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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보다 파렴치한 그대 이름은, MB

[김주언의 '언터처블'] 불법사찰 보도지침이 '단순 협조요청'?

이명박 정부는 아직도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보도지침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언론인들이 넉 달 이상 '공정보도 실현'을 위해 파업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도 언론사에 보도지침을 시달하고 있다니 믿지 못할 노릇이다. 청와대가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결과 발표에 앞서 일부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참여정부도 민간인을 사찰한 게 나올 테니, 균형 있게 다뤄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지난 4.11총선 과정에서 불법사찰 문건이 폭로됐을 때 써먹었던 '물 타기 수법'이 재연된 것이다. 물론 청와대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보도지침이 아니라고 변명했을 것이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몇몇 언론사에 연락해 입장을 설명하고 이를 잘 반영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기본적인 홍보활동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기업 홍보실이 그렇듯 우리 입장을 설명하고 부탁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예상됐던 반응이다. 과거 전두환 독재정권도 보도지침이 폭로됐을 때 '단순한 협조요청'이라고 우겼다. 재판과정에서 검찰의 공소장에도 그렇게 나와 있다. 권력기관인 청와대의 단순한 전화 한 통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엄청난 압력으로 작용한다. 청와대의 입장에서는 '부탁'일지 몰라도 언론사에서는 '보도지침'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청와대는 더 나아가 '부탁'을 들어준 언론사가 없기 때문에 지시사항은 아니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모든 언론사를 대상으로 '홍보활동'을 한 것도 아닐뿐더러 친분이 두터운 언론사 정치부장이나 편집국장, 사장에게 사적으로 전화했다고 발뺌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정당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전두환 정권 시절에도 보도지침을 100퍼센트 이행하지는 않았다. 사안 및 언론사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이행률은 70~80퍼센트였다.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결과의 중대성 때문에 언론사들은 이 지침을 따르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의 힘이 빠져가는 임기 말이 아니던가.

▲ 민주당에 의해 '불법 사찰 윗선'으로 지목당한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검찰수사가 부실하다는 점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다. 모든 언론은 물론 시민단체와 국민도 '정치검찰'의 꼬리 자르기 수사에 분노로 들끓어 오르고 있다. 정치권도 여야 가릴 것 없이 특검 도입이냐, 국정조사냐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그만큼 정치 검찰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여당인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조차 "박종철 사건을 연상시킨다"고 하지 않았겠는가.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당시 수사결과 발표를 믿는 국민은 없었다. 당시에도 수사결과를 충실하게 반영해달라는 보도지침이 어김없이 시달됐을 것이다.

박종철 사건은 경찰의 '고문치사 은폐'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6.10시민항쟁을 촉발시켰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과 일부 언론의 특종보도로 박종철군이 억울한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반독재 열기는 봇물처럼 퍼져 나갔다. 독재정권의 보도지침도 무용지물이었다. 모든 언론이 특종경쟁에 들어섰고 매일 박군 고문치사에 대한 새로운 뉴스가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동안 독재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했던 언론들도 반독재 투쟁에 동참한 듯 보였다. 전두환 정권도 임기 말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6월 항쟁의 열기가 사그라지면서 언론은 새로운 권력으로 탄생했을 뿐이다.

이번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의 핵심은 사찰의 '윗선'이 이명박 대통령이냐, 이 대통령이 사찰결과를 보고받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검찰 수사에서 이러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검찰 수사는 이 대통령은 물론, 정정길·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도 피해 갔다. 청와대는 "역대 정부의 사찰이란 이름의 잘못된 관행을 우리 정부도 벗어나지 못했다"고 강변했다고 한다. 청와대의 '물타기 보도지침' 시달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국민에게 송구스럽다"고 사과했지만, 실제로는 '별것 아닌 거 가지고 법석을 떤다'는 의중을 내보인 것이다.

박종철 사건은 한 신문사의 특종보도에 따라 검찰의 재수사가 이어지고 검찰수사에서 고문치사 및 은폐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은 2차 수사에서조차 뻔히 보이는 사실을 감추려고 한 흔적이 역력히 나타난다. 게다가 불법사찰의 몸통을 밝혀주는 사실이 신문에 보도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무시됐다. 오히려 이 사실을 보도한 기자를 수사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이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는 전두환 독재정권보다도 더욱 파렴치하다는 비난이 쏟아지는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달 중순 <중앙일보>는 이른바 'VIP 문건'을 단독 보도했다. 진경락 전 과장이 작성한 이 문건의 요지는 "VIP에게 일심(一心)으로 충성하는 친위조직이 비선에서 총괄 지휘한다. 특명사항은 청와대 비선을 거쳐 VIP 또는 대통령실장에게 보고한다"였다. 검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를 개인이 작성한 문서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오히려 이 문건을 입수해 보도한 기자를 수사했다.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은 "VIP 충성문건을 쓴 기자가 출처가 어디냐의 문제를 가지고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이제 기자들은 비밀문건을 입수하더라도 검찰로부터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만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과정을 보면, 이명박 정부가 '먹통정부'라는 사실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청와대 홍보팀은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여론을 수렴하여 국정에 반영하는 것을 주 임무로 한다. 반면,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는 이러한 임무를 도외시하고 오로지 여론조작을 통해서라도 정권에 불리한 여론을 막아보려는 일방적 홍보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에 불리한 사건을 어떻게든 무마해보려는 '스핀 닥터'(Spin Doctor)의 전형적 모습이다.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마사지'한 것으로 밝혀진 이동관 전 홍보수석이 연상된다.

청와대는 그동안 여러 차례 여론조작을 위한 '홍보지침'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대표적인 것이 연쇄 살인사건 홍보지침이다. 2009년 2월 용산참사로 빚어진 경찰의 부정적 이미지를 때마침 발생한 연쇄살인사건 해결로 바꿔버리기 위한 것이었다. 홍보지침에 등장한 여론조작 수법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연쇄살인사건 담당형사 인터뷰, 증거물 사진 등 추가정보 공개, 드라마 'CSI'와 경찰청 과학수사팀의 비교, 사건해결에 동원된 경찰 등 연인원, 수사와 수색에 동원된 전의경의 수기 등 '적극적인 콘텐츠 생산과 공조'를 부탁했다.

'국기를 문란시킨'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물타기 보도지침'은 가장 초보적 단계에 불과하다. 또 다른 언론사 간부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또 다른 지침이 시달되지 않고 있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일부 언론의 불법사찰 후속보도나 사설, 칼럼 등을 자세히 보면 더욱 그렇다. 그게 아니라면 동맹관계에 있는 보수언론의 '동업자 봐주기'가 그런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 여의도 공원 '희망캠프'에서 언론장악 청문회 개최 등을 요구하며 20여 일 동안 단식 농성을 해온 이강택 언론노조위원장을 대하기가 더욱 쑥스러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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