]과 같습니다.

[그림 ③] 천손신화와 난생신화 분포지역(김병모 『고고학여행』)

그런데 [그림 ③]을 보면 우리는 매우 중요한 세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 난생신화(卵生神話)는 지석묘·고인돌과 같은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나중에 살펴보겠지만 천손신화(天孫神話)는 적석묘(積石墓)와 석관묘의 분포와 대체로 일치하고 있는데 한반도의 남단의 신라왕들의 무덤은 대부분 적석묘라는 것입니다. 이상하죠? 이 부분은 최근에 여러 연구가 이루어져 있습니다. 신라 부분에서 검토하기로 합시다.

둘째, 한반도의 경우에는 난생신화든 천손신화든 중국(中國)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몽골 - 만주 - 한반도 - 일본 등에 이르는 어떤 신화적인 요소도 중국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는 말이지요. [그림 ③]에서 보면 중원을 포함한 중국 지역만 빼고 나타나는 것이 천손신화와 난생신화이지요. 따라서 국가 또는 민족을 기원적으로 본다면 중국이 이 지역에 대해 종주권을 주장할 하등의 권리나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셋째, 만주ㆍ한국ㆍ일본은 북방의 천손사상과 남방신화의 혜택을 흠뻑 받은 땅이라는 것입니다. 즉 북방계의 문화가 남방계의 문화를 압도하면서 새로운 형태로 꽃이 핀 지역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문화는 중국과는 거의 상관이 없다는 점이죠. 일부 학자들이 좋아하는 대로 중국식(中國式)으로 말하면 이 지역은 ‘북적(北狄)’과 ‘남만(南蠻)’이 융합하여 생성된 민족이겠죠? 정말이지 중국과는 거리가 멀군요.

이상의 사실만으로도 (앞으로 나올 많은 이야기는 차치하고) 중국이 추진하는 동북공정(東北工程 : 쥬신 역사의 중국 편입시도)은 얼마나 허황된 논리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자 봅시다. ① 신화(神話)도 다르고, ② 민족의 기원(紀源)도 다르며, ③ 인종(人種)도 다르고, ④ 문화(文化)와 습속(習俗)도 다르며, ⑤ 언어(言語)도 다르고, ⑥ 경제적(經濟的)인 기반이나 산업(産業)도 다르며, ⑦ 정치적(政治的)으로 어느 일방의 지배 - 피지배 관계가 된 것도 아니고[순수 한족 정권은 한(漢) - 송(宋) - 명(明) 정도고 대부분 정권은 쥬신이나 기타의 민족들에 의한 것이죠], ⑧ 역사의 무대도 다른데 무슨 근거로 중국은 몽골 - 만주 - 한반도 북부 지역 전체를 중국의 영역으로 포함시키는가 말입니다.

요즘 식으로 심하게 말하면 중국은 쥬신(만주와 몽골)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만주와 몽골이 중국 땅이라는 식의 논리입니다. 다시 말하면 인도가 한 때 영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영국도 인도의 땅’이라는 식의 논리지요. 말이 되나요?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심각한 문제 하나를 발견합니다. 우리는 스스로 우리 내부에 있는 난생신화나 천손신화를 일부러 숨기려고 한다는 것이죠. 이것은 우리가 가진 중국에 대한 지나친 짝사랑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난생신화나 천손신화를 야만적이고 원시적인 설화나 신앙체계로 몰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나무꾼과 선녀’는 쥬신의 신성한 시조(始祖) 신화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선정적인 섹스(sex) 이야기로 풀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문화의 고유성을 비중국적(非中國的)이라고 하여 감추려고 하는 엉뚱하고 삐뚤어진 소중화주의가 수백 년 이상 학계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3)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우리 속담에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기가 막힐 이야기죠. 천 냥이라면 요즘 돈으로 10억 이상은 될 터인데 그 많은 빚을 지려면 별일이 다 있었을 텐데 혀 한 번 잘 놀리면 성큼 빚을 탕감해준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만큼 한국인들은 감정적으로 행동한다는 말이지요. 이러니 맨 날 중국인들에게 당하고 살지요. 한마디로 한국인들은 신중하거나 노련함과는 거리가 멀고 이성적이지 않다는 애깁니다.

한국인들이 감정적이란 말은 한국인들이 오른쪽 뇌가 발달했다는 말이죠. 그리고 여기에 허벅지가 짧기 때문에(북방계는 춥기 때문에 눈을 헤쳐 걷기 쉽도록 발달되었다고 합니다) 한국인들은 가무음곡(歌舞音曲)을 즐긴다고 합니다.

진수의 『삼국지』에 보면 “부여인들은 길을 갈 때 밤이든 낮이든 노인 어린이 할 것 없이 모두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하루 종일 노래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魏書 부여전」)”고 합니다. 사실 한국의 ‘노래방’과 일본의 ‘가라오케’도 그저 나온 것이 아닌 듯합니다.

그런데 춤은 어떨까요? 한국인들이 추는 춤이 다른 나라에 비하여 상당히 어려운 것이 많다고들 합니다. 잘 모르는 제가 보기에도 팔등신의 서양 미녀들이 춤을 추는 것을 보면 조금은 불안해 보이는데 한국의 무용수들은 허벅지가 짧아서 인지 춤을 안정감 있게 추더라구요.

조용진 교수는 한국인들의 짧은 허벅지를 ‘조선무다리’ 로 표현했는데 적절한 표현일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그 ‘조선무다리’가 나타나는 지역을 그려보니 [그림 ④]와 같이 되었습니다.
[그림 ④] 짧은 허벅지를 가진 사람들의 분포(조용진『얼굴』85쪽)

어떤가요? 몽골-만주-한반도-일본에 이르는 지역으로 나타나고 있지요. 이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전체 체격조건이 같다는 말이죠.

그러면 체질은 어떨까요?

체질도 마찬가지랍니다. 체질적인 특징이 상통하는 지역도 다음과 같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림 ⑤] 체질이 상통하는 지역(조용진 『얼굴』85쪽)

지금까지의 이야기와 앞서 말씀드린 신화를 함께 생각해보면 한반도의 경우에는 북방계가 소수의 남방계를 압도하였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북방계의 인구가 증가하자 남방계의 일부는 일본이나 오키나와 등지로 이주하는 일도 생기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북방계가 남방계에게 폐결핵을 전염시켜 남방계 인구가 격감하고 일부는 북방계에 밀려서 한반도를 떠나게 되었다고 합니다[조용진『얼굴』(사계절 : 1999)].

***(4) 쥬신을 찾아서**

한반도에서 북방계가 남방계를 압도하였다는 것을 유전학적인 연구나 분석을 통해서 다시 확인해 보도록 합시다.

김욱 교수(단국대)는 Y염색체를 이용하여 한민족의 뿌리를 크게 두 갈래로 정리하였습니다. 즉 한국인들의 70~80퍼센트는 북방계이고 나머지 20~30퍼센트는 남방계이며 기타 일부 유럽인과 다른 그룹이 섞여 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한국인은 동아시아인 집단 가운데서도 일본인과 만주족과 가장 가까운 유전적 유사성을 지니고 있고 남방계의 경우에는 베트남인 등과도 가까운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일본의 마쓰모도 교수(오사카대학)는 몽고인종을 특징짓는 유전자 결합이 네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 몽고인종의 혈청 중에 있는 Gmab3st 유전자로 아시아계 인종의 계통성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그에 따르면, Gmab3st 유전자는 바이칼호 북쪽의 부리야트 족[칭기즈칸의 종족으로 알려짐 : 몽골 쥬신]이 100명 중에서 52명으로 가장 많고 한국인(반도 쥬신)은 41명, 일본(열도 쥬신)은 45명인데 반하여 중국인은 화북(華北)지방이 26명 화남(華南) 지역은 9명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몽골 - 만주 - 한반도 - 일본에 이르는 지역이 이 민족의 이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혈액형의 경우에도 북방계는 A, B형이 많고 남방계는 O형이 많다고 알려져 있는데 한국이나 일본은 A, B 형이 많다고 합니다.

따라서 몽골 - 만주 - 한반도 - 일본 등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 유전학적으로 아주 비슷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음을 우리는 쉽게 알 수가 있는 것이지요. 우리가 특히 몽골을 방문했을 때 느끼는 알 수 없는 그 친근감이 바로 여기에서 나오는 것이겠죠.

이홍규 교수(서울대 의대)는 「유전자로 밝혀보는 한민족의 뿌리」라는 글을 통해서 “한국인 주류는 바이칼호에서 온 북방계 아시안” (『신동아』2002.1)이라고 주장합니다. 이홍규 교수는 한국인들의 질병들을 추적해 가다가 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이홍규 교수는 현재 한국인의 70~80%가 북방계, 20~30%는 남방계라고 합니다.

이제 이런 사실들을 토대로 한반도의 상황을 한번 살펴봅시다. 한반도에서는 기존의 일부 남방계가 살고 있는 상태에서 북방계가 이들을 압도하였다고 말씀드렸죠? 구체적으로 보면, 북방계가 압록강 연안지역(예맥ㆍ숙신의 무대)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김해지역(과거의 변한/가야지역)에까지 이르고 있다는 것입니다([그림 ⑥] 참고) [그림 ⑥] 한국인 얼굴의 형성과정(조용진『얼굴』85쪽)

그림에서 보면 ①은 빙하기로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을 나타냅니다. ②의 경우는 1만 2천년~8천년 전으로 남방계 신석기인들이 주로 해안지방으로 들어온 것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③은 동부시베리아로부터 북방계가 내륙지방을 통하여 집중적으로 내려왔다는 것이죠. ④는 극소수의 서부 시베리아인들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⑤ 6~7세기 혼혈과 지역별 유전자의 상승작용으로 한국인들의 현재 모습이 이루어졌다는 것이고 ⑥은 미래의 일로서 앞으로 수많은 유전자의 교류를 통하면 실질적인 한국인의 모습은 희석되어 한국인들의 얼굴이 형성되는 루트는 찾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여기서 ③ 동부시베리아로부터 북방계의 유입, ④ 서부 시베리아인들의 유입 등의 과정을 고고학자 김원룡의 견해를 통해서 한번 살펴봅시다.

김원룡의 견해에 따르면, 예니세이 지방에서 나타난 카라스크 문화인(황인종으로 알타이 지방에서 북향한 퉁구스족)들이 한반도로 유입되는 모체였다고 합니다. 카라스크 문화 다음에는 다카르 문화가 성립되는데 이때는 B. C 7세기경으로 이 문화는 주로 중국의 춘추전국 시대와 일치하고 있습니다.

다카르 문화는 말(馬)이 운송수단이 되면서 뛰어난 기동력으로 남부로 진출하게 되고 오르도스 흉노(匈奴)에게로 뻗어갔다고 추정됩니다(오르도스는 바로 『삼국지』에 나오는 여포의 고향이죠). 뿐만 아니라 이 시기를 전후하여 흑해 북쪽 해안에 새로이 등장한 스키타이 동물 미술도 가미되어 특수한 시베리아 청동기로 발전합니다. 바로 이 문화의 주인공들이 바로 오르도스의 주인이었던 흉노(匈奴)들이라는 얘깁니다. 이들은 빠른 기동력을 이용하여 현재의 중국 땅은 물론이고 한반도까지 큰 정치적인 변화를 주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한반도와 중국 및 동북 지방을 아우르는 청동문화는 스키타이-다카르-오르도스 청동문화라는 것입니다[김원룡 『한국문화의 기원』(탐구당) 33~35쪽].

[그림 ⑦] 청동문화 수용 관련 지도

물론 김원룡의 견해와 관련하여서는 여러 가지 다른 견해가 있기 때문에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확실한 내용들이 밝혀지는 대로 다시 거론하기로 하고 일단 여명기의 알타이의 역사는 이 정도로 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의 다소 긴 분석들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말하고 있습니다.

첫째, 초기 한반도의 정착민들은 소수의 남방계로서 주로 해안을 따라 이동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반도에 이주한 북방계는 주로 동부 시베리아 지역( 동몽골ㆍ만주)에서 한반도로 이주해왔으며 이들이 소수의 남방계를 압도하고 한반도의 주류 민족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일부이지만 몽골 서부 지역 또는 서시베리아 계통의 유목민이 김해지역(과거의 변한/가야지역)까지 유입되기도 했습니다(이 사람들은 신라의 역사에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이 부분은 신라 부분에서 다시 거론하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만주ㆍ한반도ㆍ일본의 경우는 중국과 비교해서 신화(神話)도 다르고 민족 기원(紀源)이 다르며 인종(人種)도 다르고, 문화(文化)와 습속(習俗)이 다르며 언어(言語)도 다르고, 경제적(經濟的)인 기반이나 산업(産業)이 다르며 정치적(政治的)으로 어느 일방의 지배 - 피지배 관계가 된 것도 아니고, 역사의 무대도 다릅니다. 따라서 중국이 만주ㆍ한반도(북부) 지역에 대한 종주권을 주장하는 것(동북공정)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셋째, 만주ㆍ한국ㆍ일본은 북방계의 문화와 남방계의 문화의 혜택을 흠뻑 받은 지역이라는 것입니다. 즉 이 지역은 북방계의 문화가 남방계의 문화를 압도하면서 새로운 형태로 문화의 꽃이 핀 지역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문화는 중국과는 거의 상관이 없다는 점이죠.

이상의 내용으로 보면 우리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과거 한반도에서 어떤 민족들의 이동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문화와 기원은 어떠했으며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대체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중국의 동북공정(쥬신사 말살정책)이 얼마나 허황된 논리 속에서 전개되고 있는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한반도를 구성하는 민족은 주로 알타이를 중심으로 몽골ㆍ만주에 이르는 북방계의 민족이면서 이들의 특성이 지금 한국인들의 모습에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내용들은 앞으로 우리가 살펴볼 머나 먼 쥬신의 역사를 알아 가는데도 매우 중요한 시사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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