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은 한나라당이 당사를 여의도 중소기업협동조합 부지의 천막으로 옮긴 지 1주년이 되는 날. 한나라당은 이날 아직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는 천안연수원의 헌납과 고위공직자 백지신탁제 도입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천안연수원 소유자는 '아직' 한나라당**
95년 민자당 시절 12만평의 너른 대지 위에 세워진 천안 연수원은 현재시가 6백억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나라당은 불법대선자금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2004년 3월15일 천안연수원을 'KB부동산신탁회사'에 맡겼다. 당시 한나라당은 "법인의 부동산을 국가가 그대로 받은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천안연수원을 일단 매각한 뒤 매각대금을 국가에 헌납하기 위해 연수원을 신탁회사에 맡겼다고 밝혔다.
계약 당시 한나라당은 부동산 신탁회사와 연수원 신탁계약을 체결하면서 불법대선자금사건 피고인들에 대한 추징금이 있을 경우 이를 처분해 우선 지급하며 추징금을 납부할 필요가 없으면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신탁회사와 한나라당 사이의 계약기간은 1년. 결국 1년동안 천안연수원은 팔리지 않았고, 지난 14일로 신탁기간이 만료됐다.
이처럼 연수원이 1년 동안 팔리지 않은 것은 "한나라당의 의지부족"이라는 '뒷말'도 들린다.
우선 계약 종류가 소유권은 신탁회사에 넘기되 한나라당의 동의 없이 신탁회사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게 한 '을종'계약이어서, 한나라당은 불법대선자금의 추징금에 대한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 매각 유보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0월 임태희 당시 대변인은 논평에서 "불법대선자금에 대한 판결이 나오면 천안연수원의 국가헌납을 위한 매각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고, 이에 민주노동당 등에선 "전형적인 시간끌기"라고 비판한 바 있다.
결국 법원은 불법정치자금에 대해 정당에 추징금을 부과하지 않았고 1년동안 천안연수원은 매각되지 않아, 신탁회사와의 계약만료와 동시에 천안연수원의 소유권은 다시 한나라당으로 돌아왔다.
***박근혜 "천안연수원 헌납위원회 구성"**
한나라당은 그러나 약속대로 천안연수원을 '헌납'하겠다는 입장이다. 단지 헌납의 대상이 종전에는 국가였으나, 이번에는 공익단체다.
이에 박근혜 대표는 24일, 당시 당 대표실로 썼던 컨테이너를 일부 개조해 현재 염창동 당사 앞마당에 설치한 '천막당사 기념관'에서 상임운영위회의를 주재하고 "불법대선자금과 관련해서 우리가 국민들께 사죄하는 마음으로 천안연수원을 헌납하기로 했다"며 "대선자금에 대한 재판도 다 끝난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가 빨리 국민을 위한 좋은 단체든지 좋은 곳에 쓸 수 있도록 헌납절차를 정식으로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사무처에서 시민단체나 종교계 등 각계의 신망을 받는 분들을 모시고, 연수원을 국민에게 헌납하는 절차를 밟는 위원회를 하루 속히 구성해 절차를 밟아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무성 사무총장은 "당내 많은 분들이 연수원을 치매센터, 노인요양센터와 같은 소외되고 불우한 우리 국민들을 위한 시설이나 우리나라 미래세대인 청소년수련원 등으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많이 있었다"며 "빠른 시일 내에 '한나라당연수원 국민헌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부동산 백지 신탁은 반대"**
박근혜 대표는 이날 고위공직자들의 주식-부동산의 신탁을 의무화하는 '백지신탁제'도 강조했다. 박 대표는 "백지신탁제는 고위 공직자나 국회의원들이 지위를 이용해서 치부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된다는 취지의 법"이라며 "이번 4월 국회에서는 반드시 약속한대로 법이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이 지난해 8월에 마련한 백지신탁제도는 12월2일에서야 당론으로 확정됐고, 현재는 행정자치위원회에 계류중이다. 박 의원이 발의한 법안엔 백지신탁 대상으로 주식을 비롯해 부동산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당 혁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준표 의원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부동산의 경우는 일단 당 윤리위원회의 허가를 받은 뒤 취득ㆍ매각할 수 있게 하고, 취득ㆍ매각 사항은 즉시 공개하도록 했다"면서 "하지만 부동산까지 백지신탁에 넣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백지신탁 대상에 부동산을 포함시키는데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일단 당론부터 조율해야 할 상황인 것이다.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들은 이날 천막당사 1주년을 기념해 컨테이너에서 회의를 하며 "우리가 그동안 천막정신을 잊은 것은 아니었나 생각해보자"고 일제히 자성론을 폈다.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1년전에도 비슷한 '반성'을 했지만,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주변의 시선은 따갑다.
민주노동당 홍승하 대변인은 이날 한나라당의 천안연수원헌납위원회 구성에 대해 논평을 내고 "1년전의 약속을 또다시 반복하며 '헌납절차를 밟기 위한 위원회 구성' 등을 방안으로 내놓은 것은 또 다시 생색내기로 끝나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앞선다"며 "이번엔 구구한 절차를 앞세운 약속이 아니라 신속한 구체적 실천이 따르길 바란다"고 압박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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